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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 대한 정부의 '새만금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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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 대한 정부의 '새만금 사기극'

[기자의 눈]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법치주의'인가

2006년 봄 대법원은 새만금 사업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결과는 정부의 승리.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1991년 시작부터 논란의 대상이었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까지 이어져온 15년의 논란이 대법원의 판결로 종지부를 찍었다. '환경재앙'을 경고했던 환경단체들은 "어디 두고 보자"는 식으로 돌아섰고, 정부는 새만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법원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용훈 대법원장은 5년여를 끌면서 1심과 2심에서 각기 다른 결론을 내렸던 새만금사업에 대해 집중 심리를 통해 신속한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이 대법원장의 바람처럼 대법원 판결은 논란의 '종착역'이 된 것이다.

새만금에서 삭제되는 '농업'이라는 단어

▲ 이제는 사라지게 될 당초 새만금 개발 계획 조감도. ⓒ프레시안
그리고 2009년 1월 12일. 정부와 여당은 새만금사업 토지이용계획의 70%의 농업용지를 30%로 줄이고, 대신 산업용지를 70%로 늘리는 방안을 확정하고 '새만금 특별법'을 고치기로 했다. 2007년 말 제정된 새만금 특별법은 "새만금사업지역을 농업을 기조로 하는 환경친화적인 개발"(제1조)로 목적을 명확히 하고 있는데, 이 조항에서 '농업'을 쏙 빼내겠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하는 순간 3년 전 법정에서 "새만금은 농지다"라고 줄기차게 주장하던 정부 측 변호사들이 떠올랐다.

새만금 재판에서는 환경오염 문제가 큰 쟁점이 됐지만 이에 못지않은 중요한 쟁점이 '경제성'이었다. 원고인 환경단체들은 "식량 자급이 이뤄지고 개방화 바람에 따라 농업의 경쟁력이 떨어져 있는 논도 갈아엎고 있는 마당에 여의도의 140배에 이르는 새만금 간척지에 농지를 만들면 누가 들어가서 농사를 짓겠느냐"고 공격했다.

더불어 "전라북도의 요구와 정부의 속셈은 일단 간척지가 만들어지면 산업용지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산업용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당초 간척면허의 전제조건인 농업용지 조성을 포기하고 산업용지에 맞는 환경영향평가와 경제성 검토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간척면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용지로 개발하고 싶으면 차라리 떳떳하게 속셈을 드러내놓고 평가를 처음부터 다시 받으라는 것이다.

이에 맞서 정부는 "새만금=농지"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소송에 함께 참여한 전라북도 측은 내심 산업단지 개발을 원했고 도민들에게 그렇게 홍보했지만, 소송에 이기기 위해서는 일단 정부의 등식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법정에서 틈만 나면 "미래 식량안보", "북한의 식량난" 등을 운운하며 전략적 식량생산 기지로서의 새만금을 강조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철새들은 갯벌보다 논 습지를 더 좋아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보다 못한 전북지역 일부 지식인들이 "지금까지 공사가 진행된 일부 지역만 간척해 산업용지로 쓰고 나머지는 갯벌을 보존해 생태 관광지역으로 육성시키자"는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절대 포크레인의 삽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지역민들의 여론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지역발전 방해하는 역적"으로 몰리기도 했다.

기자도 당시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등의 '삼보일배'를 시작으로 법정 공방을 취재할 때도 전주 시민 등으로부터 "너는 서울 사람이니까 모른다", "왜 전북의 미래를 짓밟으려 하느냐"는 욕설과 비난, 억울함, 호소가 뒤섞인 항의전화에 시달렸다.

'새만금=농업' 전제로 사업 인정한 대법원

결국 대법원은 정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새만금=농지"라는 정부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농지조성 목적에 변경이 있느냐'에 관한 대법원의 판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출처 : 대법원 2006.3.16. 선고 2006두330 전원합의체 판결【정부조치계획취소등】)

농업기반공사(현 농촌공사)나 전라북도가 복합산업단지 개발을 검토하고 대통령이 공단과 국제항 조성에 관한 종합개발계획 추진안에 관한 발언을 했다는 사정들만으로는 현재 농지조성과 농업용수 개발을 주목적으로 한 새만금간척종합개발사업의 토지이용계획이 복합산업단지 개발로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향후 사업목적의 변경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현재의 사업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거나 법률적으로 또는 실질적으로 사업목적이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다. 쌀 공급과잉 현상으로 쌀 재배면적을 감소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정수준의 식량자급을 유지하기 위한 우량농지의 확보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므로, 필요 이상의 과다한 우량농지가 전용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농지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즉 대통령 등이 '용도 변경'을 언급했으나 서류상 새만금 사업은 농지조성이라는 목적이 일관되게 유지돼 왔고 사업목적 변경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가능성만으로 법률적 인정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후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정부는 '사업목적 변경'을 감행하기로 했다. 차라리 노무현 정부는 염치라도 있었다. 2007년 새만금 특별법을 만들면서도 차마 대법원의 판결을 외면할 수 없어 "농업을 기조로 하는"이라는 목적이라도 명시해뒀다.

정부가 앞장서 대법원 무시

녹색연합은 12일 논평을 통해 "2006년 대법원의 새만금 판결 요지는 농지로서의 개발을 전제로한 적법 판결이었다"며 "법적으로 풀어야 할 사회적 합의과정을 몇몇 국무회의에서 결정해 통과한 것으로, 국정운영자들이 앞장서 위법을 저지르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녹색연합은 또 "새만금 지역을 다른 용도와 목적으로 개발할 경우는 사전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 등 통합영향평가가 새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지로 만들 경우 별도의 성토(흙 쌓기) 작업이 필요 없지만, 산업용지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 3~5m의 흙을 쏟아 부어야 한다. 사업비만 6조 원에서 19조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수질오염 예측 모델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새만금에 '시화호 재앙'을 경고할 때 "시화호는 주변에 공단이 있기 때문으로 새만금은 다르다"고 주장하던 정부다.

새만금에 대해 공공연히 '산업단지'라고 바람을 넣던 정부와 지자체는 재판에서 불리하자 '식량안보' 운운하며 농지 외에는 절대 이용될 수 없다고 눈 가리고 아웅하고, '토목공사'를 유달리 좋아하는 새 정부 들어서는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고 제대로 삽질을 시작하겠다고 한다.

직접 재판에 참여한 이용훈 대법원장은 '법치주의'를 부르짖는 정부가 사법부 최고기관의 판단을 가볍게 뒤집어버리는 '대 대법원 새만금 사기극'의 광경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사회적 갈등도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새만금에 경제자유구역을 뒷받침할 신항만을 만들겠다고 하니 벌써 부산지역 언론은 "항구가 넘쳐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무래도 새만금은 '법원이 사회적 갈등의 종착역이 되길' 바라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뜻과 달리 100년 짜리 논쟁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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