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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푸른 하늘, 다시 볼 날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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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푸른 하늘, 다시 볼 날은 언제쯤?"

[한국에서 살아보니] 탁한 공기에 무감각해진 사람들

고속버스로 시골에 다녀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잠시 쉬게 되었다. 먹을거리 판매대가 널려있고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무엇인가를 먹고 있었다. 먹을거리 내용물이야 어떤지 모르지만 얼른 보기에 그곳에 배고픈 사람은 없어보였다. 다시 출발하려는 버스에 오르면서 보니 주차장에는 버스와 승용차들이 꽉 차 있었다. 자동차 세상이었다. 고속도로로 나와 길이 좁다고 달리는 차들을 보며 조금은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30년 만에 이렇게 바뀐 것이다.

먹을 것도 풍부하고, 어느 집이나 차 한대씩은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이만하면 백성들이 잘 살게 되지 않았나. 옛 왕조의 임금님이 잠깐 세상구경을 나온다면 흡족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임금님이 길에 서서 한 번이라도 숨을 쉬어본다면…. 아마 비틀거리며 소리를 칠 것이다. "으윽, 숨을 쉴 수가 없구나. 웬 고약한 냄새야?" 우리 현대인만큼은 면역이 없을 테니 말이다. 행여 넘어지면서 위를 쳐다본다면…. "하늘이, 하늘이 없어졌구나 근본이 없어졌어." 임금님은 당장 지하로 돌아가버릴 것이다.

씁쓸하게 속으로 생각해본 코미디지만 한국이 놀랍게 바뀐 것은 사실이다. 개인 의사에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예전보다 가진 것이 훨씬 많아졌다. 자동차만 해도 그렇고 여러가지 전자제품을 생각해도 그렇다. 반면 잃은 것도 많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맑은 공기와 파란하늘, 그리고 아름다운 산천이다.

덴마크에 있을 때 일이다. 한번은 한국에서 좀 나이 드신 손님이 왔다. 그곳의 파아란 하늘을 보면서 "이곳에 와서 저런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한다" 는 말을 했다. 그 손님은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그보다 더 아름다운 파란 하늘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그곳을 방문한 젊은이들은 공기가 너무 좋다고, 이런 공기는 한국에서 맛볼 수 없다고 추운 날씨에도 밖에서 서성였다. 맑은 공기, 파란 하늘은 이제 공기오염이 덜한 외국에나 가야 맛볼 수 있는 비싼 재화가 되었다.

외국에서 오는 비행기에서 내려 한국에 발을 딛는 순간 첫 번째 맞닥뜨리는 것이 불행하게도 탁한 공기다. 사람은 코로 숨 쉬는 동물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부연 공기 흐릿한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매순간 숨 쉬어야 하는 공기가 나쁘다는 것을 의식하고 사는 것은 상당히 불행한 일이다. 다행히 한국에서 일 년 이상을 지내다 보면 이 의식은 많이 둔화된다.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그러나 순식간에 집안에 쌓이는 시커먼 먼지를 볼 때, 밖에 빨래를 널 때. 집안 공기를 환기시키려 창문을 열 때면 바깥의 오염된 공기를 의식 안할 수가 없다. 산에서 내려다보면 우선 보이는 것이 부연 공기다. 의식은 안하지만 대기오염은 어디서고 피할 수가 없다.
▲ 산꼭대기에서 본 서율 하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푸른 하늘은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김영희

이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이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라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동안 '하늘을 맑게~'와 같은 캠페인도 여러 번 있었던 걸로 알고 있지만 사정은 그리 개선된 것 같지는 않다. 공기가 나쁘다고 해서 사람이 당장 죽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눈에 안보이게 각종 질병의 이름으로 서서히 우리 몸에 돌아오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가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자동차 배기가스가 대기오염의 주원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교통정책이 자동차 위주로 되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또 자동차가 주는 편리함에 길들여진 이상 자동차를 버리기는 정말 어렵다. 어린아이가 있으면 불편해서 차를 사용하고, 환경운동가들은 바빠서 차를 탄다. 대형버스를 대절해서 환경에 대한 공부를 하러가고 생태답사를 간다. 차타고 헬스클럽에 가서 돈 내고 운동을 하고, 차를 타고 척척 아이들을 학교나 학원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오기도 한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켜놓고, 겨울에는 히터를 켜놓고 10분이고 20분이고 차 속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대형 전세버스들은 습관처럼 한없이 시동을 켜놓고 사람을 기다린다. 금방 움직인다는 이유로 10분 이상씩 시동을 켜놓고 있는 차도 많고 겨울에는 시동을 걸기위해 지나치게 오래 공회전을 하는 일이 많다. 더구나 좁은 골목길, 사람이 잠자는 방 바로 앞에서 오래 오래 시동을 켜놓고 있다가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와 차에 태우기도 한다. 그런데 배기가스는 밀폐된 공간에서 계속 마시면 사람이 죽는다. 한국처럼 좁은 국토에서, 더구나 대도시의 밀집된 공간속에서 그 죽음의 가스를 태연하게 내뿜고, 자신도 마시고, 사랑스러운 아이에게도 마시게 하는 것이 때로는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내가 살고 있는 과천은 지역이 넓지 않아서 걸어서도 웬만한 일은 다 볼 수가 있다. 자전거를 타면 과천에서 제아무리 먼 곳이라도 못 갈 데가 없다. 그런데 내가 자전거를 타고 간다고 하면 흔히 차있는 사람들이 친절하게 태워다 주겠다고 자청을 한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덴마크에서라면 충분히 자전거로 갈 수 있고, 무거운 짐도 나를 수 있고, 아이들을 태우고 다닐 수 있는데도 의례 차를 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차가 흔하고, 별 생각이 없이, 습관적으로 손쉽게 차를 타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도 다 그냥 사는데 나라고 뭐 대기오염 같은 거창한 문제로 골치 아플 일이 있을까.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어렵지 않게 실천해보고 뿌듯해 할 일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웬만한 곳은 걸어가기, 자동차 대신 자전거 타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꼭 필요할 때만 차타기, 공회전 줄이기 등이다.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그리고, 차 한 대로 여러 집에서 나누어 쓰기가 있다. 이 제도도 이미 시행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

요며칠 계속 해가 났다. 참 기분 좋은 날씨다. 눈을 들어보면 하늘이 파랗다. 아니 이제 이 정도면 파랗다는 표현을 쓰기로 한다. 하지만 우리의 그 유명한 진짜 파란 하늘은 언제쯤 다시 보게 될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살아보니]

<1>
고생도 훈장
<2> 피곤한 사람들
<3> 불우 이웃을 도웁시다?
<4> 청계산이여, 안녕
<5> "석유 안 나는 나라에서 기차를 홀대해서야…"

○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 직업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없다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보다 더 많은 나라

- '암기가 아닌 창의, 통제가 아닌 자율'을 장려하는 교육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노는 게 원칙"
"노는 게 공부다"
"충분히 놀아야 다부진 어른으로 자란다"
1등도, 꼴찌도 없는 교실
"왜?"라는 물음에 익숙한 사회
"19살 넘으면, 부모가 간섭할 수 없다"

- "아기 돌보기, 사회가 책임진다"

"출산율? 왜 떨어집니까"
"직장인의 육아? 걱정 없어요"

- "덜 소비하는 풍요"

"에너지 덜 쓰니, 삶의 질은 더 높아져"
"개인주의를 보장하는 공동체 생활"
'빚과 쓰레기'로부터의 자유
"장관이 자전거로 출근하는 나라"
"우리는 언제 '덴마크의 1979년'에 도달하려나"

- "낡고 초라한 아름다움"

"수도 한 복판에 있는 300년 전 해군 병영"
인기 높은 헌 집
"코펜하겐에 가면, 감자줄 주택에 들르세요"
도서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 덴마크 사회, 이모저모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된 사람들
"크리스마스' 대신 '율'이라고 불러요"
아이와 노인이 함께 즐기는 놀이공원, 티볼리
"저 아름다운 건물을 보세요"
구름과 바람과 비의 왕국
"체면 안 따져서 행복해요"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사람이 만나면
잘난 체하지 마라, "옌틀로운"
"긴 겨울 밤, '휘계'로 버텨요"

- 덴마크 사회의 그늘

"덴마크는 천국이 아니다"
"덴마크 사회의 '관용'은 유럽인을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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