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새해 1월로 예정된 차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27일 공식 선언했다.
지난 17일 회원조합대표자회의에서 "나에게 그만하라는 말을 직접 한 분은 아무도 없었다"며 사실상의 재출마 선언을 했던 이 위원장이지만, 이날 한국노총 홈페이지를 통해 "장석춘 위원장을 차기 노총 위원장으로 추천한다"며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서 위원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것은 장석춘 금속노련 위원장 뿐이다.
이용득의 육탄방어 "보수 대 개혁의 구도 막겠다?"
이용득 위원장은 "(위원장 선거가 치러지는) 3년 마다 되풀이 되는 병폐도 막아야했고 사적인 관례를 의리라는 미명으로 위장하고 몇 명이 사조직 그룹을 형성해 노총을 좌지우지하려는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아야 했다"며 "장석춘을 구하고 한국노총을 구하고자 제안했다"며 불출마 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한국노총 내 일부 세력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노총이 어느 개인, 어느 집단의 소유물이냐"며 "장석춘 동지에게 노총 위원장을 종용한 사람들은 노총 운영에 아무런 비전도 방법도 가르쳐주지 못했고 개인적 서운함만을 말하며 노총의 약진을 왜곡했다"고 말했다.
이미 출마선언을 했던 장석춘 위원장은 지난 5일 동안 두문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내의 소위 '보수파'가 이용득 위원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장석춘 위원장을 밀면서 차기 임원 선거가 '이용득 대 반(反)이용득'으로 굴러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선거가 이용득 대 반 이용득의 구도가 되면 개혁파 대 보수파의 구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구도에서 이 위원장은 한국노총 내의 보수파가 장석춘 위원장으로 결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위원장 선거를 포기한 셈이다.
이 위원장이 "고민하는 장석춘 동지를 만나봤더니 순수한 백지 상태였다. 이런 사람을 노총과 노동운동이 아닌, 사리사욕에 물든 사람들에게 이리 저리 끌려다니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이나 "제가 새로이 정립한 한국노총의 정체성과 방향성은 이어져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맥락에 있다.
독단의 결정…'팽팽한' 경선보다는 선거 후 입지 강화 선택
하지만 이 위원장의 이 같은 결심은 "경선에서 압도적 승리가 어렵겠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통운수노련(KTF) 등 한국노총의 거대 조직에서 사실상 이 위원장 대신 장 위원장을 미는 분위기로 흘러감에 따라 경선에서 지는 것보다는 깨끗이 물러난 뒤 본인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것을 선택한 것.
이날 이용득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은 개인적인 결단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용득 위원장의 이날 선언은 차기 선거를 단선으로 치르되 장석춘 위원장이 자신이 끌어 온 기조를 이어가고 보수파에 휘둘리지 말라는 의미이며 동시에 보수파에 대한 공격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지지 선언 이후의 후폭풍으로 거세게 불고 있는 한국노총 내의 보수화 바람을 막기 위한 '육탄방어'라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향후 본인의 거취에 대해서는 "내 거취가 중요하냐"며 "결심을 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이라면 향후 일정한 역할분담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은 내년 1월 29일 서울 강서구 88체육관에서 3000여 명의 선거인단이 모여 차기 위원장 선거인대회를 연다. 이를 위해 최봉홍 항운노련 위원장 등 5명으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31일까지 입후보 등록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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