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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어울리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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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어울리면 안되나요?"

이주노동자들 '전면 합법화' 요구하며 농성 돌입

"대통령님, 우리처럼 불쌍한 사람들 비자 주는 게 그렇게 어렵나요? 4500만 한국사람 안에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어울릴 수 없나요?"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모민 씨는 21일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렇게 호소했다.

세상이 '불법체류자'라고 부르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10명이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일어난 화재로 먼 타국의 땅에서 삶을 마무리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넘어섰다. 지난달 11일 있었던 여수화재 참사는 '피보호자에 의한 방화 사건'으로 결론난 채 사람들에게 잊혀져가고 있지만 아직도 강제단속을 피해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이주노동자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여수참사 계기로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하자"
▲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30여 명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20일부터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 7층에서 농성에 들어갔다.ⓒ프레시안

여수에서 벌어진 참사는 외국인보호소의 인권 문제와 국가의 책임방기 등의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놓았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존재하는 한 이같은 참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30여 명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20일부터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 7층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여수참사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상, 정부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전면적인 합법화가 그것이다.

김봉구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공동대표는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에 우리사회의 노동부족인력이 2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외국인력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들에 대한 보호 및 관리 문제 등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우삼열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도 "이번 참사가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찰의 계기가 돼야하는데 현재까지는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같은 단체의 이철승 상임대표는 "만일 미국인 10명이 국가기관에서 이런 참사를 당했더라면, 아니 한국인이 교도소에서 한꺼번에 저런 일을 당했더라면 우리 사회가 이렇게 조용했겠냐"며 여수참사를 쉽게 잊고 있는 사회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도 현재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입국관리소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배상협의팀이 구성돼 지난주 초부터 유족들과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삼열 사무처장은 "조속한 보상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진정성이 담긴 정당한 수준의 보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땅 팔아서 한국 왔는데…강제로 쫒겨나느니 여기서 죽겠다"

21일 기독교회관 7층 한국기독교협의회 총무실에 자리잡은 농성장에서 만난 이주노동자들이 원하는 것 또한 오직 하나였다. 비자 발급을 통해 합법적으로 이 땅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것.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 슈몬 씨는 "한국으로 올 때 땅 팔아서 왔다. 이제는 기술로 있고 한국말도 잘 하니 일도 더 잘할 수 있는데 비자가 없다고 취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슈몬 씨는 "불법체류 상태인 우리들을 합법화시켜줘서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 보트르존 씨도 "단속이 무서워 밖에도 나가지 못한다"며 "한국에서 계속 일하고 싶지만 비자가 없다. 나는 단지 한국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날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를 읽어내려간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모민 씨도 "우리같은 사람들이 죽는 것이 한국사람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겠지만, 다시 우리나라로 쫓겨 가서 가족들이 눈 앞에서 죽는 걸 보느니 차라리 여기서 먼저 죽겠다"고 말하며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모민 씨는 이 편지에서 "한국 대통령들은 어려운 나라를 국민들과 함께 노력해서 잘 사는 나라로 만들고, 북한하고 악수해서 노벨 평화상 받기도 했다"며 "우리 이주노동자들도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는 개가 아닙니다"
▲ ⓒ프레시안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심정을 밝히면서 한국인들로부터 받은 차별과 멸시에 대한 얘기를 빠뜨리지 않아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낮은 수준인지 재확인시켜줬다.

슈몬 씨는 "처음에 왔을 때 내가 한국말 모른다고 '개새끼야, 씨팔놈아'라는 욕을 많이 들었다"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보트르존 씨도 "한국 사람들 나쁜 말 참 많이한다"며 "우리는 개도 아니고 기계도 아니다. 한국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다"라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를 무조건 배척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문제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우삼열 사무처장은 "우리의 인종차별정책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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