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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새내기의 집들이 풍경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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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새내기의 집들이 풍경을 소개합니다

[섬진강변 두계마을 이야기] <5>집들이

"여러분들, 과천댁이 집들이를 한다는디 다음 주 복날이 괜찮겄소?"
"이왕이면 복날 허면 좋제."


야무진 부녀회장 덕에 집들이 날자를 정했다. 그런데 복날이라. 그럼 닭죽을 쑬까? 그래도 돼지고기를 삶아야 하나?


"여러분들, 여러분들, 다시 내 말 조께 들어보드라고 잉. 복날이라고 닭죽을 한다는디 어쩔랑가? 밥으로 허는 것이 더 좋을까?"


부녀회장이 다시 조곤조곤 의견을 묻는다.

"죽보다 밥이 낫제"

이렇게 해서 집들이 메뉴도 정해졌다.

▲ ⓒ김영희

상량식도 생략하고 집을 지은 터라, 그래도 동네 분들에게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어서 집들이 한다고 했더니, '안 해도 된다', '간단히 음료만 대접해라', '식당에서 하는 것이 간단하고 좋다', '마을회관에서 허제' 등의 의견이 나왔다가 마을회관에서 이른 저녁을 먹기로 정한 것이다.


마침 집들이 전날이 오일장이라서 장을 봐다 놓고 앉아있으려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우리 집으로 꾸역꾸역 몰려왔다. 모두들 손에 봉지 한 개씩 들고 있었다.


"아니 뭣이다요?"
"부자 되라고 갖고 왔네이."


저마다 크고 작은 부엌세제를 내놓는데, 미처 못 샀다고 봉투를 내미는 손도 한 둘이 아니었다. 아니 촌에서 이게 웬일인가. 나는 어리둥절 해있는데 아랫집 아주머니가 머리에 무슨 자루를 이고 마당으로 들어섰다.


"자네는 쌀을 이고 오는가?"

부녀회장이 하는 말에 나는 속으로 '웬 쌀? 농담이겠지.'하고 있는데 아랫집 아주머니가 정말 쌀을 내려놓는 것이 아닌가. 내가 받은 중 가장 인상적인 집들이 선물이었다.

돈이 귀한 촌에서 단돈 몇 천 원이 어딘데, 이런 선물을 받다니. 집들이를 빙자해서 선물과 봉투를 등친 것이 아닌지.


▲ ⓒ김영희

내가 음식 한다고 큰소리쳤지만 주도권은 솜씨 좋은 동네 분들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맛의 고장 전라도가 아니랄까봐 두계마을 음식 맛도 보통 수준이 아니다.

내가 이 마을에 처음 인연을 맺은 8년 전만해도 마을회관이 그들먹했는데 그 사이 빈자리가 많이 생겼다. 더 빨리 내려올 걸.

▲ ⓒ김영희

▲ ⓒ김영희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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