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시내 주요 도로에서 개최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집회 및 가두행진에 대해 줄줄이 금지 통보를 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공동대책위원회'(여수 공대위)가 신고한 오는 25일 집회 행진 신고에 대해 '도심 주요 도로'라는 이유로 금지를 통보했다.
이에 앞서 오는 3월 17일로 예정돼 있는 파병반대국민행동(국민행동)의 '이라크 침공 4년 규탄 국제반전공동행동' 집회도 같은 이유로 금지했다.
"여수 참사 규탄 운동 막으려는 꼼수다"
여수 공대위는 지난 22일 서울지방청에 서울역 광장-남대문-시청-청계천 열린광장 행진에 대한 집회 신고서를 접수했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행진 구간이 소위 '주요 도로'에 해당돼 주변 도로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킨다"며 집시법 제12조 2항을 들어 '금지 통보'했다.
경찰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여수 공대위는 23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여수참사 희생자들의 영령과 유족들, 그리고 고통 받는 이주노동자들과 그들의 인권향상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을 생각인가"라며 "도심 주요 도로를 아홉 영령을 추모하고 정부의 억압 정책에 항의하는 데 잠시 이용하면 왜 안되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종로경찰서는 집회 정리장소인 청계천 열린광장을 서울시가 불허하기 때문에 금지 통보를 하겠다고 했다"며 "경찰은 심지어 열린광장 옆의 '차 없는 거리'조차 '시민들의 왕래가 불편하다'며 안된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경찰의 방침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억압정책을 숨기고, 여수참사 규탄 운동이 대중화 되는 것을 막으려는 비열한 꼼수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영령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모욕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되는 집시법
국민행동의 행진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난 15일 서울지방청에 서울역 광장-회현 로타리-종각-광화문 행진에 대한 집회신고서를 접수했지만 경찰은 다음날인 16일 금지를 통보했다.
국민행동은 "이번에 신고한 집회는 지난해 3월 19일과 9월 23일, 그리고 2005년 9월 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반전집회와 똑같은 장소, 똑같은 행진 코스였다"며 "경찰은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인 집시법을 이용해 정치적인 판단으로 집회를 막아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요 도로이기 때문에 집회를 금지한다면, 서울 시내에만도 16개나 되는 주요 도로가 있어서 사실상 집회를 개최할 수 없다"며 "교통 소통 문제 때문이라면, 집회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경찰이 교통 흐름 안내를 잘 해야 할 일"이라고 경찰의 작의적인 법 해석과 직무 유기를 비난했다.
"전세계에 한국의 비민주적 작태 알릴 것"
국민행동의 김광일 기획단원은 23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레바논에까지 파병을 하면서 부시의 전쟁을 성심성의껏 지원하고 있는 정부가 한국 사회 내 반전 평화의 목소리를 억압하려 하고 있다"며 "이번 금지 통보는 반민주적인 처사"라고 비난했다.
국민행동은 경찰의 집회 금지 통보에 항의하는 기자회견 및 법적대응과 함께 국제적인 항의 행동을 조직할 계획이다.
국민행동은 "이번 집회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반전평화운동이 함께하는 공동 행동"이라며 "우리는 한국 경찰의 비민주적인 작태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규탄의 메시지와 항의 행동을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11월 한미 FTA 반대 집회 이후 '경찰이 왜 주요도로를 내주느냐'는 등 여론이 안 좋다"며 "그런 사회분위기와 겹쳐서 이런 결정이 내려진 듯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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