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닙니다." "저희는 억울합니다."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온 코스콤 대표이사와 정규직노조 위원장은 의원들의 질문에 각각 이렇게 대답했다. 질문의 내용은 서로 달랐지만 대답의 취지는 비슷했다.
코스콤 "아니다, 모른다, 확인해야 한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전산업무를 담당하는 코스콤 비정규직들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이날로 42일째 전면파업 중이다. 코스콤의 비정규직 사용과 관련해 노동부가 이미 불법파견 판정을 하고 검찰에 송치한 상태이며 우원식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등에 의해 위장도급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하지만 이날 이종규 코스콤 대표이사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은 의혹들을 모두 부인했다. 위장도급의 증거로 꼽힌, 코스콤의 협력업체 증전엔지니어링의 대표이사 직을 코스콤 직원이 맡아 왔고 이들의 월급 및 4대 보험을 코스콤이 지급해 왔다는 것에 대해서도 "겸직할 경우 코스콤의 월급이 더 많으니 우리가 돈도 주고 보험 가입하는 것일 뿐"이라며 위장도급의 근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내 놓은 "도급과 파견의 한계 설정이 불분명하다"고 코스콤 스스로 진단한 문서들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취임 전에 만들어진 문서로 내용을 잘 모르며 보고를 받았는지 기억이 안 난다", "실무자 차원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고만 대답했다.
이 대표가 이런 답변으로 일관하자 홍준표 환노위 위원장은 "취임 전이라고 모른다는 건 허수아비 사장"이라며 "수십 만 명을 거느린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도 그런 것은 다 기억한다"고 질타했다.
노동부의 불법파견 인정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사실관계를 더 확인해봐야 한다"며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
정규직노조 "우리 조합원들 악한 사람들 아니다"
이날 함께 증인으로 나온 우승배 정규직노조 위원장은 이 대표이사보다 더 목소리를 높여 억울함을 피력했다. 증권산업노조가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코스콤 정규직노조만이 '모른척'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세간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한 듯했다.
배일도 의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전에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었나"는 질의에 우승배 코스콤노조 위원장은 "같은 사무실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고 답변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근로시간과 임금에서 현격하게 차이가 나지 않나"는 질문에는 "억울하다. 임금 차이는 일에 따라 틀리다"고 말했다.
우승배 위원장은 오히려 정규직 노조가 맞닥뜨리고 있는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이 심각함을 강조했다. "왜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 위원장은 "우리 조합원들도 그렇게 악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코스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코스콤 사용자성 부인한 중노위도 '곤혹'
이날 국감에서는 지난 9월 11일 코스콤의 사용자성을 부인한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이원보)에 대한 의원들의 날카로운 공격도 이어졌다.
우원식 의원은 "중노위의 판정은 행정지도로 법적 효과가 없는 것임에도 서식을 판결 결정문처럼 보이게 만들어 사용자로 하여금 이 판정을 근거로 삼게 만들었고, 판정 과정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의결 절차를 모두 생략한 원천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병호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례를 근거로 들며 "업무종속성도 현대중공업보다 코스콤이 훨씬 더 강한데 중노위가 제대로 판정한 것이 맞냐"고 몰아붙였고 홍준표 위원장도 "한 달 간격으로 나온 중노위 결정과 노동부 남부지청의 판단이 상치되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원보 위원장은 "조정신청이 들어온 기준으로 본 것이며 남부지청이 조사한 것은 코스콤이 아닌 협력업체 증전엔지니어링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대답했다.
"여기까지 온 데는 중노위의 책임도 상당히 크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 즉각적인 조정이나 사후조정이라도 할 용의가 있느냐"는 단 의원의 질의에 이원보 위원장은 "조건이 갖춰진다면 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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