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도 "정치권에는 안 간다"고 수 차례 얘기해 왔던 이용득 위원장이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한나라당 "순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나라당 관계자는 20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비록 순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용득 위원장에게 비례대표 제안이 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미 그 전부터 한나라당 일부 관계자들은 공공연히 "한국노총 출신 비례대표로 이용득 외에 생각하는 바가 없다"는 말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관계자들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일단 부인했다. 하지만 이용득 위원장의 측근은 "순번 싸움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춘수의 '꽃' 입에 담는 이용득
"순번 싸움만 남았다"는 전언은 이용득 위원장이 출마로 마음을 굳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심경 변화는 이 위원장이 최근 사석에서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자주 인용하면서부터 점쳐져 왔다.
김춘수의 '꽃'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는 시구를 이 위원장이 종종 인용하는 것을 두고 노동계 안팎에서는 "한나라당의 러브콜에 이 위원장이 응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정치하더라도 비례대표로는 안 간다"더니…
문제는 이 위원장은 줄곧 "정치권에는 안 간다"고 공언해 왔다는 것. 이 위원장은 지난해 초 대선 정책연대를 시작하면서부터, 그 결론이 '이명박 지지'로 맺어지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을 때까지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해 왔다.
불과 한 달 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위원장은 위원장 퇴임 이후 자신의 행보를 둘러싼 각종 추측에 모두 고개를 저었고, "설사 내가 정치를 하더라도 지역구로 가면 갔지 비례대표로는 안 간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 이용득 "총선 출마? 안 한다는 말 뒤집고 싶지 않다")
한국노총 관계자들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 이 위원장의 심경의 변화 배경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노총 내에서는 "한국노총 출신 중에 누군가 비례대표로 간다면 이용득이 가는 것이 제일 한국노총에 낫지 않냐"는 흐름이 존재하고 있다.
더욱이 이 위원장은 한국노총 내의 '개혁파'로 분류되던 인물로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 세력인 '보수파'와 위원장 재직 내내 충돌해 왔던 사람이다.
결국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지지 선언이 4월 총선에서 한국노총의 한나라당에 대한 '무조건 지지'를 끌어내고, 이용득 위원장 변신의 명분까지 돼주고 있는 셈이다. (☞관련 기사 : '李 짝사랑' 한국노총, '무조건' 한나라 지지)
잇따르는 한국노총 고위직의 '변신'
이용득 위원장 외에도 한국노총 출신의 변신은 잇따르고 있다. 정책연대 추진 당시 한국노총에서 사무처장을 역임했던 이용범 중앙연구원 부원장도 최근 강원 춘천에 한나라당 공천 신청을 했다.
지난 16대, 17대 총선에도 출사표를 던졌던 이 전 사무처장은 국민회의와 민주당의 노선을 이어왔으며 노무현 정부 아래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까지 지냈다.
정책연대의 특수를 노려 여의도 입성을 꿈꾸는 한국노총 출신들의 변신은 그 성패 여부를 떠나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더디게나마 개혁의 길을 걸어 왔던 한국노총의 역사에도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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