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태우는 것은 대개 '없어졌으면'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불에 태우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11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에서는 이상한 '화형식'이 벌어졌다.
불에 타고 있는 관에는 '비정규직 철폐, 근조(謹弔) 코스콤, 위장 도급 철폐' 등의 구호가 써 있었다. '비정규직, 코스콤, 위장 도급'이었어야 할 화형식에 엉뚱한 단어들이 더 붙은 것이다.
이 이상한 화형식에 대해 코스콤비정규직지부는 "이제 더이상 코스콤을 상대로 죽음의 저주, 퇴출의 저주를 토해 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파업 150일이 넘어 극적으로 노사 합의라도 이뤄낸 것일까?
아니다. 오히려 지부는 "그동안 코스콤 퇴출을 위해 멍에처럼 끌고 다녔던 관들을 재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이제 코스콤의 생사는 코스콤 스스로에게 달려 있음을 깨닫게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불태워진 관들은 파업 150일을 넘긴 코스콤 비정규직지부가 한동안 점심 시간마다 장송곡과 함께 거래소 주변을 메고 돌던 것들이었다.
노동부도, 법원도, 국회의원들도 모두 코스콤이 사용자라고 밝힌 마당에 유일하게 그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코스콤이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국정감사 당시 이종규 코스콤 사장의 증언을 문제 삼아 검찰에 위증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성실 교섭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코스콤 스스로 '같이 살'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있다고 노조는 판단하고 있다. 이 이상한 화형식은 "같이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면 코스콤이 스스로 자멸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노조의 경고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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