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개인주의를 보장하는 공동체 생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개인주의를 보장하는 공동체 생활"

[덴마크에서 살아보니ㆍ<25>] 몽쉐고 생태마을 (下)

몽쉐고 생태마을은 4월부터 10월까지 매달 마지막 토요일 11시부터 2시간 정도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안내하는 주민의 설명을 들으며 마을을 돌아볼 수 있다. 나는 2005, 2006년 두 차례 가볼 수 있었다.

생태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신흥 주택단지가 들어서서 생태마을과 바로 인접해 있다. 생태마을이란 일반 동네와 동떨어진 일종의 이상향(?)이라는 머릿속 관념과는 다른 환경이다. 이웃마을은 몽쉐고 마을에 대해 협조적이라고 한다.

신흥 주택단지 끝까지 가면 차를 세울 수 있는 빈터가 나오고, 그 앞에 몽쉐고 마을 지도를 그려놓은 안내판이 서있다. 그리고 안내판 양 옆으로 차와 오토바이가 다니지 못한다는 표지판이 서 있어서 생태마을에 왔음을 실감나게 한다. 짐을 실어낼 때와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을 안에서 일절 차가 못 다니도록 되어있어 그곳 주민이나 방문자는 마을 입구 빈 터에 차를 주차시켜 놓아야 한다. 주차장 격인 빈터는 물론이고 마을 내의 도로는 포장이 전연 되지 않은 흙바닥이다. 마을 안에서는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첫 번 방문에서는 다른 방문객이 없었는데 그 이듬해에는 나와 같은 방문객이 무려 15명이나 되었다. 날씨가 좋은 탓인지. 그동안 신문에 크게 보도가 된 탓인지 알 수 없었지만 생태마을에 대해 늘어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방문객 중에는 할머니, 부부, 손녀 둘로 구성된 한 가족이 왔는데 부부와 아이들은 생태마을에 이사 올 작정이라고 하는 반면 할머니는 안 오겠다고 했다. 현재 살고 있는 곳 주위에 친구들이 많아서 떠나기 싫다는 것이었다. 4개월짜리 갓난아기를 데리고 같이 온 부부도 있었는데 역시 이런 생태마을로 들어갈 작정이라고 했다. 방문객들은 다들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우리는 마을 입구에 있는 공동시설인 웰컴센타와 보일러실부터 둘러보았다.

웰컴센타란 마을 입구의 1867년에 지은 오래된 농가와 창고건물이 방치되어 퇴락해가고 있는 것을 생태마을 측이 몇 년간의 교섭 끝에 최근에야 로스킬드시의 소속 구청으로부터 사들인 것으로,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건물로 개조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선 농가의 방 하나를 도서실로 만들었고 창고에는 공동 농기구며 트랙터, 공용 자전거 등을 보관하고 있는데 앞으로 그곳에 농기구를 수리하는 장소, 카페, 가게, 진료소 등을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했다.
▲ 웰컴센터 건너편에 있는 보일러실. ⓒ김영희

웰컴센터 건너편에는 마치 공장처럼 보이는 큰 건물이 서있는데 보일러실이었다. 이 마을을 만들 때 맨 처음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보일러의 연료는 톱밥이고 마을에서 사용하는 온수와 난방의 40%를 여기서 공급한다.

보일러실의 바깥벽에는 공책이 매달려있고 그 앞에 여섯 대의 차를 세울 수 있도록 특별 주차표지가 붙어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차 나누어쓰기(카쉐어링)'를 하는 현장이었다. 공책에 각자 차가 필요한 시간을 적어놓고 여섯 대의 차를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나누어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보일러실 한쪽에 이 '차 나누어쓰기' 그룹의 사무실이 있어서 차량예약, 사용현황 안내, 자동차 부품 수납 등의 업무 공간으로 쓰인다고 한다.

마을 주민이면 누구나 예약할 수 있는데 차종은 주로 피아트였고 작은 차는 시간당 3천원. 1일 기준 2만5천원, 1주일에 15만원이라고 했다.

보일러실 앞 마을입구의 빈터에는 커다란 분리수거용 쓰레기통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옆은 각 집에서 필요 없는 옷, 책, 가구 등을 갖다놓으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는 일종의 재활용 터로 이용되고, 집에서 남는 채소나 생활용품을 박스에 내다 놓고 값을 써놓으면 돈을 놓고 가져갈 수 있는 무인 판매소로도 이용된다 한다.

보일러실에서 주택단지로 들어가는 길에는 수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연못이 있었다. 원래 마을이 생기기 전부터 있던 연못인데 지금은 마을에서 쓰는 물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마을은 우수를 집수해서 빨래와 화장실 용수로 쓰기 때문에 물 사용량이 보통주택의 절반 수준이다. 마을 전체의 하수를 내보내는 곳은 벌판과 마주한 마을의 경계에 있는데 지하로 모래, 진흙, 자갈층을 여러 번 쌓는 등의 하수 정화시설을 묻어서 완전히 정화된 하수가 옆에 흐르는 도랑으로 나가게 되어있었다. 이 하수의 수질을 두 달마다 검사한다고 했다.
▲ 공동농장. ⓒ김영희

주거단지와 마을의 경계사이에 24헥타르에 달하는 땅이 있는데 여기를 공동 농장으로 만들어 원하는 주민들은 30평 정도씩 할당을 받아 텃밭을 가꾸거나 꽃을 기르고 가축을 돌볼 수 있다. 나머지는 주로 연장자 단지 주민이 완전히 유기농법으로 채소를 길러서 마을에 공급한다.

마을 안에서는 연장자 단지부터 시작해서 조합가입자 단지. 가족단지, 소유자 단지 젊은이 단지를 차례로 돌아보았다. 단지마다 넓은 공동마당 주위로 세변에는 2층짜리 연립주택이 서있고 나머지 한 편에는 공동의 집이 서있는 비슷한 형태였다. 그러나 연립주택의 색이 단지별로 다르고 공동의 집 자재와 겉모습은 다 달라서 단지마다 개성이 있었다.

또 공동마당은 단지의 특성에 따라 작은 놀이터가 있기도 하고 꽃밭이나 잔디밭을 만들기도 하고 좁은 길을 내기도 하였다. 단지 내의 각 집은 앞에 딸린 작은 화단이 있어서 입주자가 취향에 따라 가꾸고 있었다.

단지마다 공동의 집 옆에는 자전거 보관소가 있고, 나무기둥을 세워 튼튼하게 만든 빨래 건조대도 설치되어 있었다.

공동의 집에는 세탁장, 부엌, 넓은 홀 겸 식당, 그 단지의 필요에 따라 장난감 두는 방, 혹은 저장실이나 창고로 쓰는 다락방 등이 들어있었다.

세탁장에는 세탁기가 있고 벽에 사용시간 예약과 내역을 적어놓는 종이가 걸려있어서 각자 예약한 시간에 사용하고 한 달에 한번 사용료를 정산하게 된다.

식당에서는 1주일에 한번이나 두 번 단지의 주민들이 공동식사를 하는데 그 밖에 회의 장소로 혹은 공동 취미생활 장소로 다양하게 쓰인다. 벽에는 그 단지 주민이 취미생활 시간에 만든 천 공예라든가 그림 등이 걸려있었다.

공동의 집 한쪽에는 나무를 때는 보일러실이 있어 공동 보일러실에서 미처 공급하지 못한 나머지 분량의 난방을 그 단지의 각 집에 공급한다고 했다.
▲ 공동의 집. ⓒ김영희

55세부터 입주가 가능한 연장자 동은 각 집이 60~90스퀘어 미터 (약 20~30평)의 넓이로 혼자 사는 집도 있고 부부가 같이 사는 집도 있다. 집집마다 처마에 작은 종이 달려있어서 나누어 먹을 음식이 있으면 종을 쳐서 이웃을 부른다고 한다. 마침 우리가 둘러보고 있을 때, 그 중 한 집 앞 간이 탁자에 몇 사람이 모여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양해를 얻어 집안에도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침실, 거실, 부엌 등이 쾌적하게 생활하도록 되어있고 화장실의 변기는 누르는 꼭지가 두 개 있어서 대소변이 분리되어 나가게 되어있었다.

연장자 동은 입주자들이 농장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공동으로 농기구를 두는 창고가 있고 음식쓰레기를 발효시키는 큰 통이 놓여 있었다.

연못과 연장자 단지 사이의 풀밭에는 나무로 만든 조각 작품이 서있었다. 연장자 단지의 주민들이 1주일간 목공예 강습회를 열어서 실습하며 공동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조합가입자 단지는 공동마당에 작은 어린이 놀이터가 있었다.

가족 단지는 다른 곳보다 아이들이 많다고 했다. 집의 면적도 150스퀘어 미터(약 50평)로 비교적 넓은 편이었다. 마당 가운데에 빨래대가 있고 단지 옆에 자전거 세우는 간이 집이 있었다. 단지 바깥쪽의 빈터에는 아이들을 위한 큰 놀이터가 있었다. 놀이터에 있는 그네나 미끄럼, 시소 등의 놀이기구들은 단지 주민들이 손수 만든 것이라고 했다. 모두 나무로 되어있었다.

소유자 단지의 집 면적은 평균 90스퀘어미터(약 30평)이고 어른 31명, 아이가 35명 있다고 했다. 그날 안내를 맡았던 주민이 그곳에 살고 있어서 특히 공동의 집을 자세히 보여주며 자신들이 1년 걸려서 직접 지은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 공동의 집 내부ⓒ김영희

바깥 지붕에는 다른 공동집처럼 홍합껍질을 얹고 태양열집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내부는 60평가량 되어 보였는데 벽이 짚과 흙벽돌, 이중으로 쌓아 매우 두꺼웠다. 굵은 나무기둥 두 개가 실내에서 높은 천정을 받치고 있고 천정은 유리로 되어있었다. 바닥은 나무를 깔았는데 마루바닥 밑에도 홍합껍질을 넣었다고 했다.

실내 한가운데에는 오븐으로 쓸 수도 있는 벽돌로 만들어진 높고 네모난 벽난로가 서 있었다. 굴뚝과 연결을 낮게 해서 열이 아주 오래간다고 했다. 벽에는 입주자의 작품을 걸려있고 벽 속이 들여다보이는 창도 있었다.

소유자 단지에 사는 20가구 주민은 일주일에 세 번 공동 집에서 다 같이 식사를 한다. 식사시간은 저녁 6시이고 불참하면 미리 알려야 한다. 시간표를 짜서 누구나 적어도 4주에 1번은 요리 담당한다. 식사에 불참하는 것은 자유지만 요리의무는 지켜야 한다고 했다.

공동체적 주거란 같이 식사를 나누고 공동 작업을 하고 공동 취미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구현 된 것이 마을의 구역마다 있는 공동의 집이다.
▲ 홍합껍질을 얹고,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된 지붕. ⓒ김영희

몽쉐고 생태마을은 마을의 유지, 관리 등 이 마을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주민들이 나누어서 한다. 각자 자발적으로 청소, 보수유지, 농장관리 등의 조에 참여해서 공동 작업을 하고 밭도 공동으로 가꾸고 마을의 안내도 돌아가면서 맡는다.

마을 운영을 위해서 원칙적으로 2주에 한번 전체 회의가 있는데, 소그룹끼리 빈번한 회의가 열리고 모든 세부적인 사항도 일일이 회의를 열어 결정을 한다. 부엌의 작은 용기를 사는 것까지도 함께 의논한다고 한다.

이곳에 입주하려면 로스킬드시의 소속구청에 등록을 하고 현재는 빈자리가 없기 때문에 대기자 명단에 올려야 한다. 입주 허락여부는 주민들이 같이 식사를 해보며 관찰을 한 다음 결정한다고 한다.

학생들이 많은 젊은 층은 들고 나기도 하나, 이 마을 형성의 주축이 된 집소유자 단지의 주민은 지난 6년 동안 단 한명의 변동이 있었을 뿐이라고 한다. 소유자 단지의 한 가구가 집을 팔고 떠났는데 집 가격은 3억 5천이었다. 다른 단지도 특별한 개인 사정으로 이사해야 하는 경우를 빼고는 변동이 거의 없다고 했다.

마을 주민의 헌신적인 태도와 생태적으로 건강한 이념이 공동체 생활을 꺼려하거나 너무 생태적인 것에 역반응을 일으키는 사람까지도 기꺼이 참여하도록 끌어내어 지금과 같은 조화로운 마을이 되었다고 했다.

이 몽쉐고 생태마을은 덴마크와 같은 개인주의 사회에서 개인주의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공동체적 생활방식을 실현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