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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신정아 누드 사태, 反인권 보도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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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신정아 누드 사태, 反인권 보도의 극치

[기자의 눈] "누가 그들에게 인격 짓밟을 권리 부여했나"

언론의 선정 보도가 극에 달했다. 13일자 <문화일보>는 최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염문으로 물의를 빚은 신정아 씨(전 동국대 교수)의 누드 사진을 공개했다.

"개인 이메일 내용 흘리는 검찰과 언론"

이런 보도가 문제가 되는 것은 단지 선정적이어서만은 아니다. 대중의 관음증에 영합하는 선정성은 '상업 언론의 어쩔 수 없는 속성' 정도로 취급하고 넘어갈 수 있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개인의 인권에 대한 고려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 <문화일보>가 처음 게재한 신정아 씨의 누드를 다른 언론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진은 13일자 <조선일보> 인터넷판 머릿기사 부분. ⓒ<조선일보>

최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씨(전 동국대 교수)의 염문이 신문 지면을 뒤엎었다. 거의 모든 매체가 익명의 검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변 실장과 신 씨가 주고받은 메일 가운데 상당수가 "매우 노골적인 표현"을 담고 있고 보도했다. 또 변 전 실장과 신 씨가 서울 광화문의 한 오피스텔에서 사실상 동거해 온 관계였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권력 핵심부에 있는 인사와 문화계 유명인의 부적절한 연애 관계는 대중의 관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또 이 과정에서 권력형 비리가 있었다면,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의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를 묻는 목소리는 찾기 힘들었다. 또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개인의 사생활이 담긴 이메일 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검찰의 몰인권적 태도를 나무라는 목소리도 듣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권력형 비리는 철저히 규명하되, 인권의 영역인 사생활 보호에 대해서는 엄격한 원칙을 세우려는 모습은 너무 먼 이야기였다. 오직 더 자극적인 기삿거리를 찾기 위한 경쟁이 있었을 따름이다.

"권력을 견제하는 목적부터 돌아보라"
▲ 지난 11일자 <중앙일보> 인터넷판 머릿기사 부분. 변양균 전 실장과 신정아 씨가 사사로이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에 대해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

결국 이런 맹목적인 경쟁이 13일자 <문화일보> 누드 사태를 낳았다. 신 씨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적절한 처벌을 하면 된다. 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면, 꼼꼼한 취재와 차분한 조사로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누드 사진을 공개하여 신 씨의 인격권까지 짓밟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신정아 사태를 선정 보도 경쟁으로 몰아가는 언론은 "권력형 비리를 캐기 위한 노력"이라고 변호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언론이 권력을 견제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여러 대답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 접한 사람라면 누구나 빠뜨리지 않을 대답은 "권력 앞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요컨대 권력을 견제하는 이유는 상대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런 견제가 없다면, 권력은 가장 약한 사람부터 유린하기 시작해 종국에는 최고 권력자가 아닌 모두의 권리를 짓밟을 것이기 때문이다.

"섬세한 인권 감수성이 절실하다"

이런 논리에 수긍한다면,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이 갖춰야 할 덕목도 명확해진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의 인권을 배려하는 섬세한 감수성이다.

그런데 권력을 견제해야할 언론이 스스로 권력이 됐다. 그리고 개인의 인권을 공개적으로 짓밟는다. 그래서 <문화일보>에 게재된 신정아 씨의 누드 사진은, 한국 언론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난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를 지켜보는 심정이 수치스럽고,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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