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부터 섬진강댐에서 초당 00톤을 방류할 예정이오니 강변 가옥이나 관광객들은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오후 들어 두 차례 마을에 이런 방송이 나왔다. 도시에 있을 때는 댐을 방류한다느니 하는 뉴스가 딴 세상일인 줄 알았는데 이런 마을방송을 직접 듣게 되니 새삼 섬진강가에 살고 있다는 실감이 부쩍 난다. 태풍 무이파는 지나갔는데 비가 계속 세차게 내리더니 댐 문을 여는 모양이다. 지난해에는 이런 경보 없이 한꺼번에 많은 수량을 방류해서 강변에 있는 가옥이며 논밭이 피해가 컸다고 했다. 심지어 강가에 새로 지은 전통한옥 몇 동이 마을 분들 말에 의하면 '아직 사랑땜도 못했는디 절반이나 물이 든' 사태가 일어났다 한다.
댐 문을 열면 마을로 들어오는 낮은 다리가 잠기게 된다. 하필 남편은 내일 과천에 올라가겠다고 작정을 한 터인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마을이 고립되기 일쑤였다는데 지금은 좀 멀기는 하지만 압록 쪽에 있는 큰다리로 건너다닐 수 있어서 고립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에도 다리가 물에 잠겨서 돌아온 적이 있다.
사실 댐만 열지 않는다면 이만한 비로 다리가 잠기거나 피해를 입을 마을이 아니다. 몇 년 전 홍수와 태풍으로 전국이 물난리 바람난리가 났을 때도 이 마을은 끄떡없었다. 당시 이장님한테 '우리 마을은 워낙 자리를 잘 잡아서 예로부터 날씨로 인한 재해가 없었다'는 요지의 자랑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올 여름 쏟아 붓는 듯 오는 비에도 계곡 물소리가 한층 커졌을 뿐 자연배수가 잘 되어 별 피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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