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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16>
해방
16. 해방내겐 해방되던 날의 기억이 없다.1945년 8월 15일.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나는 항상 중요한 역사의 날, 충만과 절정의 날엔 그 현장에서 멀리 있다. 1960년 4월 이승만 하야의 날. 거리를 가득 메우고 만세를 불렀던 민중의 그날, 나는 성북동 골짜기 자취방에서 한
김지하 시인
2001.10.17 09:54: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15>
나의 고통의 첫 경험. 고통이라니까 괜히 지레짐작할 것까진 없고 치통 말이다. 난 사탕을 너무 좋아해서 어려서부터 이빨이 엉망이었으니까. 자주 치과엘 드나들었다. 그 공포! 마취술이란 게 어디 변변했나! 갈데없는 고문이었다. 집게가 내 입안으로 들어오고 옆에서 내
2001.10.16 10:07: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14>
사쿠라마치. 목포대 근처 일본인들 거주지역. 단층 목조건물들이 반듯반 듯 줄지어 있는 큰 신작로. 여름날이었나보다. 햇볕이 쨍쨍한 대낮 텅 빈 신작로. 목조가옥들의 검은 콜타르빛. 우리집 바로 앞 태선이 형네 과자점 진열대, 줄지어 있는 커다랗고 투명한 유리항아리들
2001.10.15 10:05: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13>
나는 1941년 음력으로 2월 4일, 먼 동 트기 전 캄캄한 시간에 전라남도 목포시 연동 뻘바탕 수돗거리 물전 건너 옛 외갓집에서 태어났다. 이제껏 나는 나 태어난 곳이 목포대(木浦臺) 바위아래 지금도 남아있는 그 일본식 목조가옥인줄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야 비로소 그
2001.10.12 09:56: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12>
어머니의 성함은 정금성(鄭琴星), 일제때 창씨개명한 뒤 고치지 않고 오늘까지 공적으로 쓰이는 함자는 천대자(千代子). 너무나 많은 고통이 어머니의 인생을 일그러트렸고, 배우지 못하고 괄시받는 여자의 숙명이 다름아닌 어머니의 한(恨)이었다. 그 위에 아버지로 인한 한
2001.10.11 09:57: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11>
‘아버지 김맹모(金孟摸) 씨는 공산주의자였다’이 한마디는 나의 60년 생애 안에 깊이깊이 감추어진 비밀 주문 같은 것이다. 미당(未堂)이 ‘아비는 종이었다’라는 한마디에 그 일생이 결정되었듯이 내게 있어서도 이 한마디가 나의 생애를 결정지었다고 할 수도 있을 듯
2001.10.10 10:05: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10>
외가의 자존심과 오만은 유명하다. 그 오만의 정신적 배경이 바로 외할머니인 듯하다. 허나 막상 외할머니 자신은 꼭 그렇지도 않았다. 외할아버지는 쥐띠고 외할머니는 범띠, 완전한 내주장이었고 집안은 한 마리 커다란 암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듯 상호도 영락없이 호상
2001.10.09 10:02: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9>
외할아버지는 외동아들이다. 혈혈단신 외로운 처지를 어디다 의지할 곳도 하소연할 곳도 없이 만 리 파도 밖에 홀로 슬픈 나날을 보내다가 홀연 한 생각이 떠올랐다 한다. 전라도 해남 땅 어느 큰 부잣집에 출가한 배다른 누이 한 분이 있다는 이야기가 생각난 것이다. 사자(
2001.10.08 09:57: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8>
1896년. 갑오동학 농민혁명이 일본군의 크루프포(砲) 아래 참담하게 좌절된 뒤 두 해. 해월 최시형 선생은 상주(尙州) ‘높은 터’에 숨어 동학재건을 도모하고 계실 때요, 을미로부터 시작해서 온 산하에 항일의병의 아우성이 가득찬 해이자, 아관파천(俄館播遷)의 해다. 친
2001.10.05 09:44: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7>
우리 할머니, 곰보할매는 지금도 내 마음의 고향이다. 할머니는 아주 키가 작고 못생기고 곰보였는데 곰보를 발음 못한 나는 고무할매 고무할매 그랬다. 이름은 없고 군산때기라 김군산이라 한 것이 이름이 돼버렸다 한다. 항구 군산이 아니다. 고부 군산이다. 헌데 본성은
2001.10.04 09: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