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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공장사람들은 언제 기계가 되는가

[문학의 현장] 무인공장

무인공장

넓디넓은 공장에 사람은 없고 기계만 돌아간다
쉴 새 없이 기계는 돌며 상품을 쏟아낸다

그대가 공장에서 일을 할 때도 사람은 없었다
기계와 함께 돌아갈 때 그대는 기계였다

스무 살이었다 공장에서 삶을 찾으려고 했던 때가
서른다섯 살이었다 공장에서 쫓겨나던 때가

그때, 우리가 공장의 주인이다, 라고 외쳤는데
지금도 그 말은 맞다 공장의 주인은 기계다

오래전에,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 라고 말한 소설가가 있었다

그대는 시장에 없는 자유를 공장에서 찾으려고 했다
그대는 법정에 없는 평등을 공장에서 구하려고 했다

공장 밖으로 쫓겨난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던졌다
공장 안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던 노동자들이었다

노동자들이 죽어도 기계는 돌아가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죽어도 상품은 넘쳐나고 있었다

멀리 아프리카에서 다국적 기업이 망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몇 달 일하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밀림으로 돌아간 원주민들 때문이라고 했다

커다란 빌딩을 에워싼 노동자들의 시위 행렬 속에
죽은 노동자는 영정 사진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대 다시 공장에 가지 못하리

공장 안에서 노동자들은 기계로 움직이지만
공장 밖에서 비로소 사람으로 저항했다

사람들은 언제 기계가 되는가
기계들은 언제 사람이 되는가

다 이루었다!

시작 노트

나는 15년 동안 기계 만드는 일을 했다. 공장자동화 기계들이었다. 내가 만든 로봇이 인간이 하기 힘든 일을 척척 해내는 것을 보면서 환호했다. 나의 노동은 즐거웠다. 내가 기계를 만들며 지녔던 모토는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을 인간에게 시키지 말라!'였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을 인간이 한다면 그는 기계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과 현실은 달랐다. 공장자동화가 되면 노동자들이 공장 밖으로 쫓겨났기 때문이었다. 노동자들은 '우리를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시위를 했다. 기계로부터의 해방적 계기가 곧 인간의 위기로 나타났다. 그렇게 공장 밖에서 인간인 노동자는 다시 공장으로 가서 기계가 되는 것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때 나는 모든 공장은 무인공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나의 노동은 슬퍼졌고, 슬픔 속에서의 노동은 나를 기계로 만들었다. 나는 기계로 사는 것이 싫어서 공장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공장은 기계가 필요한 것이지 인간이 필요한 곳이 아니었다. 무인공장을 소유한 자본가는 이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다 이루었다!'

그러나 세계는 기계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문제는 기술이다. 기계가 더 이상 기계이기를 멈출 수 있는 기술, 그것이 인간의 상상력의 중심에 놓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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