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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과 쓰레기'로부터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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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과 쓰레기'로부터의 자유

[덴마크에서 살아보니ㆍ<26>] 프리랜드 생태마을

프리랜드는 덴마크의 제 2도시 오후스(Arhus)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생태마을이다.

2002년 1월 모임에서 공식적으로 출발하여 조합을 결성하고 2002년 4월 13가구가 4.5헥타르의 땅을 구입하여 마을이 형성되었다.

이 마을의 조성은 앞에서 본 몽쉐고 마을과는 달리, 땅은 조합에서 구입하여 분양하고 집은 각 가구가 독자적으로 짓는 방식이다.

이 마을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지속가능한 역동적인 마을을 만드는 것이 이상이다. 따라서 생태적인 집짓기, 생태적인 생활방식, 삶터와 일터의 일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 프리랜드 마을 지도. ⓒ김영희

프리랜드라는 마을의 이름이 보여주듯 자유가 이 마을에서는 중요한 개념인데 구체적으로는 빚에서의 자유와 쓰레기에서의 자유를 가리킨다고 한다.

빚에서의 자유란 다시 말해서 은행 빚에서의 자유를 뜻한다. 즉 은행 빚이 없는 집을 짓자는 뜻이다. 덴마크에서는 집 사기가 쉽다. 집을 살 때 집값의 85% 이상을 은행에서 융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30년간 상환하는 이 융자를 갚기 위해 거의 평생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가족보다도 일이 우선이 된다. 평생 은행 빚에 매여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은행 빚에서 자유가 되자. 그리하여 일보다는 가족을, 돈 버는 것 보다는 삶을 더 중요시 하자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이 프리랜드의 주민이 되려면 우선 집을 지어야 하는데 집 지을 땅을 빚 없이 한몫에 구입해야 한다.

대신 땅을 평방미터당 30~40크로네(평당 2만원 정도)의 매우 저렴한 값으로 조합에서 제공한다. 또 기본적으로 본인이(혹은 협동으로) 집을 지어 저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 생태마을에서 탈퇴를 할 때에는 집값을 평방미터당 1200크로네 (평당 70만원)이상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 집을 짓는 모습. ⓒ김영희

쓰레기에서부터의 자유란 가능한 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생태적인 생활방식을 가리키는 것으로 집짓는 자재를 천연자재, 재활용 자재로 쓰도록 권장하고 생활하수를 집집마다 자체 정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 마을의 이상인 삶터와 일터가 하나가 되는,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마을을 이루기 위해서 마을 주민은 가족 성원 중 한 명 이상이 프리랜드 마을이나 그 인근에서 생업을 갖고 경제적인 활동을 하거나 경제적인 활동을 개발해야 한다.

또 사회적, 문화적으로도 지속가능한 마을이 되려면 마을 주민의 구성이 다양해야 한다. 머리, 손, 가슴으로 하는 일, 즉 지식, 기술, 창의력을 요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골고루 섞여있어 서로 도울 수 있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래서 마을 주민을 받아들일 때 지식, 기술, 창의력 중 어느 한 가지에 능력이 있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한다.

나는 2006년 그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 미리 약속이 된 옌스 씨가 안내를 했다. 현재 인구 14가구. 어른 31명 어린이 14명이고 조금 있으면 어른이 40명에 어린이가 17명이 될 예정이라 했다. 어른들의 연령대는 20~58세까지 다양하고 배경이나 직업 역시 매우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1년에 4번 주민회의가 있고 1번 총회를 한다.

우선 마을 초입에 있는 공동의 집을 둘러봤다. 2002년 이 마을 주민과 집짓기를 배우는 사람들이 함께 지었다고 했다. 바깥벽을 보여주는데 각목으로 틀을 하고 그 속에 그물을 치고 단열재 넣었다. 단열재로는 짚 뿐 아니라 홍합, 해초, 헌옷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썼다. 그 위에 라임 플라스터를 발랐는데 벽 한 쪽에 들여다보이는 창이 있어서 내용물을 볼 수가 있었다. 홍합은 단열에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화장실 바닥은 진흙바닥 위에 아마인유를 발랐는데 물이 스민다고, 현재로서는 타일을 붙이는 게 최선일 것 같다고 했다. 벽은 마블 파우더를 칠했다.
▲ 공동의 집 입구. ⓒ김영희

식당 겸 세미나 실로 쓰이는 큰 방은 바닥이 짚을 눌러서 5센티의 두께로 만든 판자 위에 아마인유를 칠한 것이었는데 바닥이 의지다리에 긁혀서 상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벽의 나무 부분은 진흙(모래와 짚을 섞음)을 바르고 라임플라스터를 발랐다. 벽의 두께는 45센티였다.

건물 기초는 1미터 깊이로 파고 고르는 기계로 편편하게 한 다음, 홍합껍질과 진흙을 넣었다고 한다. 지붕은 짚과 해초를 단열재로 썼다고 했다.

집 벽두께는 단열재가 홍합껍질이면 50센티, 볏짚이면 40센티, 록울이면 20센티는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쓰레기를 최소로 배출하고 전기와 물도 최소 양을 사용하려 노력한다고 옌스시는 열심히 설명을 해준다. 난방은 나무로 한다고 했다.

하수 정화시설은 각 집마다 땅을 6미터 가량 파서 바닥을 방수하고 거기에 하수가 고이도록 한다. 그리고 그 위에 필(pill)이라는 나무를 심는데 이 나무가 하수를 빨아들인다고 했다. 이 나무는 5미터까지 자라는데 3년마다 전정을 해주면 된다고 한다. 대변은 따로 모이도록 해서 다 차면 차가 와서 뽑아 올린다고 했다.
▲ 하수정화시설 위에 심은 '필'(pill)나무.ⓒ김영희

안내자 옌스씨는 프린랜드 마을의 두 번째 모집기간에 참여했다고 한다. 15년전부터 집을 짓고 싶어했는데 드디어 질랜드에 있는 집을 팔고 가족이 다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현재 아내는 생태마을 내에서 맛사지사로 일하고 안내자는 집짓기를 한다고 한다. 아이들 11, 7, 4 살인데 아주 좋아한다고 만족스럽게 말했다. 근처에 공립학교도 있고 또 free school이라는 사립학교도 있어서 학교 걱정도 없단다. 차는 공동차를 나누어 쓴다고 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의 집을 빌려서 살며 자신의 집을 짓고 있는 중이었다. 석달 전 나무(50년생 전나무)를 직접 숲에서 베어서 2주전부터 집을 짓기 시작했는데 11월까지 완성할 예정으로 있었다. 단열재는 나무울(treewool)을 쓸 계획이고 목재 값이 총 65000크로나(천삼백만 원 정도) 들었다고 했다.
▲ 단열재를 보여주는 벽. ⓒ김영희

다음은 마을 내를 한 바퀴 돌면서 집들을 둘러보았다. 그중에 이안이라는 사람이 집을 짓고 있는 현장이 눈에 띄었다. 기초는 땅을 80센티 파서 홍합, 모래, 배관 파이프, 모래 순으로 덮고 그 위에 방바닥은 나무를 깔았다고 했다. 창에 들어갈 3중 유리는 다 중고품을 쓸 예정이고 온수와 난방용 태양열패널은 직접 만들 작정이라고. 나중에 풍력발전도 할 계획인데 핀란드 산 풍력발전기가 소음이 없고 좋다고 한다.

또 한 집은 노르웨이산 화산 돌에 박테이라를 코팅하여 그것이 하수 정화를 하도록 되어있었다. 오후스 대학에서 기술을 제공하고 매년 조사를 하는데 13년마다 흙을 바꾸어야 해서 비싼 방법이라고 했다.

지붕에 흙을 얹은 집이 있었는데 하중이 16톤이나 된다고 했다. 그 흙지붕을 짚 벽이 버티고 있었다.

이 마을의 창시자 역할을 한 스테인씨 집은 특이하게도 하수웅덩이 위에 바로 온실을 만들어 토마토 오이 등 먹거리를 재배하고 있었다. 이 경우는 하수로 내보내는 수질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만일 화학성분이든 음식이나 약을 먹을 경우 바로 식물에게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님용 화장실을 따로 설치해두고 있다한다.
▲ 헌 자전거를 이용해서 만든 대문. ⓒ김영희

덴마크도 지난 몇 년간 집값이 폭등하여 30년 동안 상환해야 하는 은행 융자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났다. 또 공장에서 생산해내는 비 생태적인 자재로 도시나 시골이나 똑같이 개성 없이 지어진 집에 사는 것에 점점 회의를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

생태적으로 건강한 천연자재, 흙, 모래, 몰탈, 짚, 통나무 돌 등과 빈병, 신문지, 조개껍질 등의 재활용 자재를 써서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의 집짓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개성적이면서도 현재의 집값보다 훨씬 저렴하게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 프리랜드 생태마을은 조합을 결성해서 출발하기 이전 일찍부터 태동이 있었다. 20여 년 전, 스틴 뭴러라는 사람이 5년간 생태적 집짓기를 하며 이를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호응을 얻었고 그 후 계속해서 집짓기 워크숍을 해왔다. 1999년에는 덴마크 최초의 '짚으로 짓는 집(스트로베일 하우스)'이 시공되어 역시 덴마크 국영방송이 녹화해서 방영했는데 폭발적인 인기가 있었다. 그때부터 덴마크 국영방송은 프리랜드와 협력 관계를 맺게 되었고 프리랜드 생태마을 조합 탄생에도 많은 역할을 했다 한다.
▲ 프리랜드의 주택. ⓒ김영희

▲ 프리랜드의 주택. ⓒ김영희

지금도 계속해서 이 생태마을이 정착되어 가는 모습이 방영되어 많은 덴마크인들이 생태적으로,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마을의 실험을 지켜보고 있다. 덴마크 국영 방송 측은 프리랜드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새롭고 실험적인 집짓기와 새로운 건축기술, 재활용 자재 사용 등을 자세히 기록해서 이 정보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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