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채증 장비 도입 검토 중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시제품 헬멧에는 조그만 구멍(핀홀)이 뚫려 있고 이 구멍 안쪽에는 30만화소 내외의 소형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가 내장돼 있으며 이 헬멧의 개당 가격은 100만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경찰은 예산 당국과 협의를 거쳐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이 장비를 실전에 배치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실제 시위 상황에서 영상이 제대로 촬영·기록되는지 점검한 뒤 도입 여부를 최종 결론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밖에 원격 조종과 사진 촬영이 가능한 소형 무인정찰기, 얼굴 패턴 인식 시스템, 복면 시위자 얼굴 식별 장치 등 폭력시위 현장 증거수집을 위한 고성능 채증 장비들의 도입 여부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대책은 집회시위 안전관리 대책 태스크포스(TF)팀 및 경비과, 정보과 등 경찰청 내 다양한 부서에서 고심하고 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의 채증은 멀리서 카메라로 찍는 방식이다보니 판독도 잘 안되는 문제가 있다"며 "근접해서 채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하는 고민 끝에 이런 장비를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일몰 뒤에도 가능한지, 흔들릴 때 위험은 없는지 등을 기준으로 조만간 시제품을 테스트할 것이고 그 뒤에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증에 앞선 영장 제시가 기본이다"
경찰의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다산인권센터의 박진 활동가는 "사진 채증은 영장을 가지고 해야 한다"며 "그것은 국가 공권력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일반인들의 정보를 취득할 때 필요한 기본적인 절차"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조치는 집회를 일단 '불법'으로 간주하는 경찰이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불필요한 조치일 뿐"이라고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그간 경찰은 사진 자료를 이용해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추후에 출두를 요구하는 등 채증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을 악용해 왔다"며 "우리나라에 증거법이 성립돼 있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집회를 불허하는 경찰의 '불법'부터 따지자"
한편 경찰의 '캠코더 헬멧' 도입 방안은 그간 집회 현장 채증을 강화해 온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불법·폭력 시위 채증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불법 집회'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 방안은 큰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이후 경찰은 한미 FTA 범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하는 집회를 비롯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대부분의 집회를 금지해 물의를 빚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각각 "범국본이 평화적으로 시위하겠다고 밝혔으므로 조건 없이 집회 신고를 수용하라"고 권고했으나 경찰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국 37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이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인 집회를 불허하며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며 4월 한 달간 개최할 집회 및 시위에 대해 경찰에 집회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불복종 운동'을 선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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