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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독재적 발상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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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독재적 발상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나"

사회단체 "경찰의 시위 대응 방침 변경, 당장 철회하라"

경찰이 경찰 저지선(폴리스라인)을 넘는 시위자를 전원 연행하고 집회·시위 도중 '폭력을 휘두르는 자'에게 전기충격기, 최루액, 물대포를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인권·사회단체들이 일제히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은 각각 15일 논평을 내고 '경악적', '시대착오적'이라는 표현을 쓰며 이 같은 방침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과잉진압과 폭력대응 예상돼…집시법과 경찰 인식부터 개선하라"

지난 14일 경찰청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고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엄정한 대처를 요구한데다 최근 수년간 시위대와 경찰이 직접 물리적으로 충돌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 시위 대처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규모 집회·시위 현장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후방에 7∼8명 규모의 검거조를 배치해 이를 넘어서는 시위 참가자를 연행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런 새로운 방침을 반영해 집회·시위 대응 매뉴얼을 개정하는 작업에 들어갔으며 내부 검토와 현장 점검 등을 거쳐 빠른 시일 안에 시행할 계획이다.
▲ 지난해 6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서 인권단체로 구성된 '경찰 폭력 대응팀'이 경찰의 폭력에 반대하는 플랭카드를 들고 서 있다. ⓒ프레시안

이에 대해 한국진보연대는 "경찰의 이번 방침은 폭력의 확대와 악순환을 불러오는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과잉진압과 폭력대응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진정으로 집회시위 문화를 개선하려면 온갖 집회를 불허하여 참가자들을 불법으로 내모는 등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는 집시법부터 개정해야 한다"며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주목적인 집회를 차벽과 병력을 동원해 고립시키는 현행 시위 대처방식도 대폭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진보연대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으로 치부해 모든 참가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하는 경찰당국의 천박한 인식부터 뜯어고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법·폭력 시위는 줄고 집회금지는 늘어나는데…"

민주노총 역시 "아직도 경찰이 시위를 폭력행위로 바라보고 시위참가자를 폭도로 인식하는 독재적 발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고 있지 못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테러 진압용 무기인 전류총 테이저 건은 지난해 4월 현대 하이스코 순천공장을 점거한 노동자들을 진압하면서 이미 경찰이 사용한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당시 물대포를 맞아 젖어 있던 노동자들은 테이저 건에 감전돼 고꾸라지고 2~3분 간 경련을 일으키는 등 아찔한 경험을 해야 했다"며 "자칫 실명은 물론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최근 경찰이 일방적으로 규정한 '불법 과격.폭력 시위'조차 차차 줄어들고 있다"며 "오히려 늘어나는 것은 단지 '교통소통 방해' 등을 이유로 민주적 권리를 박탈해 온 경찰의 전횡"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이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과격.폭력 시위'는 2003년 134건, 2004년 91건, 2005년 77건, 2006년에는 62건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서울의 경우 집회금지 통고 비율은 2005년 7.25%(2만1803건 중 158건), 2006년 8.73%(3만1634건 중 276건), 2007년 상반기에는 8.79%(1만1042건 중 97건)로 점차 늘어났다.

민변은 "집회의 자유는 생각을 달리하는 소수가 방해받지 않고, 특별한 허가 없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의견을 표출하고 정치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민주적 시민의 권리"라고 지적했다.

또 민변은 "정부 정책에 순응하거나 주류의 목소리, 언론 매체를 장악하고 있는 다수자들은 거리로 나설 필요가 없다"며 "집회나 시위는 이런 권력을 갖지 못한 소수자, 소외된 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통로"라고 지적했다.

"이미 검토했던 사안…도입은 정부 출범 후 이뤄질 듯"

한편 경찰청 장전배 경비과장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작년(2007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검토해온 사안"이라며 "폴리스라인 침범 문제에 대해서 경찰은 옛날부터 그런 입장을 밝혀왔고, 테이저건(전자충격기)도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나온 이야기"라고 말했다.

장전배 과장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현장에 대해서 법질서 확립하겠다는 얘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라며 "미묘한 시기에 얘기가 나와 필요 이상의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지 크게 해석할 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테이저건 등의 위험성에 대해 "사용해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생각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또 그는 도입 시기에 대해 "아무래도 신정부가 출범을 할 것이고 가시적인 활동은 그 이후에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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