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고용 노력"…'변했나'?
이 장관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같이 말하며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 장기화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을 직접고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관계 부처들이 이 문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여 확정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KTX 여승무원을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할 것이고, 5월 발표될 예정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외주화 대책 등에 KTX 여승무원 문제가 언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정책 추진 경과나 일정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미 노동부 차원에서 KTX 여승무원들의 직접고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장관은 이에 앞서 지난 5일 CBS '뉴스레이다'와의 인터뷰에서도 "KTX 여승무원들이 300일이 넘도록 계속 일도 못하고 밖에서 농성하고 있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며 "올해에는 노동부가 주도해서 이 문제를 풀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철도공사 사정도 있겠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KTX 여승무원들도 만나고, 철도공사와도 얘기하고, 또 정부 차원에서도 얘기를 해 이 문제를 앞장서서 풀어보겠다"며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만 두고 보면 이 장관이 '직접고용'을 주장하고 있는 KTX 여승무원 편에 서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직접고용의 방식이다.
"KTX 관광레저 들어갔으면"…'안 변했나?'
이 장관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KTX 여승무원들도 명분을 얻기 위해 직접고용될 때까지는 철도공사 자회사인 KTX관광레저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에 대해 KTX 여승무원 노조 측은 "KTX관광레저에 먼저 들어가라는 것은 이 장관이 줄기차게 주장해 오던 것"이라며 이 장관의 발언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에서도 "우선 철도유통(KTX관광레저의 전신)으로 복귀한 뒤 철도공사로 옮기는 문제는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는 철도공사의 양보안은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제안"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결국 이 장관의 태도가 이전에 비해 크게 바뀌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관이 '직접고용'이라는 고용 방식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배경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직법 통과로 인해 각종 도급계약에 의한 외주화가 증가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KTX 여승무원의 파견 업무에 대해 "불법 파견의 요소가 있지만 적법"이라는 애매한 판정을 내린 노동부로서는 KTX 문제와 비슷한 도급 문제가 연이어 발생할 경우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도급제 확산으로 불법파견 시비 늘어날 것"
노동부 사정에 정통한 모 관계자는 "비정규직법이 통과된 이후 일부 공공기관에서 직접 고용하던 비정규직을 도급계약으로 외주화하는 등 앞으로 파견과 관련된 갈등과 분쟁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심화될 것"이라며 "불법파견 여부를 판정해야 하는 노동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KTX 여승무원들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노동부는 이와 유사한 분쟁이 일어날 경우 사측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데, 이는 도급계약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사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KTX 여승무원 문제를 법적으로가 아닌, 정치적·정책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부담을 덜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사실상 정부가 주도한 비정규직법 통과 이후 비정규직, 특히 도급 계약직이 늘었다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정부가 비정규직 확산을 막아야 하는 '모범'을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정부로서는 5월에 내놓는다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대책에서 KTX 여승무원에게 '선심'을 쓰는 방식으로 '정부는 비정규직 억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노동부가 발벗고 나서더라도 철도공사의 의지 없이 KTX 여승무원들의 직접고용이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 철도공사가 KTX 승무원직 자체를 직접고용 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설령 철도공사 내 다른 직접고용직으로 파업 중인 여승무원들을 채용한다고 해도 여승무원들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재계에서는 KTX 여승무원 직접고용에 대해 "정부가 적법파견 결정을 내려놓고 이를 뒤집는 것은 정부가 파업에 굴복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노동부 의지 천명보다 행동이 필요한 때"
이미 300일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는 여승무원들에게 노동부가 해법을 내놓겠다고 제시한 '5월'이라는 시기도 너무 멀게 느껴진다. 게다가 노동부는 이미 KTX 여승무원들의 신뢰를 잃은 상태다. KTX 여승무원들은 "앞장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상수 장관이 지난 5일 라디오와의 인터뷰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다"고 공개서한을 보낸 적이 있다.
따라서 노동부가 진정 KTX 여승무원 문제 해결 의사를 갖고 있다면, 구체적이고 강제력 있는 해결 방안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정계복귀설을 듣고 있는 이 장관은 "'직접고용' 얘기는 정치인 출신 장관의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던 것이냐"는 얘기를 듣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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