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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님, 코스콤에 한 번 와보시죠"

비정규직법 긴급토론회에서 터져 나온 다급한 외침

"그렇게 웃으면서 할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동안 죽어가는 우리와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1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 지난 7월 시행된 비정규직법에 대한 '긴급' 토론회가 열리고 있었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이 주최한 이 토론회에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축사를 하는 도중에 토론회를 지켜보던 한 참석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소리쳤다.

이상수 장관은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중요한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래 담론이 이중적인 측면이 있다"라고 말하던 중이었다.

"소수에게 이익이 되더라도 우리처럼 대다수의 사람이 짤려 나간다면 문제가 있는 법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증권산업노조 코스콤비정규직지부 대외협력국장 김유식 씨였다.

그는 장관에게 "코스콤에 한 번 와 보십시오"라고 덧붙였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전산 업무를 담당하는 코스콤의 협력업체 노동자인 임호규 씨도 소리쳤다. "노동부는 비정규직악법 책임져라"라는 외침과 함께, 토론회 장 뒤에는 '20년 간 부려먹고 이제 와서 남이라니? 노동부는 불법파견 선두주자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즉각 나서라'는 현수막이 펼쳐졌다.
▲ '20년 간 부려먹고 이제 와서 남이라니? 노동부는 불법파견 선두주자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즉각 나서라.' 14일 오후 비정규직법과 관련된 긴급 토론회장에서 현재 파업 중인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펼친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프레시안

노동부도 "불법파견 혐의 있다" 인정했지만…직접 고용은 '모르쇠'

이들은 증권업계의 IT 인프라 구축 및 운용을 담당해 왔던 코스콤에서 일을 하던 사람들이다. 직장은 코스콤이었지만 근로계약은 각각 다른 협력업체와 맺고 있었다. 증전이엔지(ENG) 외 24개 회사가 코스콤과 도급계약을 맺고 있었다. 즉 하청 노동자인 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회사는 대부분 경영상 및 노무관리상 독립성이 없어 이들은 코스콤이 파견법을 피하기 위해 위장도급계약을 맺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2년을 초과해 파견 노동자를 사용할 경우 원청이 직접고용 의무를 지도록 돼 있는 파견법을 피하기 위해 파견이 아닌 도급의 형태로 노동자들을 사용해 왔다는 것.

코스콤의 '불법파견' 혐의는 노동부도 인정했다. 때문에 이들은 코스콤이 자신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 7월 시행된 비정규직법의 취지로 볼 때도 상시업무에 종사해 온 이들은 직접 고용돼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원청인 코스콤은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없다며 이들의 요구 수용은커녕 교섭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 회사측 주장으로 '면담'인 대화를 20여 차례 했지만 그마저도 중노위의 "코스콤은 사용자가 아니다"는 행정 지도 이후 뚝 끊겨버렸다.

"단계적 해결? 당장 다음주면 해고 통보가 날아 올 판인데…"

이들이 이날 비정규직법과 관련된 긴급 토론회를 찾아 이같은 '소동'을 벌인 것은 이런 답답함 때문이다. 이들은 전날인 13일 서울 마포구의 중노위를 찾아 2시간 가까이 농성을 벌이고 이원보 위원장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 이원보 위원장은 이 면담에서 △조정 철회 △관련 자료 및 녹취록 공개 △재조정 신청시 담당 위원 전면 교체 등의 요구에 대해 "현재의 법으로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노조가 전했다.

김유식 씨는 "당장 다음 주면 해고 통보가 날아 올 판인데…"라고 말을 흐렸다. 이랜드 여성 비정규직에 이어 곳곳에서 수도 없이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토론만 하고 있으면 어떻하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이들이 축사 도중에 일어나 코스콤의 문제를 얘기하기 시작하자 이상수 장관은 "일단 앉아서 얘기 좀 들어보라"며 "긍정과 부정의 측면이 다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있으니 노동자의 유연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두 개의 가치를 함께 고려한 것이 현재의 비정규직법"이라는 것이었다.

이 장관은 "우리 사회에는 한 꺼번에 다 얻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단계적으로 접근했다. 이 법이 시행된 지 불과 60일을 겨우 넘겼는데 법 재개정·폐기를 얘기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유식 씨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노동부는 단계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하지만 당장 해고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단계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법 시행 이후 더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문제를 모르쇠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단계적 해결'을 언급했다. 하지만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당장 짤려나가고 있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이냐"고 답답해 했다. 사진은 이상수 장관의 축사 도중 일어나 발언을 하고 있는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프레시안

"장관님, 우리의 눈물을 기억해 주십시오"

이 장관의 축사가 끝나고 토론회는 시작됐다. 이민우 한국노총 정책본부장과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의 발제가 이어졌다.

같은 시간 여의도의 증권선물거래소 앞에서는 60여 명의 조합원이 로비로 들어가지 못해 경찰 및 용역경비원과 몇 시간 째 대치중이었다. 로비 안에는 30여 명의 조합원이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못한 채로 갇혀 있었다.

이들 두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는 토론회 장을 나서며 이상수 장관에게 직접 접은 학을 전달했다. 그 학 안에는 "비정규직 철폐, 이상수 장관님 우리의 눈물을 기억해주십시오"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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