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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는 천국이 아니다"

[덴마크에서 살아보니ㆍ<마지막 회>] 연재를 마치며

덴마크는 우리에게 친숙한 나라가 아니다. 미국이나 서유럽에 비하면 훨씬 멀게 느껴진다. 나라가 작고 사람들도 대체로 소박하여 덴마크를 여행하는 한국 사람은 그다지 볼거리가 없다고 말하는 곳이기도 하다.

덴마크의 첫 인상은 겉치레나 체면을 중시하지 않고 매우 실질적인 덴마크인의 성격대로 산뜻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우리가 참고할 점이 많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면서 배우는 덴마크 아이들

덴마크에서 지내면서 나는 주부, 그리고 여성으로서 늘 당면 문제였던 육아와 교육에 대해 우선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다.
- "아기 돌보기, 사회가 책임진다"

"출산율? 왜 떨어집니까"
"직장인의 육아? 걱정 없어요"

그래서 그곳의 유치원이나 학교, 방과 후 학교 등을 방문해 보았는데 우리와는 사뭇 다른 그곳의 교육 방식, 즉 아이마다 다름을 인정하고 자율성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그들의 교육 방식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마음껏 놀며 배우며 여유롭게 자라는 덴마크 아이들을 눈앞에 보면서 나는 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눈앞에 선했다. 저절로 덴마크와 우리의 교육 현실을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 '암기가 아닌 창의, 통제가 아닌 자율'을 장려하는 교육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노는 게 원칙"
"노는 게 공부다"
"충분히 놀아야 다부진 어른으로 자란다"
1등도, 꼴찌도 없는 교실
"왜?"라는 물음에 익숙한 사회
"19살 넘으면, 부모가 간섭할 수 없다"

"아이가 어느 길로 가든, 비슷한 대접 받는 사회"…"사회가 변해야, 교육이 바뀐다"

또 그렇게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도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주위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교육이 결코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직업에 따라 생활수준과 사회적 대접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비교적 평등한 사회에서는 아이가 커서 어느 길로 가든 부모는 별로 염려할 것이 없다.

더구나 사회보장이 잘 되어있는 까닭으로 적어도 돈이 없어서 교육을 못 받거나 의료혜택을 못 받는 일이 없는 덴마크 같은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 직업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없다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직업, 직장, 학교의 서열부터 깨자"

그러나 학교 사이에, 직업과 직장 사이에 서열이 있어서 그 서열에 따라 소득에 차이가 나고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삶의 질이 달라지는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부모라면 누구나 자신의 아이를 서열의 위쪽에 밀어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결과 아이들은 우열을 가리는 유일한 기준인 공부에만 죽자 사자 매달려서 경쟁을 해야 하고 부모는 사교육비에 등이 휜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다음 세대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서열 중심의 사회에서 보다 평등한 사회로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리라는 것이 덴마크에서 살면서 생생하게 느낀 점이었다.
▲ '숲 속 유치원' 활동을 하고 있는 덴마크 아이들. '숲 속 유치원'은 도시의 어린이들을 보다 많이 자연 속에서 뛰놀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26년 전 처음 설립됐다. 아이들은 실내가 아니라 숲이나 바깥에서 뛰어놀도록 해야 한다는 게 덴마크 교육의 원칙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경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것은 서열 의식이 희박한 덴마크 사회의 특징 때문이다. 덴마크 사람들은 좋은 직업, 명문대 출신 등을 별로 선망하지 않는다. 대신 능력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즐겁게 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대학 교수, 법조인, 고위 관료, 경영자, 의사 등으로 키우기 위해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모는 한국 사회 풍토와 대조적이다. ⓒ김영희

"복지는 안전망에 불과"…다른 문화권 이민자에게 배타적인 사회

덴마크라고 해서 결코 천국은 아니다. 복지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다고 해서 국가가 모든 것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위엄을 잃지 않을 수준의 생활이 보장되는 안전망이 쳐져있을 뿐이다. 개인의 행, 불행, 성공과 실패는 어디까지나 개인에게 달려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평등사상이나 잘 발달된 사회보장 제도도 기본적으로는 어디까지나 덴마크인 사이에서의 이야기다. 그들을 위한 좋은 사회이지 결코 세계인을 위한 것은 아니다. (☞관련 기사: "덴마크 사회의 '관용'은 유럽인을 위한 것?")

덴마크가 1970년대 이후 주로 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이거나 이민을 받아들이면서 초기에는 매우 관대했으나 그동안 일어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지금은 그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또 덴마크의 무상교육 제도를 이용해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혜택을 보자 역시 지금은 외국인에 한해 학비를 내도록 되었다.

"우리와 다른 사회도 있다"

덴마크에서의 생활을 돌아보는 글을 쓰고 나서 게재까지 하려고 했던 것은 덴마크를 찬양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우리와는 다른 사회가 있다는 것. 이런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였다.

이 글을 쓰고 나서 아쉬웠던 것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덴마크 디자인이나 환경 선진국으로서의 면모에 대해서 필자의 능력이 부족 탓에 제대로 다루지 못한 점이다.

또 덴마크의 협동조합 운동이나 노동조합, 기업 내 근무환경, 기업의 사회 기여, 대 국민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 등에 대해서도 직접 쓰기에는 필자의 역량이 부족했다. 전문가가 나서서 이러한 분야를 누구나가 알기 쉽게 써주면 좋은 참고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우리사회가 최선이 아니라면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해외에서 체류한 사람이 자신이 경험하고 관찰한 것을 되도록 쉽고 자세히, 구체적으로 글을 써주면 좋을 듯하다.

그동안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프레시안>에도 감사를 드린다. 또 덴마크에서 지내는 동안 귀찮은 물음에 선선히 대답을 해주신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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