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5개 여성단체들이 13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여성 비하' 발언 보도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발언의 진위 여부를 밝혀줄 것으로 요구했다.
공교롭게 같은 날 <문화일보>의 신정아 씨 누드사진 보도 파문이 일면서 묻혀 버린 이명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오는 15일 중으로 공개질의에 대한 답변이 오지 않을시 이 후보가 보도 내용을 사실로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달 28일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주요 일간지 편집국장 10여 명과 저녁식사를 하는 도중 '인생의 지혜'라면서 현대건설 다닐 때 외국에서 근무한 이야기를 하면서 "현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그러나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도 좋고…"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후보는 폭탄주를 두세 잔 마신 상태였고 여성인 나경원 대변인을 비롯해 박형준 대변인, 주호영 의원, 이동관·배용수 공보특보 등도 배석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그런 발언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냥 밥 먹으면서 (농담으로) 한 얘기"라면서 발언 여부에 대해선 시인한 바 있다. 배용수 공보특보도 "자기 애기를 한 게 아니라 선배 애기를 한 것"이라면서 발언 사실은 인정했다.
"여성 유권자들에게 큰 상처...대선 후보 자질에 문제 있어"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선배의 경험이든 자신의 경험이든 '여성을 상품화'하는 듯한 이런 발언은 인구의 절반인 여성유권자들을 심각하게 모독하는 것이며 '여성인권'을 침해하는 부적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은 한국사회의 5년을 책임질 대선후보를 뽑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런 시기에 중앙 일간지 편집국장들과의 술자리에서 반여성적이고 반인권적인 발언을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 같은 발언을 한 일이 사실이라면 여성유권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생의 지혜라며 밝힌 위와 같은 발언은 여성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함과 동시에 여성유권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행동으로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로서 도덕성과 자질에 큰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이명박 후보의 '여성'에 대한 평소 관점과 '성평등사회 구현'에 대한 철학에 대해 밝혀달라"며 "특히 이 후보는 술자리 문화, '특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에 대한 평소 인식, 해외에서 일상화 되어있는 한국남성들의 성매매 문화에 대해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성단체들은 2007 대선후보는 여성인권을 보호하고,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녀가 행복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성평등 사회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가진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여성단체들이 15일 이후 어떤 입장을 밝힐 지 주목된다.
앞서 이명박 후보는 지난 8월에도 '관기(官妓) 발언' 등 여성 비하 발언으로 여성단체의 반발을 산 적이 있다. (관련기사 : 李, "광주사태" 발언 이어 '기생' 농담 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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