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0월 07일 10시 01분
홈
오피니언
정치
경제
사회
세계
문화
Books
전국
스페셜
협동조합
"토란대는 딴 지 나흘만에 벗겨야…"
[섬진강변 두계마을 이야기] 토란대를 벗기다
"안 해 본 사람은 손이 가려울거여. 그랑게 장갑을 두 개 끼고 토란대를 뜯어갖고 껍질 베껴서 말려. 말려서 해묵으면 맛있응게." 송정댁 할머니가 자분자분 일러준다. 그제사 보니 마을 여기저기 담벼락 같은 데에 토란대를 세워놓았다. 지금이 토란대를 말릴 때인가 보다. 그렇게까지 일러주시는데 안하면 미안해진다. 나는 커다란 토란잎이 보기 좋아서 언젠가 한번
김영희 귀촌인
콩이 이길까? 풀이 이길까?
[섬진강변 두계마을 이야기] 콩을 응원하다
콩이 이길까. 풀이 이길까. 나는 이 둘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콩, 지가 살려면 풀 위로 크겠지. 풀이 크면, 콩은 더 크겠지. 은근히 콩을 응원해가면서 지켜보는데 콩이 풀에게 질락말락 한다. 아무래도 풀이 콩을 덮을 기세다. 오랫동안 사람 먹거리로 길들여진 콩은 더 이상 아생콩이 아닌 것이다. 할 수 없이 한 고랑 풀을 베었다. 사람이 먹을
섬진강 댐을 열면 우리 마을은…
[섬진강변 두계마을 이야기] 태풍 이후
"오후 6시부터 섬진강댐에서 초당 00톤을 방류할 예정이오니 강변 가옥이나 관광객들은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오후 들어 두 차례 마을에 이런 방송이 나왔다. 도시에 있을 때는 댐을 방류한다느니 하는 뉴스가딴 세상일인 줄 알았는데 이런 마을방송을 직접 듣게 되니 새삼 섬진강가에 살고 있다는 실감이 부쩍 난다. 태풍 무이파는 지나갔는데 비
"아이 없는 마을에 아이들 소리가 넘쳤다"
[섬진강변 두계마을 이야기] 외갓집 마을
정자에서 와글와글 소리가 나서 보니 아이들이 모여 있다. 외갓집 마을 체험하러 온 초등학생 손님이다. 우리 마을이 바로 외갓집 마을이다. 8년 전 처음 '외갓집 마을'로 선정이 되었을 때는 동네에서 소를 내어 달구지도 끌고, 높은 대나무 원두막도 짓는 등 온 마을 분들이 열성적으로 손님맞이에 참여하셨다는데 요즈음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오만 것 다 묵어도 나이는 묵을 것이 못 돼야"
[섬진강변 두계마을 이야기] 내 밭에 원군이 : 탑골댁 할머니
밭고랑에 무성한 풀을 보다 못해원군이 나타났다. 탑골댁 할머니다. "놀면 뭣해" 하면서 어디든 필요한 곳에 손 보태기를 좋아하신다. 그 옛날탑골에서 시집을 왔다하여 탑골댁이라 불리는 이 할머니는 올해 연세가 여든 다섯. 허리가 꼬부라져서 걷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데, 밭에서는 풀매는 솜씨가 어찌 그리 날랜지. 풀뿌리 잡아 뽑는 손힘이 나보다 억세다. 나라면
'아장아장' 타고 장에 가던 날, 팥죽으로 배부르던 날
[섬진강변 두계마을 이야기] 장 나들이
어쩌다 달력을 보니 오늘이 장날이다. 아직 농사꾼이 못되어서 일에 매이지 않으니 장에나 가볼까. 아침에 콩밭 한 고랑 풀을 맸으니 오늘 일은 한 셈이다. 딱히 살 것은 없지만 날도 비가 보슬 꾸물, 기분도 꾸물해서 장 바람이나 쐬어보려는 요량이다. 장에 가는데 뭘 타고 간다? 읍내까지 십 킬로. 나의 '아장아장'(다마스)이 있긴 있다. 하지만 우르르 혼자
"콩도 외로우면 잘 안 커요"
[섬진강변 두계마을 이야기] <7>경쟁? 협동?
콩 모종을 세 개씩 심은 이웃 아주머니 밭과 무식한 탓으로 모종을 한 개씩 심은 내 밭이 너무나 차이가 난다. 콩을 심으려면 세 알씩 심고, 모종도 세 주씩 함께 옮겨 심어야 서로 경쟁하느라 잘 큰다고 한다. 그럴까? 서로 경쟁하는 걸까? 서로 의지가 돼 잘 크는 게 아닐까? 서로의 훈김으로 잘 크는 게 아닐까. 콩도 혼자서 외로우면 잘 크지 않는 거겠지.
"새 각시가 가마 타고 시집오다 뒤집어져서, 풍덩!"
[섬진강변 두계마을 이야기] <6>우리 마을
마을 입구에 서있는 안내판. '외갓집체험마을'로 지정된 덕에 여름에는 꼬맹이 단체 손님이 제법 온다. 이 다리를 건너서 마을로 들어간다. 섬진강을 이렇게 가까이서 내려다보며 건너는 곳도 흔치 않다. 낚시꾼이 보인다. 철에는 강에 엎드려 다슬기 줍는광경도 흔히 볼 수 있다. 마을 초입. 이 길을 따라 들어 간다. 이 속에 마을이 있 을 줄이야.그래서 마을 이
마을 새내기의 집들이 풍경을 소개합니다
[섬진강변 두계마을 이야기] <5>집들이
"여러분들, 과천댁이 집들이를 한다는디 다음 주 복날이 괜찮겄소?" "이왕이면 복날 허면 좋제." 야무진 부녀회장 덕에 집들이 날자를 정했다. 그런데 복날이라…. 그럼 닭죽을 쑬까? 그래도 돼지고기를 삶아야 하나? "여러분들, 여러분들, 다시 내 말 조께 들어보드라고 잉. 복날이라고 닭죽을 한다는디 어쩔랑가? 밥으로 허는 것이 더 좋을까?" 부녀회장이 다시
"나는 인자 네 옆에서 살아갈 동무풀이여"
[섬진강변 두계마을 이야기] <4> 풀에 대한 예의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풀에 대한 생각은 '산과 들에서 자라는 초록색 그 무엇, 나와는 거리가 있는 식물군, 기분 좋은 생명체…' 와 같은 매우 막연한 것이다. 그런 풀이 시골에 오자 갑자기 나의 생활권 안으로, 그것도 매우 가까이 들어와 버렸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무지하게 살아왔는지 여지없이 드러나게 되었다. 초록색 그 무엇이던 풀이 가까이서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