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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하중근 씨 조사…"인권위, 입을 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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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하중근 씨 조사…"인권위, 입을 열라"

인권단체연석회의 "정치적 판단 아닌 진실 밝혀야"

지난 16일로 포항 건설노조 조합원 하중근 씨가 시위 도중 쓰러진 지 꼭 3달이 됐다. 3개월이 지나도록 하 씨의 사인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국 38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가 18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하 씨의 사망사건과 관련한 인권위의 조속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조사결과 발표를 촉구하며 "인권위가 제 본분을 다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우왕좌왕하는 인권위, 팔순노모는 실의에 빠졌다"
▲ 인권단체연석회의가 18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하중근 씨 사망사건에 대한 인권위의 조속한 발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프레시안

지난 7월 포항 건설노조의 파업 도중 포항 형산강 로터리에서 열린 시위에서 쓰러진 하 씨는 뇌사 상태에서 사경을 헤매다 8월 1일 끝내 사망했다.

이미 지난 8월 24일, 변호사와 의사 등으로 구성된 노동계 자체 진상조사단은 3차례에 걸친 진상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하 씨는 경찰의 폭력에 의해 사망했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이 없는' 이 사건과 관련해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달 6일 사건 관련기록 일체를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수사기관과 정부는 '침묵의 장기전'을 선택했다.

전용철, 홍덕표과 관련해 28일 만에 "경찰의 과잉 진압에 의한 사망 사건"이라고 의견을 밝힌 바 있는 국가인권위도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 또한 이 사건을 어정쩡한 국과수 부검결과 발표 한 번으로 덮어버리려고 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었던 국가인권위마저 지난 10월 9일 전원위원회에서 조사발표를 미루는 등 어딘가의 눈치를 보며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25일 전원위원회에 이 사건을 상정했으나 조영황 인권위원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 등으로 인해 사건을 다루지 못했다. 또 지난 9일 전원위에 재상정된 안건은 보완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의결하지 않고 오는 23일 재상정하기로 했다.

이들은 "인권위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정치적 판단을 앞세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이런 인권위의 태도로 인해 생때 같은 막내아들을 잃은 팔순 노모와 그 가족들은 실의에 빠졌다"고 말했다.

"직접적 증거 없다? 인권위가 편협한 수사기관이냐"

이들은 "인권위가 지난 9일 전원위원회에서 '전용철, 홍덕표 사건 때처럼 직접적인 증거나 증인이 없다', '경찰 관계자의 최후 진술을 듣지 못했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조사결과 발표를 미뤘다"며 "명백한 법의학적 증거, 정황 증거들을 뒤로 한 채 하중근 씨가 전경들에 둘러 싸여 폭행당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과 같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인권위가 발표를 미루는 것은 편협한 수사기관의 '증거논리'만을 강조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포항 건설노조의 파업과정에서 하중근 씨 외에도 피해자로 뱃속의 아이를 유산당한 지현숙 씨, 점거농성에 참여했다 사망한 유홍식 씨가 있었고 3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부상을 입었다"며 "포항에서 벌어진 이처럼 많은 공권력 남용에 의한 인권침해와 민주주의를 무색케 만든 '권력담합'에 대해 국가인권위라면 마땅히 입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오는 20일 국가인권위원회와 경찰청 앞에서 포항 건설노조와 건설연맹이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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