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공화국
얼굴을 가린 시간들이
게으름을 가장하며 빠르게 흘러갔다.
고통은 폭죽처럼
우리의 몸속에서 수시로 폭발했고,
미래처럼 불투명한 짙은 먼지가
뿌옇게 몸속을 뚫고 나왔다.
지극히 구체적인 고통 앞에서
희망은 낙첨된 복권처럼 부질없었다.
입 밖으로 고통을 말하던 사람들은
일제히 겨울의 밀사에게
입을 틀어 막힌 채 소리 없이 유배되고
배소(配所)의 꽃들은 나날이
사람의 얼굴을 닮아갔다.
자력으로 자궁을 빠져나온 수많은 아이들은
일제히 고통을 향해 걸음마를 시작하고,
혀가 잘린 사람들만
묵묵히 지키는 묵언(默言)의 거리 위로
발음되지 못한 그들의 노래가 비어처럼 흘렀다.
꿈속에서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은 채로
달라지고 있었다.
<시작메모>
2017년 5월 9일, 9년5개월 만에 정권이 교체되었습니다. 소통부재와 음모적 국정운영으로 일관해 왔던 권위주의정권이 촛불민심에 의해서 심판을 받은 것입니다. 가슴 벅찬 일입니다. 물론 현실정치에서는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공약을 밀고나가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하지만 숫자의 정치와는 무관하게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의 뜻입니다. 설사 다른 정치세력들의 몽니에 어려움을 겪게 될지라도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펼친다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게 될 것이고 그것이 정국돌파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껏 대한민국의 정치세력들은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했을 뿐 실제로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배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한 정치세력들은 결국 국민들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되고 정치적 몰락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우린 역사를 통해서 매번 확인해왔습니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도무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깨달음을 얻지 못한 채 소탐대실 하다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전철을 반복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탈(脫) 권위와 소통을 주창하고 나선 신임대통령은 이 모든 전철을 반면교사 삼아 국민들이 살맛나는 국가를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정책이라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끝까지 밀어붙여 관철하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 주길 바랍니다.
정권 초기에는 떠들썩하게 신선한 정책을 제출하고 실천의 의지를 표출하다가도 시간이 갈수록 용두사미가 되어왔던 앞선 정치인들의 전철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신임대통령은 절대 초심을 잃지 말고 끝까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나가다가 퇴임 때에는 모든 국민들의 박수를 받고 청와대를 나서는 그런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그것이 압도적인 표차이로 자신을 지지해 준 국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일 것이고 역사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길이겠지요. 그렇지 않고 다시 반동적 흐름에 무릎을 꿇고 ‘그들만의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전락하게 된다면 앞선 권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도저한 국민의 분노는 그 칼끝을 다시 현 정부에게 겨누게 될 것임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아울러 촛불혁명을 부정하고 국민들의 승리를 도둑질 하려는 음모적 세력 또한 더욱 발호할 것이 분명합니다. 강고한 결의와 냉정한 자세로 반민주권력의 잔재와 그 부역자들을 완전히 발본색원할 때까지 국민들 또한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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