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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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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공화국

[한국에서 살아보니] "억지로 눈길 끄는 현수막, 굳이 필요한가요?"

내가 사는 과천의 도로에는 곳곳에 수많은 현수막이 붙어있다. 처음에는 이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갈수록 늘어가는 느낌이다. 이제는 도로에 조금 비었다 싶은 곳이면 어느새 쇠기둥으로 된 설치대가 들어서고 이내 현수막이 꽉 찬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길에 현수막까지 더해져서 거리는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다. 이런 현수막은 과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국 어디를 가도 사방에 나부끼는 현수막을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을 현수막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현수막의 내용은 가지가지다. 시청에서 무언가를 알리는 홍보내용부터 시작해서 무슨 강좌, 강습, 사설학원 선전, 심지어 음식점 선전…등. 없는 것이 없다. 시민단체에서도 무슨 행사나 알리는 일이 필요하면 우선 현수막부터 만들고 본다. 요즈음은 개인도 자신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서 현수막을 내걸기도 한다. 처음 가보는 낯선 고장이라 할지라도 길에 서서 내걸린 현수막을 한번 주욱 훑어보면 그곳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 근처에 무슨 음식점이 있는지, 그곳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대강은 짐작할 수 있다. 어찌 보면 편리하기도 하고 특이한 한국적인 문화 현상인 것 같아 재미있기도 하다.

'특이한 한국적 문화현상'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러한 현수막의 홍수를 외국에서, 특히 서구에서는 거의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주민 전체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행사를 알리는 작은 깃발이 나부끼는 것은 봤지만 우리처럼 길에 큼직한 현수막을 내걸어서 온갖 홍보와 상업적 광고를 하는 것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본 적이 없다.

그러면 그곳에서는 홍보나 광고를 어떻게 하는가. 우선 중앙신문 혹은 지역신문이 있다. 혹은 지역신문에 끼워 넣는 전단지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지역도서관과 지역 센터(커뮤니티 센터)라고 하는 곳의 알림판에 홍보 내용이나 포스터를 붙여놓는다. 그 두 군데만 붙여놓으면 그 지역주민들이 대부분은 다 본다. 그만큼 주민들이 도서관과 지역 센터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다는 소리다. 굳이 현수막을 제작해서 길가에 펄럭이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길거리에서 현수막을 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도로미관을 위해서 엄격한 제한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로변 건물의 외양에 대한 규제는 물론이고 간판의 크기와 색에도 제한이 있는 만큼 현수막에 대한 규제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에서는 왜 길거리에 현수막을 내걸까. 광고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편리한 방법이 없다. 크게 글자를 써서 길에다 내붙이면 일단 오가는 사람들은 다 보게 되어있다. 골치 아프게 도서관이니 주민자치센터니 찾아다니며 붙일 필요가 없다. 효과 면에서도 길거리가 더 낫다. 큰 글자로 꽝 박아 걸어놓으니 지나다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안 볼 도리가 없다.

그렇다 해도 현수막이 이처럼 길에 많이 걸릴 수 있는 제일 큰 이유는 시청이나 지자체에서 공식적으로 허용을 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도로미관을 위해서 제한을 하는데 한국에서는 왜 허용을 할까. 도로미관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다를 수도 있다. 도로를 아름답게 치장하기 위해서 현수막 설치를 허용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현수막을 내걸어도 도로미관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고 지자체와 주민이 다 같이 생각한다면 그만일 수도 있는 일이다. 다만 이 문제를 놓고 시민들이 함께 토론을 했다거나 합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

어쨌거나 도로는 공공재다. 그리고 그 일차적인 목적은 사람들이 불편 없이 왕래를 하는 데에 있다. 도로에 현수막 설치대를 위한 쇠기둥을 박으면 그만큼 도로는 좁아지고 불편해진다. 버티고 서있는 현수막들 때문에 시야가 막히는 것도 불편의 요인이 된다.

게다가 현수막의 글자는 몹시 시끄러운 글자다. 시선을 끌기 위한 알록달록 글자들은 큰 목소리로 밤낮없이 외쳐대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수막 설치대에 나부끼는 각종 홍보, 그리고 사설학원이나 음식점 광고를 위해서 지역주민들은 이런 정도의 불편은 아무렇지도 않게 감수한다. 아니 사실 거의 의식을 못한다. 이렇게 해서 한국적인 '특이한 문화현상'은 매우 성행하고 당분간은 그럴 것 같다.

나는 오늘도 현수막을 보면서 길을 지나다닌다. 이렇게 보라고 길에다 현수막을 붙여놓았을 것이다.

○ "한국에서 살아보니"

<1> 고생도 훈장
<2> 피곤한 사람들
<3> 불우 이웃을 도웁시다?
<4> 청계산이여, 안녕
<5> "석유 안 나는 나라에서 기차를 홀대해서야…"

<6> "기억 속 푸른 하늘, 다시 볼 날은 언제쯤?"
<7> "침 뱉을 일 많아도, 길에서는 참읍시다"
<8> "아빠, 빨리 들어오세요"
<9> 메뉴판을 하나만 주는 식당
<10> 어른도 교복 입는 나라?

<11> "여자라서 못한다고요?"
<12> "단체행동, 꼭 따라해야 하나요?"
<13> 윗사람, 아랫사람
<14> 축 합격 ○○○?
<15> "'○○과장' 대신 '○○님' 어때요?"

<16> "사교육 광풍 대책, 정말 모르시나요?"
<17> "'1등 과천'이 아니라 '보통 과천'이 좋아요"
<18> "그동안 당신은 무엇을 했는가"
○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 직업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없다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보다 더 많은 나라

- '암기가 아닌 창의, 통제가 아닌 자율'을 장려하는 교육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노는 게 원칙"
"노는 게 공부다"
"충분히 놀아야 다부진 어른으로 자란다"
1등도, 꼴찌도 없는 교실
"왜?"라는 물음에 익숙한 사회
"19살 넘으면, 부모가 간섭할 수 없다"

- "아기 돌보기, 사회가 책임진다"

"출산율? 왜 떨어집니까"
"직장인의 육아? 걱정 없어요"

- "덜 소비하는 풍요"

"에너지 덜 쓰니, 삶의 질은 더 높아져"
"개인주의를 보장하는 공동체 생활"
'빚과 쓰레기'로부터의 자유
"장관이 자전거로 출근하는 나라"
"우리는 언제 '덴마크의 1979년'에 도달하려나"

- "낡고 초라한 아름다움"

"수도 한 복판에 있는 300년 전 해군 병영"
인기 높은 헌 집
"코펜하겐에 가면, 감자줄 주택에 들르세요"
도서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 덴마크 사회, 이모저모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된 사람들
"크리스마스' 대신 '율'이라고 불러요"
아이와 노인이 함께 즐기는 놀이공원, 티볼리
"저 아름다운 건물을 보세요"
구름과 바람과 비의 왕국
"체면 안 따져서 행복해요"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사람이 만나면
잘난 체하지 마라, "옌틀로운"
"긴 겨울 밤, '휘계'로 버텨요"

- 덴마크 사회의 그늘

"덴마크는 천국이 아니다"
"덴마크 사회의 '관용'은 유럽인을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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