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우리나라 생합 생산의 80%를 차지한다는 말 그대로 넓은 생금 밭인 전라북도 김제 거전 갯벌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지 한 달이 지났다.
갯벌에는 하얗게 입을 벌린 폐 조개가 지천에 깔려 있다. 군데군데 배를 뒤집고 죽어 있는 숭어가 썩어가고 있고, 힘없는 파도의 끝자락엔 밀려온 게나 패각이 긴 띠를 이루고 있다. 물이 들고 나는 갯벌 선에는 서해비단고둥이 갯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겹쳐서 몰려 있다.
살기 위해 물을 찾아 이동해 온 모습이 눈물겹다. 삶의 한가운데서 떠밀려 온 것은 비단 고둥만이 아니었다. 그레질로 생합을 잡던 주민들은 이제 그레와 갈쿠리 대신 쓰레기 집게를 들고 폐 조개 수거 일을 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렇게 기구한 운명을 예측이나 했을까?
"금쪽같은 조개들 죽어 뒹구는 모습 보기 싫다"
큰 섬과 작은 섬을 지나 한참을 달려온 곳은 계화도 앞 어느 한 갯등. 방조제가 막히면서 높아진 갯등에는 조개 무덤이 넓게 드러나 있었다. "처음엔 눈물이 나고 속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지." 죽은 조개를 주워 담는 아주머니들은 이제 거의 체념한 듯 보인다. 운반하는 일을 맡은 남자들은 연신 담배만 피워대고 있다. 매일 같이 80~100망을 주워내 수거 차량에 실어 보낸다고 한다.
배수갑문에만 의존하는 새만금에는 물막이 공사 이후 6600㏊의 땅이 물밖으로 모습을 드러났다. 이 넓은 면적의 땅은 염습지는 물론이고 주로 생합을 비롯한 패류의 서식 환경이 가장 좋은 강 하구 갯등과 옥봉, 수라 등 마을과 가까운 황금 갯벌이었던 곳이다. 현재 폐 조개를 수거하는 곳은 거전마을뿐이다. 그 넓은 면적에서 몇 십 명이 수거한들 효과가 있을까마는 주민들은 이렇게라도 걷어내고 싶어 한다. 그대로 금쪽같은 조개들이 죽어 뒹구는 모습이 보기 싫기 때문이다.
죽음의 그림자 드리워진 새만금, 더 이상 머무르지 않는 생명들
어느 새 갯골에 물이 차는 시간이 된다. 540m 수문에 의지하는 새만금 바다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닷물을 보내고 있다. 그마나 아직껏 살아남은 생명들은 이 밀물에 의지하며 살아 간다. 도요 물떼새 무리들이 바빠지고 그레질을 나온 주민이나 죽은 조개를 수거하러 나온 주민도 돌아올 채비를 서두른다. 저 아래쪽에서 담뱃값이라도 벌어야겠다며 나온 할머니의 망을 살펴보니 3㎏ 남짓, 갯벌택시비도 못 건졌다며 혀를 찬다.
거전갯벌 앞, 생활하수에 포함된 계면활성제가 군데군데 거품을 이루었다. 그 주변으로 썩어가는 갯생물을 먹기 위해 깔다구들이 무리지어 날고 있다. 염기가 빠지고 빗물에 고여, 수온이 상승하면 깔다구들은 이곳에 많은 알을 낳게 될 것이다. 올 여름 모기가 더욱 극성을 부릴 게 분명하다.
거전 옆 심포항, 물이 들어오지 않는 포구는 적막하기 그지없다. 뻘이 쌓인 포구 앞 갯벌에는 포크레인이 배를 빼기 위해 열심히 갯바닥을 파고 있다. 사리 때를 기다려 물이 들어오는 큰 갯골로 옮기려는 것이다. 더 이상 배들은 포구에 머물 수 없다. 배들도 새들도 다들 새만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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