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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장석춘 새 위원장 "이명박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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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장석춘 새 위원장 "이명박 믿는다"

찬성률 91.5%…"이명박 '마이웨이'엔 투쟁으로 맞서"

새 한국노총 위원장에 장석춘 금속노련 위원장이 91.5%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단일 후보로 차기 집행부 선거에 입후보해 당선된 장석춘 신임 한국노총 위원장의 일성은 정책 연대의 대상인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믿음과 견제'였다.

장석춘 위원장은 이날 선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당선인이 한국노총을 방문했을 때 정책 협약을 준수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일단 당선인을 믿는다"면서도 "차기 정부가 경제성장의 한 축인 노동자를 배제하고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일방적인 희생은) 정책 연대의 본질에서도 벗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이행과정 점검해 나갈 것"
▲ 새 한국노총 위원장에 장석춘 금속노련 위원장이 91.5%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프레시안

한국노총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88체육관에서 선거인대회를 열고 차기 집행부를 선출했다. 전체 선거인단 2788명 가운데 2149명이 참가해 1967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179표, 무효는 3표였다.

장석춘 위원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노총이 차기 정부와 정책협약을 맺은 만큼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차기 정부와 정책 협약의 이행과정을 철저히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당선인이 한국노총을 배제하고 갈 경우 "한국노총이 오히려 강력한 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새 정부가 공공부문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장 위원장은 "추진 과정에서 한국노총과 소통하지 않는다면 투쟁을 통해 분쇄하고 막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이명박 간담회 무산에는 "안타깝다" 한 마디

이명박 당선인이 민주노총(위원장 이석행)과의 간담회를 하루 전날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조합원도 엄연히 경제를 끌고 가는 한 축"이라며 "당선인과 민주노총 지도부와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이 빨리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대 노총 공조의 길은 한국노총의 새 집행부가 들어선 후에도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장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그동안 보여준 한국노총에 대한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민주노총이 변한다면 양 노총 간 신사 협정 체결을 비롯해 공동 사업과 현안 투쟁을 벌이겠지만 민주노총이 한국노총 흠집 내기를 계속한다면 조직 수호 차원에서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설명했다.

새 집행부가 이뤄야 낼 핵심적인 과제로는 비정규직법 재개정을 꼽았다. 장 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가 이미 노사 차원의 것을 넘어 사회문제로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차기 사무총장으로는 장 위원장과 러닝메이트로 나온 백헌기 현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부위원장으로는 양병민 금융노조 위원장, 김주영 전력노조 위원장, 강성천 자동차노련 위원장 등 24명이 선출됐다.
물러나는 이용득 "장석춘, 내 기조 이어가야"

▲ 한국노총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88체육관에서 선거인대회를 열고 차기 집행부를 선출했다. ⓒ프레시안

새 위원장 선출에 따라 이용득 위원장은 3년 8개월 동안 달고 있던 '한국노총 위원장' 명찰을 떼게 됐다. 물러나는 이 위원장의 마지막 당부는 "내가 지난 시간 이어 왔던 기조를 장석춘 집행부가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새 집행부에 대한 '쐐기 박기'인 셈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장석춘 후보가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의 계승 의지를 밝혀 모든 것을 믿고 새 집행부에게 자리를 넘겨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서는 "새 정부 출범시기 단결된 노총의 모습을 확실히 하고 한국노총의 운동 노선의 유지관철을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 위원장의 공개적인 '약속 받기'에 대해 장 위원장은 후보자 연설을 통해 "한국노총이 그간 지도부 차원에서 외친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를 상층부의 담론 수준을 넘어 현장 조합원의 눈높이에서 출발하는 노선으로 확산시켜내겠다"고 화답했다.

부위원장 선출 '사고' 파문…보수파 바람 부나?
▲ 장석춘 위원장은 이용득 전 위원장이 가져 온 노선과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대외적으로 밝혔지만 '포스트 이용득'의 한국노총에 보수화 바람이 불어올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프레시안

비록 장 위원장은 이용득 전 위원장이 가져 온 노선과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대외적으로 밝혔지만 '포스트 이용득'의 한국노총에 보수화 바람이 불어올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날 동시에 치러진 부위원장 선거에서는 이용득 전 위원장의 노선과 기조를 잇는다는 장 위원장의 공언을 무색케 하는 '사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용득 사람'으로 분류되는 정광호 현 상임부위원장이 새 부위원장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

정 부위원장은 위원장 추천위원회에서 제출한 명단에는 올랐으나 장석춘 위원장이 이를 최종 발표되는 과정에서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의 부위원장 선거는 새로 당선된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부위원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추천한 후보를 대상으로 일괄 찬반투표를 하도록 돼 있다.

이를 두고 한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용득의 노선은 이어 가되 이용득 직계를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새 집행부의 고민과 함께 한국노총 내의 보수파의 입김이 작용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천위원회에서 제출한 후보를 위원장이 직권으로 누락시킨 것은 선거 규약에 위반될 소지가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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