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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죽인 것은 대한민국이다"

"여수참사 근본원인은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

9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하고 18명이 중상을 입은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화재 참사에 대해 민주노동당,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 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3일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강제추방 등 이주노동자 정책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언론은 사건의 원인을 방화로 몰아가고 있지만 이번 참사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수 화재 참사, 왜 일어났나?
▲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여수 화재참사의 원인은 정부의 강제추방정책 때문"이라고 비판했다.ⓒ프레시안

외국인노동자협의회의 김봉구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법체류자에 대한 강제단속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말했다.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단속이 무서워 도망치다 떨어져 죽고, 열차에 뛰어 들어 죽고, 목 매달아 죽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보호소'라는 곳에서 불에 타고 질식해 죽기까지 했다"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강제추방 정책을 비판했다.

이들은 "현재 전국 23개 출입국사무소 내 '외국인보호소'에는 897명의 이주노동자들이 구금돼 있다"며 "정부는 이들을 '불법'이라고 낙인찍어 잡아가뒀지만 이들이 '불법'이 된 것은 그 악명 높은 산업연수생제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산업연수생제는 올해 1월 폐지됐지만 지난해 말까지 연수생으로 들어 온 수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국내에 있다"며 "3년째 시행하고 있는 고용허가제 역시 여러 문제로 사업장을 이탈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권호 민주노총 비정규국장은 "그 동안 이 땅에서 산재·자살 등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이주노동자는 집계된 것만 400~500명 수준"이라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사 이후에도 수갑까지 채워놓다니…"

이들은 외국인보호소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했다. 지난 12일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권영길 의원 등과 함께 여수를 방문했던 이해삼 최고위원은 "여수의 보호소는 '보호시설'이 아니라 쇠창살로 둘러싸인 구금시설이었고 운동시간도 보장되지 않는 감금시설이었다"고 증언했다.

"영장 제시 없는 체포는 기본이고 체포 과정에서 구타, 폭언, 수갑 착용도 빠지지 않는다. 외국인보호소에서는 24시간 CCTV의 감시 속에서 1인 당 1평 남짓한 공간에 갇혀 지낸다.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좁은 공간에 사람을 가둬두고 고작해야 일주일에 한번 20~30분의 실외 운동 시간을 부여하는 게 고작이다."

이 최고위원은 또 "여수전남병원에서 이번 화재로 부상을 입은 이주노동자들의 병실을 찾아가니 중국 조선족 동포인 박철용 씨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소 측은 박 씨가 도주의 우려가 있어 수갑을 채워 병실 침대에 묶어 놓았다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 무슨 해를 끼쳤길래…"
▲ "이주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우리 사회가 이들은 '범죄자'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자를 이처럼 취급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들을 '범죄자'와 동급으로 놓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과연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 해를 끼친 범죄자인가"라고 되물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영국 변호사는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와서 한 것은 이 땅 노동자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해준 것뿐"이라며 "도대체 왜 이들이 처참하게 죽어가야 하냐"고 반문했다.

김봉구 외노협 공동대표는 "우리사회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범죄자인 것처럼 몰고 가지만 이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산업역군"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23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20만 명의 한인교포를 포함해 1200만 명의 불법체류자를 포용하고 수용하겠다고 밝혔다"며 "우리 정부도 미개한 정책을 버리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전면 합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프레시안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수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진상규명과 보상 등의 문제를 놓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에서도 지난 12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인권연대 등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를 비롯해 민노당, 민주노총, 다함께, 민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가칭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책임자 처벌 및 법무부 장관 퇴진 △반인권적 보호 시설 폐쇄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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