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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하중근 씨 부검감정서 유족에게 공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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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하중근 씨 부검감정서 유족에게 공개 거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경찰의 은폐 시도다"

경찰이 지난달 16일 시위 도중 쓰러진 뒤 사망한 포항 건설노동자 하중근 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감정서 원본을 유족에게까지 보여줄 수 없다고 통보해 파문이 일고 있다.

유족들과 하중근 씨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이 사건을 은폐·조작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찰 "수사 직무를 곤란하게 할 사항이라 공개 못한다"

하중근 씨의 유가족들이 국과수의 부검감정서와 부검팀에서 촬영한 사진 등의 공개를 요청한 것은 지난 11일이었다. 유족들과 공대위가 부검감정서 원본을 보여달라고 요구한 것은 하 씨의 사인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국과수 부검에 참여했던 노동계 진상조사단의 신경과 전문의들은 하 씨의 사인을 "둥글고 넓적한 무게 있는 물체에 맞아서"라고 설명했지만 경북지방경찰청은 같은 상처를 놓고 "전도(顚倒)에 의해 생겼을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넘어져서 사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이처럼 하 씨의 사인을 놓고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과 노동계가 서로 다른 주장을 펴며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족들이 경찰 발표의 근거가 된 국과수의 부검 감정서 원본을 보여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포항남부경찰서는 유가족의 정보공개청구가 접수된 지 열흘 만인 21일 감정서의 비공개를 결정해 유가족들에게 통보했다.

경찰이 밝힌 비공개의 사유는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 및 범죄예방과 수사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사항"이라는 것이었다. 수사중인 사건으로 공개가 어렵다는 얘기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유족에겐 보여줬다…경찰은 무엇이 두려운가"
▲ 고 하중근 씨의 둘째 형인 하철근 씨. 그는 경찰의 부검 감정서 공개거부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프레시안

유가족들과 공대위는 경찰의 이같은 입장이 하 씨의 정확한 사인을 감춤으로써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대위와 하중근 씨 유가족은 이날 경찰의 부검 감정서 비공개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부검감정서를 공개하면 어떤 점이 직무수행에 현저한 곤란을 초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왔던 지난 34년 동안 수 많은 죽음을 봐 왔지만 유족들에게조차 부검 감정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처음 본다"며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하중근 씨의 둘째 형인 하철근 씨도 참가했다.

하철근 씨는 "눈물이 앞을 가린다. 공개하면 모든 것이 명백히 드러날 것을 왜 공개 안 하냐"며 "내 동생을 살려 주든지 아니면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가려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해자인 경찰이 무슨 수사냐"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모든 사망사건의 원인은 사체가 가장 잘 말해준다"며 "그렇기 때문에 가슴 아픈 것을 무릅쓰고 부검까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창익 국장은 "특히 이 죽음은 경찰의 폭력에 의한 것이라는 정황과 증언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죽음"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인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검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광열 인권단체연석회의 사무국장도 "통상적으로 연쇄살인 사건이 나면 그 범인에게 전 사회적으로 어마어마한 비판이 쏟아진다"며 "포항에서 돌아가신 분이 하중근 씨뿐이 아니다. 포항에서는 지금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포항 건설노조원 부인이 집회 도중 경찰들에게 맞아 유산한 일과 건설노조 포스코 점거농성 이후 과로사로 사망한 조합원 등을 언급하며 "노무현 정권이야말로 연쇄살인범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한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인 경찰이 자기가 저지른 범죄를 수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독립된 별도의 국가기관을 통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 기자회견 직후 경찰청을 항의 방문하려는 하중근 씨의 둘째 형(중앙)과 기자회견 참가자들. ⓒ프레시안

▲ 경찰의 부검감정서 공개거부에 대해 22일 유가족들과 하중근 씨 사망사건 공대위가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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