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문화일보> 보도가 나가자마자 발 빠르게 자사 홈페이지에 신정아 씨의 누드 사진을 올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경향신문>과 <국민일보>는 누드 사진을 게재하면서 신 씨의 '성로비' 의혹을 제기했던 <문화일보>와 마찬가지로 신 씨의 '도덕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반해 <문화일보>의 보도가 여성인권을 침해하는 도를 넘어선 폭력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이번 사건을 보도한 것은 <한국일보>와 <한겨레> 정도에 그쳤다.
홈페이지엔 누드사진 게재하던 조중동...지면에서 '고상'
<조선>은 12면에 "신정아 씨 '누드 사진' 논란"이라는 기사를 한 건 실었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사진으로만 보면 신 씨의 누드 앞뒤 면을 각각 찍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합성사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사진 합성 가능성과 여성단체 등 시민단체의 반발에 대해 보도했다.
<중앙>은 한술 더 떴다. 인터넷에서 화제인 기사를 싣는 37면 '클릭 조인스닷컴(jo!ns.com)'란에 "한국판 지퍼게이트"..."여성인권 짓밟아"라는 제목으로 네티즌들 사이의 찬반 논란을 소개하는데 그쳤다. <중앙>은 <문화일보>가 신 씨의 누드사진을 게재한 뒤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편에서는 성로비 의혹을 제기하며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프라이버시 침해가 도를 넘어섰다"면서 이번 사건이 마치 네티즌들 사이의 논란에서 그치는 수준인 것처럼 보도했다.
<동아>는 관련 기사를 3면에 실었다. <동아>는 "서울선 '신정아 누드사진' 공개 충격"이라는 기사에서 "사진이 신 씨의 예전모습과 달라 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조선>과 마찬가지로 합성 의혹을 제기했다.
조중동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논란이 일었던 13일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장사'에 치중하고 정작 지면에서는 '점잖은 보도태도'를 보인반면 정작 누드사진을 게재한 <문화일보>와 문제의식을 가장 공유하는 듯한 보도를 한 것은 <경향신문>이었다.
<경향> "신씨, 다채로운 남성편력"...누드사진 모자이크 처리해 싣기도
<경향>은 2면에 "다채로운 남성편력...'잠 못드는 유력인사 많을 것'"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신정아씨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중년 유력 인사들은 물론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 문화예술인 ㅎ씨 등과 남녀관계를 유지했으며 그를 호의적으로 본 이들의 주선으로 맞선을 보는 등 다채로운 남성편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경향>은 "한 중견 문화인은 '2년 전에 데이트를 하며 손을 잡았더니 스킨십을 나눈 두 번째 남자라면서 첫 번째 남자는 아버지라고 하더라'며 '배신감이 아니라 허탈감을 느끼게 한다'고 밝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향>은 또 5면 "'황당하다' 입 못 다무는 미술계"라는 기사에서 "신 씨의 '성로비'를 거론하며 사진촬영이 이뤄졌다는 의견도 있다"며 "촬영자와 신 씨가 서로의 친밀감을 드러내거나, 누드화를 그리기 위한 기초 작업의 하나로 누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이 또 5면에 <문화일보>의 지면을 사진으로 보도한 것도 눈에 띈다. 이 신문은 신 씨의 누드사진을 전체를 모자이크로 처리했으나, 누드사진을 지면에 받은 신문은 <경향>이 유일하다. 한편 <서울신문>도 <문화일보>의 지면을 사진으로 보도했으나, 신 씨의 누드사진 부분은 백지로 처리했다.
<국민일보>도 신 씨의 '성로비'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기독교 신문은 <국민일보>는 이날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신정아 스캔들"이라는 사설에서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인한 스캔들은 연예계 일각에나 있는 일로 알았더니 문화계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신 씨가 정·관·재·학·문화계를 누비고 다니면서 무슨 일을 했을까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신 씨 스캔들은 인맥동원과 성적 방종 등 상류사회의 환부가 뿜어낸 고름"이라면서 "도덕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악취가 진동해도 태연한 얼굴들을 하고 있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한국>·<한겨레>, 언론 자성 촉구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간 신정아 사건과 관련된 언론의 보도태도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여론에 귀기울인 것은 <한국일보>와 <한겨레> 정도에 그쳤다.
<한국>은 이날 1면 머릿기사에 "신정아 씨 누드게재 사회적 파장 '언론자성·보도윤리 점검 계기로'"라는 기사를 싣었다. <한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성계와 언론계는 물론, 학계, 정계, 시민단체 등은 '한 여성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은 한건주의식 선정보도'라며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면서 여성단체 등의 비판에 대해 비중있게 다뤘다.
<한국>은 또 "'신정아 누드사진' 의문점"이라는 3면 기사에서 "누드 사진 촬영이 반드시 성 관계를 암시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설령 '성로비' 사실이라고 해도 평소 명품 정장에 단정한 이미지로 고위 인사들과의 인맥을 관리해온 신 씨가 왜 누드 촬영이라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이날 3면 "알몸사진이 알권리? 발가벗은 '황색언론'"이라는 기사에서 "누드사진과 몸 로비의 연관성을 밝힌 대목이 전혀 없다"며 "진위 여부가 불투명한 사진을 두고서 적극적인 검증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또 "신정아 보도 선정성 위험수위 넘었다"는 사설에서 "신정아 씨의 알몸 사진을 실은 것은 선정적 사생활 보도의 극단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면서 "이런 보도를 정당화하려고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운다면, 언론 전체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고 <문화일보>의 보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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