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참, 그렇게 하면 안 돼요. 배추 뒤부터 속을 발라 가야 되는 거예요."
"속을 적당히 넣어야지, 이건 너무 많다. 저건 너무 적고. 누가 했어요?"
손이 영 서투르다. 배추를 부채 펴듯 펴 놓고 속을 바르는가 하면 한 쪽에서는 김장보다는 배춧잎을 떼어 입으로 넣기 바쁘다. 몇 포기 채 담그지도 않았는데 벌써 옷은 양념이 온 데 묻어 난리가 났다.
대부분이 남자인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김장을 담가 봤을 리가 없으니 당연하다. 유일한 여성 조합원인 정인열 씨도 "한 번도 안 해봤다"며 웃었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앞, 길 위에서 김장이 한창이다.
어느덧 80일을 넘긴 파업 기간 동안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 한 두 가지는 아니었다. 고공농성도 처음이고 단식도 처음이었으며 국회 의원님들도 살면서 처음으로 만나봤다. 그 중에서도 김장은 재미난 일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시린 손보다는 어설프기는 피차 마찬가지인 서로의 서툰 손놀림을 타박하는 일이 즐겁다.
다만 춥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인 이 김장 김치가 떨어지기 전에 파업을 끝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만 간절하다.
코스콤비정규지부는 이날 담근 김장 김치 200여 포기를 기륭전자 등 장기투쟁 사업장과 영등포 내 노숙자 지원 센터 등에도 나눠줄 생각이다. 모두가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과 함께….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