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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등장, 바뀐 대선 3가지 시나리오는…

[주간 프레시안 뷰] "야당, 쉬운 집권은 해롭다"

새누리당이 좋아져야 한국정치 좋아져

새누리당에서 당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본격화 되고 있습니다. 지금 모든 국민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 곧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패배가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라는 점을 본인만이 외면하면서 사태의 발단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자 했던 김용태 혁신위원장의 선임에 친박은 전국위원회 무산이라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 인선도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김무성, 최경환을 만나서 사태를 매듭지으려고 하지만, 그렇게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특히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집단지도체제에서의 당내 분란으로 규정하고 그 대안으로 단일지도체제를 추진하는 것은, 전국위원회를 무산시킨 친박이 그 힘으로 당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강원택 서울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보수당의 생존 비결은 변화하는 현실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래서 시기적절하게 선제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능력에 있습니다. 보수정당이 그 능력을 잃으면 선거에서의 승리는 고사하고 생존도 어렵습니다. 지금 새누리당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야당, 그리고 야당의 지지자들은 이런 상황이 내년 대선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되기를 바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새누리당이 좋은 정당이 되어야 한국정치가 좋아지고, 국민들의 삶이 좋아집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좋은 보수정당은 정치발전에서 필수적입니다.

많은 경우 한 나라의 정치발전을 앞에서 끌고 나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진보적, 개혁적인 세력입니다. 반면 그 정치의 뒤쪽을 맡고 있는 것은 대체로 보수 세력입니다. 앞에서 끌고 가는 편의 정치력이나 정책은 늘 실험적인 데가 있고, 어딘지 어설퍼 보입니다. 그 사회가 아직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그 사회의 현재를 좌우하는 것, 당대를 살고 있는 국민들의 삶에 보다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뒤에서 이 정치를 밀거나 잡아채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좋아지려면 보수 정당이 잘해야 합니다. 당장 내년 대선의 경쟁 구도도 여당의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새누리당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새누리당, 3가지 시나리오

첫 번째는 친박이 내년 대선 때까지 당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친박 후보를 대선에 출마시켜서 무기력하게 패배하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리고 대선 패배 이후 새누리당에서는 지금과 같은 논쟁이 재현될 것입니다. 물론 그 논쟁의 결과는 지금과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두 번째는 친박이 당을 장악한 후에 비박이 탈당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선의 향방은 더욱 알 수 없게 되겠지만, 결과에 관계없이 대선 이후에는 이 비박 정당이 보수의 대표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당장의 의석 수는 친박 새누리당이 많겠지만 대선에서 친박 후보가 비박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대선에서 보수가 패배할 경우 그 책임은 비박보다는 친박 후보, 친박 정당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다음 총선에서 친박 정당은 왜소해질 것이고, 비박 정당이 보수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새누리당 내에서 비박이 쿠데타에 성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박 후보를 대선에 내보내서 선전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도 대선의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결과에 상관없이 새누리당이 건전한 보수정당으로 변화하는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어느 편이든 새누리당이 지금의 상태로 버틸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그러면 첫 번째 가능성이 가장 좋지 않겠느냐고요? 야당 지지자들에게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국민에게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선거는 아주 중요한 선거입니다. 이 선거에서 질적으로 좋은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 국민에게는 가장 좋습니다. 야당이 손쉬운 승리를 얻게 된다면, 집권하는 정부의 경쟁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어떻게든 야당이 집권하면 좋겠다는 것은 야권의 희망이겠지만 그것을 모든 국민에게 적용하려는 선지자적 태도는 오만입니다. 그런 태도는 정치, 특히 민주주의에서 용납될 수 없습니다.

저는 새누리당이 대선 이전에 좋은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서 내년 대선에서 여야의 좋은 후보들이 좋은 정책들을 놓고 경쟁을 펼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야당에게도 국민에게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야당의 후보들도 더 좋은 정치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변수에 따라 야당 후보도 달라질 것

첫 번째 시나리오가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게는 가장 좋아 보입니다. 새누리당 후보가 친박 후보라면 야당은 현재의 구도를 변화시킬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총선과정에서 더민주는 친문 색채가 더욱 강해졌습니다. 당내 경선에서 누가 나와도 문재인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국민의당에서 안철수를 대체할 대선주자도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그 결과 대선에서는 정책과 비전보다는 인물 간 경쟁이 두드러질 것이고, 소수의 친문, 친안 세력이 후보를 중심으로 선거를 좌우한 후 청와대를 장악할 것입니다.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안철수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이고, 누가 이기든 청와대와 여소야대의 국회 관계는 최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사람의 화해는 감정적, 구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정부대로 국회의 협조가 없어서 국정운영이 어렵다고 할 것이고, 국회는 국회대로 청와대가 독선적이라며 비판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경우는 보다 복잡합니다. 비박의 후보가 누가 될지는 모릅니다만, 일단 유승민, 남경필이라고 해 봅시다. 먼저,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 이 둘 중 한 사람이 비박의 후보가 되고, 반기문이 친박의 후보가 된다면 문재인이나 안철수는 승리할 수 있을까요?

결과를 속단하기에는 이릅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의 경험을 토대로 보면, 4자 구도에서 바람을 타기 시작해 큰 파괴력을 가질만한 쪽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후보일 것입니다. 반기문, 문재인, 안철수에 비해 유승민이나 남경필이 주는 정치적 피로감이 적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문과 안이 여권 후보를 확실히 제압하지 못하는 경우, 야권의 지지자들은 새로운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습니다. 야권의 잠룡들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서울, 충청, 경북을 각각 확실한 지지기반으로 갖고 있습니다.

세 번째 시나리오가 성사되면,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입니다. 만약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새누리당의 유승민이나 남경필 후보를 앞서나가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관성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단일화입니다. 그러나 지난 대선의 과정과 이번 총선의 결과를 보면 단일화는 어렵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볼 때 성사도 어렵고, 효과도 미미할 것입니다. 결국 단일화보다는 후보 교체, 즉, 문재인이나 안철수를 대체하는 야권의 제3후보가 부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레이스를 완주한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1여다야 구도에서 야권 지지자들은 전략적인 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문, 안 두 후보가 10%대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야권의 제3후보가 유승민이나 남경필 후보와 박빙 싸움을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더 넓은 상상력으로 한국정치를 보자

정치는 알 수 없다고 하지만, 한국정치는 더 알 수 없습니다.

반기문,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경쟁하는 내년 대선, 충분한가요? 친박의 새누리당, 문재인의 더민주,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집권해서 5년을 책임질 수 있을만큼 충분히 좋은 정당들인가요?

같은 사람이 당선되더라도 어떤 경쟁을 통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할 정치가 달라집니다. 누가 이기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질적으로 얼마나 좋은 경쟁이 벌어지는가 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주의에서 경쟁이란 별 의미 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과 정치를 보는 사람들이 모두 더 큰, 열린 상상력을 갖고 내년 대선을 대할 때, 한국 정치가 더 좋아지고, 우리의 삶도 더 나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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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후

16대, 17대 국회에서 보좌진으로 일하고, 영국 런던대학교(UCL)에서 '정치적 대표'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와 경남연구원에서 일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정책보좌관, 국무총리 메시지비서관을 지냈다. 정치의 이론과 현실에 모두 관심이 있다.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로 있으며, <프레시안>을 비롯해 <경향신문>, <한겨레>, <피렌체의 식탁>에 칼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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