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에 있는 사람들은 여기에 더해 또 다른 각도로 이번 참사를 보게 된다.
이주노동자 지원활동을 하다보면, 미쳐가는 사람들을 수없이 보고 듣는다. 시퍼런 칼 들고 덤벼드는 이주노동자와 대면하거나, 넋 놓고 먼 산 바라보기만 하는 이들, 실실 웃다가 갑자기 공격적이 되는 사람 등 정신 놓은 이주노동자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귀국을 위해 동분서주 해본 경험은 '경력 좀 되는' 이주노동자 지원활동가라면 대체로 가지고 있다.
우리 단체만 해도 몽골청년들이 미쳐서 귀국하는 사례를 여러 번 접했다. 상담으로 접수돼 우리 단체가 귀국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더 많이는 친척이나 형제들이 알아서 본국으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후일담을 전해 듣곤 한다.
26세의 밧다는 나무를 잘라 가공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밥도 안 먹고 그냥 멍하니 앉아 있다가 동료 몽골인들에게 덤벼들면서 욕을 하고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 상태가 며칠 지속되자 회사에서는 몽골의 밧다 가족에게 연락해 한국으로 와줄 것을 요청하고 급히 입국한 밧다의 누나는 수속을 밟은 후 그를 몽골로 데려갔다. 밧다의 누나는 회사도 가보고 동료 몽골인들도 만나보았지만 아무도 밧다가 왜 그런 상태가 되었는지 짐작하지 못했다.
또 다른 어떤 몽골청년은 기숙사에 기거하면서 함께 기거하는 몽골인이 '지겨워서 미칠' 지경으로 몽골에서 양 키우던 얘기만 반복했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몇날 며칠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그냥 앉아만 있다든지, 또 근 1주일여를 밥을 먹지 않고 술만 먹어대다가 기절해 병원에 싣고 갔더니 깨어나서는 횡설수설하고는 영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해 귀국한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은 이주노동자들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다가 결혼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상담하러 온 여성 중에서도 사실상 미쳐가는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가끔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말 그대로 미쳐가고 있는데, 정작 무엇이 이들을 미치게 하는지는 뚜렷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본국에서는 멀쩡했는데 한국에서 살다가 정신을 놓았으니 한국사회가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우리는 그 원인을 알지 못한다.
어쨌거나 이들이 '왜' 미쳐 가는지를 알지 못하니 이를 막거나 치료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당연히 모른다. 그저 빨리 귀국시킬 준비만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귀국한 이들은 놓아버렸던 정신줄을 고향에서 다시 잡았을까?
여수보호소 화재사건의 '방화혐의자'는 보호소 입소 직후부터 돌출행동을 수차례 했다고 한다. 자살을 앞둔 사람들은 살고 싶다는 절규 같은 징조를 반드시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방화혐의자의 돌출행동 역시 마찬가지로 해석되어야 했다. 수차례의 징조를 보였을 때 즉시 종합적인 관심이 기울여져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왜' 미쳐 가는지에 무관심했듯이 이번 방화혐의자의 돌출행동에도 무관심했다. 미등록노동자들을 단지 잡아가기에만 열중한 결과가 단속과정 중의 수많은 인권침해 및 미등록노동자들의 사망과 부상을 낳았듯이 단지 가둬두기만 할 뿐 가둬져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결과가 여수보호소 화재참사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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