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개 인권·노동·시민·종교단체들로 구성된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25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단체 회원들과 이주노동자 등 1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피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 보장 및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적인 단속과 '보호소' 시설 폐지 등을 촉구했다.
'집회 후 도로행진' 금지 통고를 내린 경찰이 서울역 주변을 경찰버스 수십대를 동원해 완전 봉쇄한 채 열린 이날 집회에서는 맹렬한 대정부 성토가 이어졌다.
당시 사고 현장 피해자 W모 씨는 "화재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문을 열어달라는 아우성을 보호소 직원들이 외면해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며 "아무리 불법체류 노동자들이라 하더라도 우리를 인간으로 본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겠느냐"며 절규했다.
버마(미얀마)인 단체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민주화는 아시아에서 매우 유명하지만, 우리가 와서 피부로 느끼는 민주화가 이 정도 수준이냐"며 "아시아 민주화의 모범 국가답게 이주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민주적이고 인권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집회에 참가한 한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가 법적으로 안 된다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불법체류자인 줄 알면서도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한 사장님들이 몇 달 동안 마음껏 부려먹으면서도 임금을 안 주려고 경찰이나 법무부에 이주노동자들을 신고해버린다"며 "한국 정부는 이런 사장님들은 놔두고 이주노동자들만 잡아들일 생각만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 연락·부검·피해자 치료 미숙에 '강제출국'까지…"고개숙인 법무부 맞나?"
사고 참사 후 한껏 고개를 숙였던 법무부의 사후 처리도 이들 단체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사고 있다.
사망 피해자 유족들에게 소식을 늦게 알려 비난을 산 데 이어, 유족들의 동의도 없이 부검을 실시해 '인권 후진국'의 오명을 쓴 것은 물론, 유족들에게 통역을 제공하지도 않았다. 또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한 18명의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며칠이 지나서야 연락을 했으며 정신적 피해는 고려치 않은 채 '외상'이 없다는 이유로 당시 사고 현장의 이주노동자들 28명은 청주 외국인보호소로 옮겨 그대로 수감했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청주 외국인보호소로 옮겨진 28명의 이주노동자 중 17명이 별다른 치료나 배상 없이 강제출국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공대위는 이날 집회 결의문을 통해 "이것이 '책임감을 느낀다'던 정부의 '재발방지대책'인가?"라며 "정부가 진정으로 책임감을 느낀다면 출국시킨 17명의 이주노동자들에게 즉각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공대위는 또 "청주 외국인보호소에 남아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부상당한 18명의 이주노동자들을 즉각 보호해제해 충분한 치료를 제공하고 심리적 안정을 취해 하루빨리 참사의 충격에서 벗어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치료의 목적'으로 국내의 체류를 허용토록 하는 'G-1'비자를 사고 피해자 전원에게 발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대위는 "체불된 임금을 받아 고국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던 이주노동자들은 화재에 무방비 상태인 보호소에서, 도망갈까봐 이중 쇠창살문도 열어 주지 않는 보호소에서 '코리안 드림'을 마감했다"며 "이번 화재 참사의 모든 책임이 단순히 한 사람의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편법적인 이주노동정책을 운영하고 반인권적인 폭력단속추방정책을 고집해 온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이어 "정부가 진정 사태의 해결과 재발 방지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즉시 '반인권적'인 보호소 폐쇄와 함께 '인간사냥'식 단속추방정책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전면 합법화하는 하는 것이 진정한 재발 방지 대책의 출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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