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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법 소음 규제는 '침묵시위'만 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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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법 소음 규제는 '침묵시위'만 하라는 것"

도로 소음이 70dB, "소음 기준 80dB 비현실적"

'정치 1번지'라 불리우는 서울 종로는 '집회 1번지'라는 명칭도 갖고 있다. 광화문과 종묘 등을 중심으로 각종 집회가 많기 때문인데, 요즘 집회에는 또 다른 관심거리가 생겼으니, 새로운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의 소음 단속 규정이다.

추석을 앞둔 24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확보와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앰프와 스피커가 설치된 승합차량이 있었고, 마이크를 통해 연설이 한창이었다.

<사진1> 장애인 집회

***'92dB', 집회 단속 기준 '80dB' 초과**

최근 집회 소음 규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집회 현장에는 방송국 소음 측정기가 소음을 측정하고 있었다. 연사가 구호를 외치지 않고 차분하게 연설을 하고 있었으나 연사 5미터 앞에서 측정한 소음도는 92dB를 오가고 있었다. 80dB이 넘어 단속 대상이다.

<사진2> 소음측정기

새로 개정된 집시법 시행령은 집회 소음을 80dB(야간 70dB) 주거.학교 지역은 65dB(야간 60dB)을 넘을 경우 경찰서장이 확성기 사용 중지를 명령할 수 있고, 이를 어길 경우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게 된다.

다행히 이날 집회는 경찰과의 별다른 충돌 없이 가두 행진까지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경우 주변에서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봤다며 신고를 하거나 경찰서장이 확성기 사용 금지를 명령했다면 새로운 집시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밖에 없는 집회였다.

***시민단체 "집시법 소음 규정은 집회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

이에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개악집시법 대응 연석회의'는 집시법 소음 규정에 대해 "두 사람의 대화가 60dB임을 감안하면 개정안은 육성으로만 집회를 하라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수백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는 개최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침묵시위와 소규모 육성시위만을 강요하는 법안이다"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진2> 도로소음 측정판

실제로 장애인 이동권 집회가 열리고 있던 세종문화회관 건너편 도로에 서울시가 설치한 '도로소음도' 측정판에는 도로변 소음이 '70dB'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결국 도로변에서 대화를 나눌 때도 70dB이상 목소리를 높여야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인 셈이다.

게다가 측정 기준도 문제다. 연석회의에 따르면 소음측정 기준이 '피해가 예상되는 건물의 외벽에서 소음원 방향으로 1~3.5m 떨어진 곳'에서 하게 돼 있는데, 측정 결과 세종문화회관이나 대학로처럼 집회 장소에 건물이 가까우면 80dB을 훨씬 초과하고, 마로니에 공원 같은 곳은 건물이 멀어 80dB을 넘나든다는 것이다.

또한 위에서 지적했듯이 도로소음만 70dB이 넘는다고 봤을 때 집회의 소음 측정이 집회만의 소음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도 남아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에 장치를 설치해 객관적인 소음치를 측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80dB 기준은 자칫 집회 장소를 제한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표> 소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90dB 이상이면 청각 손상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원진직업병관리재단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곽현석, 이성민 연구원은 지난 4월 있었던 공무원노조 집회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보건적인 측면에서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고소음은 소음성 난청 및 스트레스, 고혈압 등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규제와 관리가 필요하다"면서도 "집회의 경우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소음발생원이라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실제로 이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사진3> 소음 자제 플랭카드

***"집회 피해 민원 끊이지 않아 불가피한 조치였다"**

반면 경찰은 잦은 집회의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앞에 위치한 국민은행 여의도 지점 앞은 한 때 각종 집회가 매일같이 벌어져 직원들이 업무 방해를 호소해 담장에 '집회 자제'를 호소하는 간판을 부착하기도 했고, 지난 4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가 벌어졌던 광화문 일대는 지나친 앰프 소음으로 인해 주변 식당과 사무실에 피해가 간다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찰은 나름대로 소음 기준을 만든 것에 대해 "집회로 인한 피해 민원이 끊이지 않아 만든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이날 장애인 집회와 같이 "일률적인 단속 보다 주위에서 민원이 접수되거나 소음이 과도하다고 판단될 때만 단속하는 등 융통성을 발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장애인 이동권 집회 질서를 담당하던 한 경찰관은 "경찰 입장에서는 민원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조금씩만 엠프 음량을 줄이고 새로운 집회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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