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3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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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유(眞儒)의 길
[이종범의 사림열전] 김일손(金馹孫): 당신의 죽음은 하늘의 시샘이었다 ③
김일손은 어느덧 말하고 있었다. '우리의 벗이여, 그대는 홀로 마음을 힘들게 하며 백성을 아끼고 고을의 모습을 바꾸는 데 성심을 다하고 있을 뿐 세상의 간사한 기교를 정녕 모르는구나.' 그러나 이 집이 그대의 착한 정사의 산물이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업적으로
이종범 조선대 교수
시공유예(時空游藝)
[이종범의 사림열전] 김일손(金馹孫): 당신의 죽음은 하늘의 시샘이었다 ②
김일손은 문장을 지엽적 기예로 생각하였다. 도본문말(道本文末) 내지는 '문장은 도를 담는 그릇이다'는 재도문학론(載道文學論)에 충실한 것이다. 그러나 문장의 효용성은 결코 가볍게 보지 않았다. 문장이 아니면 도를 드러낼 수 없다는 입장인 '도문일치론(道
소통과 침묵
[이종범의 사림열전] 김일손(金馹孫): 당신의 죽음은 하늘의 시샘이었다 ①
아무리 풍경이 멋있어도 마음을 빼앗기면 자연에서 인간의 길을 배울 수 없으니 진정 산을 사랑하고 물을 좋아하려면 산처럼 물처럼 의리와 지혜를 체득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무리 멋진 산하의 경관도 바람처럼 변한다는 뜻을 담아 바람의 경관 즉 풍경이라고 한다
역사의 길
[이종범의 사림열전]정여창: 글은 말을 다하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하지 못한다 ⑥
정여창은 완전히 술을 끊었다. 성균관 시절 남효온과 같은 벗을 만날 때도 모친과의 약속을 지켰다. 예문관 검열 겸 세자시강원 설서로 있을 때 임금이 내린 술까지 마시지 않았다. "신의 어미가 살아 있을 때 일찍이 술을 마신 일로 꾸중을 듣고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맹
죽음의 문
[이종범의 사림열전]정여창: 글은 말을 다하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하지 못한다 ⑤
성종 21년(1490) 7월 사섬시정(司贍寺正) 조효동(趙孝仝)이 학문과 행실의 선비로 정여창을 천거하였다. 모친에 대한 지극한 효성, 치상과 시묘 중에 감사와 군수의 도움을 사양하고 모친이 모아놓은 재산까지 기꺼이 버리는 모습을 자세히 올렸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함경
산행의 비밀
[이종범의 사림열전]정여창: 글은 말을 다하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하지 못한다 ④
일찍이 '지자(知者)는 요수(樂水)하고 인자(仁者)는 요산(樂山)이라' 하였던 공자가 어느 날 강가에 섰다가 '가는 것이 이 물과 같구나, 밤낮을 멈추지 않는구나!' 하였다. 지혜로운 사람은 사리에 달통함이 흐르는 물과 같아야 하고, 어진 사람은 사람과 세
섬진강에 살다
[이종범의 사림열전]정여창: 글은 말을 다하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하지 못한다③
정여창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상장(喪葬)의 모든 비용은 가사와 가산에 무심한 자신을 생각하여 모친이 비축한 전곡으로 충당하였다. 장례가 끝나자 모친이 이웃에 빌려준 전곡까지 깨끗이 탕감하고 모든 문권을 불태웠다. 모친이 남긴 재산을 자식들이 사용할 수는
세상 곁으로
[이종범의 사림열전] 정여창: 글은 말을 다하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하지 못한다 ②
경상남도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에서 태어난 정여창은 젊은 시절 이천과 지리산에서 공부하고 중년이 되어서는 하동의 악양과 한양에서 살았다. 그런데 어린 시절은 의주까지 갔다. 10세 때에 부친 정육을(鄭六乙)이 의주부 통판(通判)이 되자 따라간 것이다. 이때 일화가 전
지리산 공부
[이종범의 사림열전] 정여창: 글은 말을 다하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하지 못한다 ①
정여창은 한동안 지리산에서 공부하고 섬진강에서 살았다. 햇빛이 한결같아도 한 기슭이 양달이면 저 편은 음지라 하였을까, 너무나 담담하였다. 그러나 세상을 향한 뜻, 인간에 대한 신뢰는 끝이 없었다. 섬진강 물길이 하염없이 굽이치는 것처럼. 정여창은 시문을 달갑게
부활의 서사
[이종범의 사림열전] 남효온: 방랑, 기억을 향한 투쟁 ⑧
오늘날 누구라도 사육신을 기억하지만, 이들을 충의의 열사로 되살린 사람이 남효온인 줄은 아스라하다. 관서지방을 오래 돌다가 고향 의령에 머물던 성종 20년(1489) 겨울이었다. 깊은 시름, 병마로 몸도 가누기 힘든 터에 붓을 들었다. "내가 한 번 죽는 것이 두려워 어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