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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포스코, 이랜드, GM대우, 코스콤까지…

[일과 희망·24] 하청노동자 문제, 현상ㆍ본질을 동시에 보자

최근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집단적 노동분쟁은 원청회사에 노동력의 공급만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하청업자 소속 노동자(이른바, 하청노동자)들의 원청회사에 대한 격렬한 투쟁에 관한 것이다.

예컨대 서강대교 부근 철탑에 올라가 "악덕기업의 회장을 구속하라"고 외치거나 어떤 할인매장의 물건은 "아무리 싸도 절대 사지 말자"는 등의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 일반인들은 노동자 측 또는 노동단체가 너무 심하게 행동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고 여기에는 부분적으로 타당한 면도 많다.

그러나 현상만 볼 것이 아니라 본질을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 그들은 왜 저렇게 격렬하게 행동하고 있는가 또는 근본적인 원인에 관해서 생각해야 한다.

포스코, 이랜드, GM대우, 코스콤까지…
▲ 지난해 여름 포항지역 건설노조 조합원 2500여 명이 원청회사인 포스코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프레시안

최근의 하청노동자들의 격렬한 투쟁활동 사례를 보자. 우선, 2006년 7월경 약 1개월 동안 포항지역 건설노동조합에 소속된 일용노동자 약 2500명이 포스코를 1개월 동안 점거하여 농성을 하였고 경찰이 이를 해산하는 과정에서도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였다. 이 분쟁으로 인하여 포스코와 하청업자 등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또한 노조의 지도부 상당수가 구속되거나 형사재판에 회부되었고, 포스코는 노조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엄청난 금액을 배상하라는 법원 1심판결이 나왔다.

또한, 할인판매사업장이 계약제 노동자와 계약갱신을 거부하고, 이들이 담당하여 온 업무를 하청업자와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주로 쟁점이 된 사례다.

여기서도 외주화를 저지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과정에서 매장점거와 농성 그리고 경찰의 투입으로 인한 강제해산도 있었다. 그 후 상품불매운동으로 발전하였으며, 위 사업장의 분쟁은 발생 몇 개월이 지난 현재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 결과적으로 해당 노동자와 회사 그리고 입점주 등이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다.

그리고 지엠대우자동차에서는 최근 비정규노조를 조직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원청회사인 위 회사의 노무팀 등 직원들이 폭행하고, 조합원이 많은 하청업자를 폐업시키는 등 탄압을 하였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사건에 관해 노동·시민운동단체가 조사단을 구성하여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사태의 원인과 경위 그리고 결과에 대해 진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 최근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코스콤과 같은 하청노동자의 문제는 이제 특정 회사 또는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레시안

또한, 원청회사 코스콤은 자신의 관리직들이 임원을 맡고 있거나 출자에 의해 만들어진 하청회사를 만들었고, 하청회사는 노동자들을 고용하였지만, 원청회사는 이들을 마치 자신이 직접 고용한 것처럼 사용하였다고 노동자들은 주장한다.

이들을 조직한 노동조합은 원청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고,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하였지만 이유 없다고 거부되었다. 위 노동자들은 오랫 동안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는 장외 투쟁을 계속 하였고, 결국에는 원청회사를 점거하여 농성을 벌이다가 경찰에 의해 해산되고 지도부는 구속되기도 하였다.

한편, 위와 같은 사례들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하청노동자의 문제가 비정규직법의 시행을 전후하여 더욱 확대되었다.

이제 하청노동자의 이용형태는 특정 회사 또는 사업장만의 문제는 아니며,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우리나라 전체 산업현장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른 사업장에서도 이러한 노동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도대체 하청근로에는 어떤 부작용이 있기에…

정규직과 비교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용불안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하청노동자에게는 비정규직에서 발생하는 보편적인 특성 이외에도 하청업자에게 소속됐다는 점에서 또 다른 부작용도 존재한다.

첫째, 원청회사와 하청업자 사이의 구조적이고 경제적인 종속성이 그 원인이다. 원청회사에 노동력을 제공할 노동자를 고용하여 공급하는 것을 사업내용으로 하는 하청업자 대부분은 직접 사업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또한 독자적인 경제적인 이익과 손해를 결정할 수 있는 자본과 사업내용도 없다. 이러한 하청업자의 사업운명은 원청회사와 노동자의 공급을 위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것에 달려있다.

따라서 하청업자는 원청회사와의 거래관계에 있어 경제적 종속성은 구조적이고 아주 강하다. 그리고 하청업자는 원청회사와 체결하는 도급계약에 의하여 경제적 수지를 맞출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 소속 노동자에게 지급할 임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한다. 만약, 원청회사가 공급받을 노동력의 물량감소 또는 단가를 인하하면, 하청업자 소속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근로조건의 악화로 연결된다. 이것이 반복되어, 원청회사의 노동자와 하청업자 소속 노동자 사이에 고용불안과 근로조건의 차별을 더욱 가속화 또는 고착화시킨다.

둘째, 노동사회의 양극화와 사회적 비용지출이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경제와 노동사회의 양극화를 방치하면 사회적 갈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원인은 모든 형태의 비정규직 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내용이지만, 비정규직법의 시행으로 확산되고 있는 '외주화'의 경향은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원청회사의 노동자와 하청업자 소속 노동자의 이해관계의 대립이 고착되면 노동자층의 통합도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자층의 양극화는 노동사회의 내부적 갈등을 넘어서 사회 전체에 불안과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또한, 노사갈등에는 기업 또는 사회가 지출해야 할 비용이 따른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하청노동자들의 노동분쟁에 관련된 원청회사 또는 협력회사 등은 사업수행의 지장 등으로 인하여 부담해야 할 경제적 비용 또한 매우 크다.

셋째, 법적 이익과 책임의 불균형이다. 원청회사는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하청업자에 소속된 노동자를 이용하는 '외주화'를 선택할 강한 유혹을 받게 된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이를 거절하는 것은 '이익을 포기하는 경영'이 된다. 그런데 법의 제정과 해석을 통한 적용에서 당연히 고려되는 것이 '이익과 책임의 균형성'이다. 이러한 논리가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종속성으로 인하여 노동관계법의 영역에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제정되고 해석되지만, 전체 노동법의 체계 속에서는 동일 내지 유사하다. 하청노동자의 경우 비정규직법상의 차별적 처우의 금지와 그 시정절차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중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원래 사용자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업무에 종사시켜 왔기 때문에, 고용에 따른 책임 또는 의무는 당연한 부담으로 파악되었다. 종전에는 소극적으로 이용하던 위장도급 또는 불법파견이 이제는 필요한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한 보편적인 인력운영의 형태로 고착되고 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력 이용에 따른 법적 이익과 책임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하청노동자 문제, 무분별한 이용 억제와 차별 금지가 해법이다

원청회사와 노동자 또는 하청업자와 하청노동자의 관계는 '경제와 노동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하청근로의 부작용을 일시에 간명하고, 완벽하게, 모두 해결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원청회사가 하청업자를 통해 노동력을 이용하는 것을 계속 방치하게 되면 '노동력의 이용에 따른 이익과 법질서의 기본 원칙에 따른 책임의 부담'사이에 너무나 큰 틈이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무분별한 하청노동자의 이용을 억제하고, 근로조건 등에서의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는 법 또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법과 제도는 엄격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원청회사도 탈법적인 노동력을 이용할 수 없어, 결과적으로 하청노동자의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다.

전체 사회의 통합성과 경제의 위기 막기 위해…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거치는 약 10년 동안 우리 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문제에 관해서는, 하청노동자를 포함한 비정규직의 확산으로 노동자층은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이것은 우리사회의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

IMF외환위기 이전과 그 이후를 비교하면, 약 10년 동안 노동자층의 집단행동은 상당히 자제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정권하에서 누적된 노동자층의 양극화는 이제 어떤 계기만 주어진다면 폭발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

비정규직의 보호는 노동자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경제의 문제이다. 따라서 하청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계속 방치하면, 전체 노동사회는 분열의 함정에 빠지고, 그 결과는 우리사회의 통합성과 경제를 저해하는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 프레시안 정기칼럼 <일과 희망>의 필자들이 일부 변경되었습니다. 이승욱 한양대 교수와 주경미 부산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센터장이 빠지시고 박수근 한양대 교수와 조주은 여성학자(이화여대 여성학과 박사과정)가 새로 들어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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