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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근 씨, 사망 36일만에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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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근 씨, 사망 36일만에 장례식

건설노조 "책임자 처벌될 때까지 싸울 것"

지난달 1일 숨을 거둔 지 한 달이 넘도록 포항 동국대병원 영안실에 주검으로 누워 있던 포항 건설노조 조합원 하중근 씨의 장례식이 6일 치러졌다.

유족들과 포항 건설노조는 그동안 "하 씨의 사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있기 전에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며 하 씨의 장례를 미뤄 왔으나, 유족들이 노모의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면서 장례를 치르기를 원해 이날 장례를 치렀다. 하 씨가 사망한지 36일만이다.

이날 하중근 씨의 장례가 포항에서 건설노동자장으로 치러지는 동안, 서울 대학로에서는 하 씨에 대한 추모제가 열렸다. 서울 추모제에 참석한 포항 건설노조 7차 상경투쟁단 소속 노동자 70여 명을 비롯한 150여 명은 하 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자도 밝혀내지 못한 채 하 씨의 영혼을 떠나보내야 함을 안타까워했다.

"우리가 좀 더 힘이 셌더라면…" 건설노동자들의 눈물

▲ 6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하중근 씨 추모제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는 포항 건설노조 조합원. ⓒ 프레시안

추모제에 참가한 포항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해결해 달라며 두 달이 넘도록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파업을 시작하며 요구한 것은 자신들이 쌓아 올린 넓은 아파트를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법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주5일 근무제에 따라 토요일이 휴일이 되면서 하루 10만 원도 채 안 되는 벌이가 더 줄어들게 되자 토요일을 유급휴무로 해달라고 요구하며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인 파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또 공사비 지급액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거쳐 건설현장에 이르면 원래 금액에 비해 최저 48%까지 줄어들게 되는 현실을 개선해 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고생하던 동료를 잃었다. 그리고 '그 흔한 유감 표명'도 듣지 못한 채 36일 만에 그 동료의 장례를 치르게 된 것이다. 이들은 "우리가 힘이 세지 못해 이렇게 허망하게 보낸다"고 자책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용식 건설연맹 지도위원은 "1년에 800명, 하루에 2명씩 죽어가는 곳이 바로 건설현장"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올림픽대교에서는 경기도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식 위원은 "흐르는 눈물을 닦자. 분하고 억울하지만 한숨을 멈추자"며 "우리가 이번에도 확인했지만 한 많은 건설노동자의 설움을 대신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다시 싸우자"고 강조했다.

"사과가 어렵다면 그 흔한 유감표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지난해 두 농민의 장례를 치르면서 다시는 이 땅에서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며 하 씨와 마찬가지로 시위 도중 사망한 전용철, 홍덕표 두 농민을 떠올렸다.

지난해 12월 시위 도중 쓰러진 두 농민의 죽음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해 공권력의 폭력에 의한 것으로 밝혀진 뒤 대통령이 나서서 사과를 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불과 7개월 만에 또 한 사람의 노동자가 시위 도중 쓰러져 끝내 사망했다.

참가자들이 추모제를 마치고 광화문까지 10보1배를 하며 행진을 하는 동안 대열 선두의 방송차량에서는 이들의 행진을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하중근 씨가 어떤 사람이었고 그의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방송은 시민들에게 "이 정부가 최소한 양심이 있다면 사과라도 한 마디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것이 어렵다면 그 흔한 유감표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고 있었다.
▲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이 정부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사과라도 한 마디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것이 어렵다면 그 흔한 유감표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프레시안

"저들은 이미 하중근 조합원의 사인이 뭔지 다 알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포항 건설노조의 파업에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한 노동자의 죽음에도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하나 같이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이 없다니 말이 되느냐"며 늦어지고 있는 경찰의 진상조사를 비판했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동계 진상조사단은 이미 지난달 24일 최종 조사발표를 통해 "하 씨는 경찰이 공격하는 과정에서 방패에 찍혀 앞으로 쓰러졌고, 그 상태에서 진격해 오던 경찰의 무리 속에 파묻혀 그 속에서 뭔가 둔중한 물체로 후두부를 가격당해 숨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여전히 '수사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 하 씨가 병원에서 숨을 거둔지 한 달이 넘도록 경찰은 '수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 프레시안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저들은 이미 하중근 조합원의 사인을 다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 사인이 밝혀졌을 때의 파장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 부위원장은 "비록 오늘 하 씨의 장례식이 치러지지만 사인이 명확히 밝혀지고 책임자가 처벌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종렬 전국연합 의장은 "건설노동자는 비정규직 가운데도 가장 하층계급"이라며 "오늘 저 세상으로 가는 하중근이 바로 당신들이며, 아들을 먼저 보낸 82세 노모는 바로 당신들의 어머니"라고 강조했다.

포항에서 치러진 하 씨의 장례식은 유족들과 포항 건설노조원들 2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 씨의 시신이 안치된 포항 동국대병원에서부터 지난 7월 16일 하 씨가 쓰러진 장소인 형산로터리를 거쳐 포스코 1문을 지나 포스코 본사 앞까지 이어지는 노제로 치러쳤다.
▲ 하중근 씨 영정 앞에 술을 올리는 건설노동자. ⓒ 프레시안

▲ 하 씨의 억울한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건설노동자.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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