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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를 보고 최연희를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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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를 보고 최연희를 떠올리다

[기자의 눈]버티기, 물타기, 권력에 기대 살아남기

<문화일보>가 신정아 씨 알몸사진 게재와 관련된 사과의 글을 18일 1면에 냈다. 신 씨의 알몸사진을 실은지 35일 만이다.

<문화일보>는 '독자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사고를 통해 "선정성 논란과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하여 독자 여러분께 충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히고 있지만, 알몸사진 게재 후 일었던 파문과 반발을 감안하면 진정성이 담겼다고 하기엔 부족하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에 담긴 속내는?

취재경위와 선정성 및 사생활 침해 논란과 관련된 입장을 담은 이 사고의 요지는 보도는 정당했지만 사회적 비판이 쏟아지니 사과한다는 것이다. "선정성과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결과적으로 선정성 논란과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 사과드린다"는 문구에는 문화일보 경영진의 '고집'이 담겨져 있는 듯 하다. 문화일보 경영진은 편집국 간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과 노조가 중심이 된 비상대책위원회가 합의한 사과문 게재에 대해 끝까지 난색을 표명했고, 원래 16일로 합의됐던 사고 게재가 18일로 미뤄졌다는 사실을 보면 더욱 그렇다.
▲ 문화일보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맨 왼쪽)과 시민단체 회원들. ⓒ프레시안

그간 <문화일보>의 공식사과, 책임자 징계, 더 나아가 자진 폐간까지도 요구해온 여성.시민단체들의 반응은 그래서 냉담하다. 문화일보 앞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해온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는 18일 논평을 통해 "분명하게 잘못된 보도로 명백한 사과를 해야 할 사안에 대해 이처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필요불가결한 단서라 주장하는 것은 문화일보가 여전히 상황 파악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논평 전문 보기)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정당한 보도였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지난 12일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사과' 결정에도 재심을 청구했던 문화일보가 미흡하나마 사과 의사를 표명한 이유는 안팎에서 코너에 몰렸기 상황 때문.

신정아 씨는 알몸 사진과 관련해 "찍은 적이 없다"고 완강하게 부인하면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혔다. 학력위조 등과 관련된 신 씨의 범죄와는 상관없이 <문화일보>의 알몸 사진 게재는 초상권, 프라이버시권, 명예훼손 등에 해당되며, 소송할 경우 문화일보 측이 패소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만에 하나 사진이 합성된 것일 경우, 엄청난 액수의 배상판결이 나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 2007년 국정감사 첫날인 17일 문화관광부 국감에서도 문화일보 사태가 언급됐다. 대통합신당 정청래 의원은 <문화일보>의 연재소설 '강안 남자'의 선정성 논란, 신정아 씨 알몸사진 게재 등을 들며 <문화일보>에 대한 등록취소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사진 게재 직후 시민단체 등의 비난 여론에는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했던 노조에서도 '사과문 게재'에 대해 강한 요구가 있었다.

<문화일보>의 35일 만의 '어정쩡한' 사과는 이런 안팎의 상황을 일단 피해가기 위한 '물타기'인 셈이다.

문화일보의 생존법과 최연희 의원의 생존법
▲ 한때 한나라당 상임고문으로 검토됐다가 여론을 감안해 낙마한 최연희 의원. ⓒ연합뉴스

이번 사태에서 보인 문화일보의 태도를 보면서 지난 2006년 2월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최연희 의원이 떠올랐다.

"술에 취해 (성추행한 여기자가) 식당 여주인인 줄 알았다"는 해명으로 빈축을 샀던 최 의원은 사건 발생 직후 정치권 안팎에서 '의원직 사퇴' 요구가 강하게 일자 돌연 잠적했다. 잠적 22일 만에 나타난 최 의원은 지역구 주민들의 사퇴 만류 요구 등을 내세워 결국 사퇴하지 않았다. 딸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도록 하는 등 피해자를 끈질기게 설득해 결국 사과를 받아들이도록 만들어 지난 6월 2심에서 벌금 5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아내 의원직을 박탈당할 위기도 모면했다. 최 의원은 1심에서는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었다. (관련기사 : "반성도, 성찰도, 심판도 없는 '최연희 성추행'")

이후 한동안 조용히 지내던 최 의원은 최근 '이명박 대세론'을 타고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을 도모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최 의원을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여론을 감안해 추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 한나라, 차떼기 당사자를 상임고문에?)

응당 댓가를 치러야할 잘못을 저질렀지만 최대한 뭉개고 버티면서 시간을 벌다가 권력을 등에 업고 '화려한 부활'을 도모하는 것. 최연희 의원이 살아남은 방법이다.

이제까지 문화일보 경영진의 행태를 보면 이들도 이런 전략을 택하려는 것 같다. 신 씨 알몸사진 외에도 선정성 논란이 일었던 '강안 남자'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이 소설은 지난 해 문제가 크게 불거지자 되자 한동안 그 수위가 누그러졌으나 지난 7월 다시 언론윤리위의 경고를 받았다.

또 <문화일보>에 쏟아지는 감시의 눈초리가 날카로웠던 지난 35일 동안 소위 '조중동문'(<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이라 불리는 보수편향적인 논조도 여전했다. 이 신문은 조중동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마사지걸 발언'에 대해 '침묵'했다. 한나라당이 범여권의 네거티브 때문에 고심이라는 내용의 기사 등에 잠깐 언급됐을 뿐이다.

개운하지 못한 '사과'로 일단 위기 국면을 넘어가려는 <문화일보>도 혹시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정권이 바뀌기만을 기다리는 건 아닐까. 이런 의구심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문화일보>는 이번 사고 게재에 뒤따르는 후속 조치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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