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배반" 비난도 무릅썼건만…
이 당선인은 지난달 28일 일찌감치 전경련을 방문해 대기업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노동계 방문은 우선순위에서 젖혀놓았다. 당초 금주 중으로 예상됐던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회동은 다른 일정 때문에 다음 주 이후로 미뤄졌다.
'이명박 지지' 선언 이후 "노동자의 자기배반"이라는 외부의 따가운 비난과 조합원 탈퇴 등의 내부 진통을 겪어야 했던 한국노총으로서는 이 같은 상황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이에 한국노총은 "당연히 당선 직후 빠른 시일 내에 찾아 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박영삼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책협약 체결의 당사자를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불쾌하다"며 "5만이나 10만 명도 아니고 50만 명이 넘게 투표해서 지지 선언을 한 한국노총에 대해 한나라당이든 인수위든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을 더욱 '발끈'하게 한 것은 "양대 노총 위원장을 한꺼번에 만나는 것은 어떻겠냐"는 한나라당 측의 제안이다. 6일 저녁 이 당선인 측 임태희 비서실장이 한국노총 관계자와 일정 협의를 하던 중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을 내세워 한나라당 반대편에 섰던 민주노총과 같은 자리에 앉히는 것은, 비난을 무릅쓰고 이 당선인을 지지했던 한국노총의 '수고'를 깡그리 무시하는 일에 다름없다. 이에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과 붙어보겠다는 민주노총과 대선에서 이명박을 지지한 한국노총을 한 자리에서 만나겠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출자총액제한 폐지 등 기업 중심 규제완화에 주력하고 있는 이 당선인 측이 한국노총의 '예민한 입장'을 고려할 여력이 없어, 한국노총의 '서운함'만 쌓이는 것이다.
상황을 보다 못한 한나라당 전재희 최고위원이 7일 한나라당·인수위 연석회의에서 "당선인이 한국노총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느냐"며 "한국노총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한나라당에 들어와서 일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놔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앞으로도 한국노총이 '찬밥 신세'를 면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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