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사 삭제 사건'으로 불거진 <시사저널> 사태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 노동조합은 15일 오전 진행된 사측과의 최종 협상이 결렬됐으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노조는 조정기간 내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파업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4차례 협상 시도…의견 차 계속돼
<시사저널> 노조 측은 "노동조합 결성 이후 열네 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된 사안이 거의 없다"며 노조와 사측 간의 의견 차가 너무 커 협상이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편집권 침해사태를 계기로 금창태 사장이 징계와 인사를 남발해서 이와 관련해 인사위원회에 노사 동수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측은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윤삼 전 편집국장의 이름을 지면에서 빼라는 지시를 어기고 편집회의를 불참했다는 이유로 장영희 취재총괄부장은 지난 8월부터 무기 정직 중이며 백승기 사진부장은 판매팀으로 대기 발령된 상태다. 노조는 이들에 대한 부당 징계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 9월 6일 장영희 부장의 직무정지 등에 항의한 노순동 기자와 윤무영 기자 2명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으며 지난 8월 김재태 편집장 직무대행에게는 역시 이 전 편집국장의 이름을 지면에서 빼라는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노초측은 "편집권에 대해서도 외압으로부터 독립을 지키기 위해 고문변호사 위촉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회사는 처음에는 논의하자고 하고선 막상 협상테이블에서는 노조랑 상의할 사안이 아니라며 거부했다"고 밝혔다. 또 노조는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았다"며 "사 측은 실질적으로 휴가가 현재에 비해 줄어드는 방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비상근 편집위원회, 왜 구성했나?"
한편 지난 5일과 7일에 걸쳐 <시사저널> 내에 구성된 비상근 편집위원회도 협상의 쟁점이 됐다.
<시사저널>은 정치 2명, 경제 2명, 사회 3명, 사진 3명, 미술 3명 등 총 13명을 비상근 편집위원으로 대거 위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시사저널> 기자들을 비롯해 언론계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분야와 함께 사진 및 디자인 담당까지 갖춘 것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파업을 대비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노조측은 "기존 편집위원을 위촉할 때 사측이 이처럼 일방적으로 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금창태 사장은 지난 8일 <미디어오늘>에서 "본사가 중요한 기능을 맡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을 하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라며 "비상근 위원들은 내년 상반기에 선보일 새 매체를 대비하고 인력이 부족한 편집국을 보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내 자본과 언론의 관계 보여준 <시사저널> 사태
<시사저널> 사태는 지난 6월 삼성 관련 기사가 편집국장 몰래 삭제되면서 불거졌다. 기사 삭제에 반발한 이윤삼 편집국장은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냈고, 금창태 사장은 이를 즉시 수리했다.
기자들은 그 이후 일제히 금창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을 결성했고, 금 사장은 기자들에 대해 집단 징계조치를 취하고 사건을 보도한 일부 매체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시사저널> 사태는 한국 사회 내에서 '자본과 언론의 관계'에 대한 논란으로 발전되며 사회적 관심을 받아 왔다. 지난 10월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기자협회 등 22개 단체는 '시사저널 편집권 독립과 정상화를 위한 시민사회단체·언론단체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또 같은 달 <시사저널>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바라는 언론계 인사 및 독자 600여 명이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발족했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지난 10월 동아투위가 수여하는 '안종필자유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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