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만 되면, 다가 아니다. 탄핵이 몇 표로 되는지가 중요하다.
여의도에서 있어 본 사람들은 잘 알지만, 선거법 재판에서 판사들이 고려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 얼마나 중대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표 차이로 이겼느냐다.
표 차이가 상당하다면, 선거법 위반 사항이 꽤 중대해도 판결이 100만 원 이하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유죄라 하더라도 직은 유지해주는 것인데, 유권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표 차이가 거의 없이 겨우 이겼다면, 위반 행위가 중하지 않더라도 100만 원 이상의 의원 직 박탈 판결이 나온다.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고, 유권자의 판단을 고려하는 것이다.
요컨대 정치적 판결, 특히 투표와 관련된 사항에서 판사들은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다.
지난 2004년 노무현 탄핵 때도 돌이켜 보면, 판사들의 판결은 국민을 봤다. 당시 탄핵은 두 가지 점에서 무리한 점이 있었는데, 첫째는 탄핵 표결과정에서 물리적 폭력이 있었다는 점, 둘째로 국민의 여론이 압도적으로 탄핵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분명히 이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당시 헌재가 탄핵을 기각한 것만 기억하지만, 당시 판결문에서 헌재는 노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법을 위반한 것은 맞다고 판시했다. 다만, 그것이 탄핵시킬만큼 중대하지는 않았다고 한 것이다.
일반적인 선거법 재판으로 보면, 선거법 위반은 맞지만 직을 박탈할만큼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한 것과 유사하다.
9일 탄핵소추 안이 가결되면, 헌재는 이 소추 안이 타당한지를 검토할 것이다. 여러가지 수사 중인 사안의 사실여부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탄핵의 과정과 결과다.
탄핵 안이 200표를 겨우 넘어 가결되면, 헌재의 심의 기간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검 수사 결과까지 봐야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 예우 문제와는 별개로, 실질적인 대통령의 임기는 4월 하야나 크게 다름이 없다.
탄핵 안이 230표 이상으로 가결되면, 헌재는 심사 기일을 앞당길 것이다. 2월 안에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늦어도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만료일인 3월 14일 이전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혹자는, 그러면 야당과 국민은 비박은 물론 친박에게 그러한 표결 결과를 위해 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박지원 의원이 그런 입장이었다.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그럴수록 배짱을 튀기며 "탄핵이 돼도 겨우 될 터이니 결국 4월 하야보다도 못하지 않느냐? 빨리 대통령 임기 단축을 하자더니 제 발등 찍은 결과다. 강경파들이 득세하면 결국 이렇게 된다. 진즉 우리가 4월 하야로 합의하자고 하지 않았냐?"고 할 것이다. 그리고는 느긋하게 탄핵 반대파들을 모아서 표 단속에 나설 것이다.
그러니 오히려 "탄핵 안이 겨우 통과되면, 찬성 안 한 의원들은 죽는다,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보수 전체가 다 죽는다, 비박계는 살고 싶으면 너희들 표만 단속할게 아니고, 친박 의원들 표를 몇 개라도 설득해와라. 인증샷 안 찍은 의원들은 영원히 정치판 떠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라고 압박해야 한다.
물론 야당이 안 해도 국민이 한다. 그래도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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