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에 걸린 사람이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강도가 들어왔다. 이 강도를 보고 놀란 이 사람이 심장마비로 죽었다. 이 사람의 죽음 역시 법의학적으로 분명히 타살이다."
"차가 지나갈 때 간접 영향으로 넘어져 숨지면 타살"
서준석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 부장이 23일 포항 건설노조 시위 도중 쓰러진 뒤 숨진 하중근 씨가 법의학적으로는 타살로 볼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주목된다.
서 부장은 이날 오후 하중근 씨의 유가족인 둘째 형 하철근 씨(53)와 하중근 씨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국과수를 방문한 자리에서 하 씨의 부검 감정서를 유족에게 보여주면서 이같이 말했다.
서 부장이 분명하게 "하 씨의 죽음은 타살"이라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같은 예를 들면서 유족에게 설명한 것은 하 씨의 죽음이 법의학적으로 타살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 씨의 사인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유족들을 비롯한 노동계와 경찰 등이 하 씨의 사인을 놓고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서준석 국과수 부장의 이같은 발언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고 전용철 씨도 부검 결과 직접적 사인은 '전도'에 의한 것"
하 씨의 사인을 전도, 즉 넘어짐으로써 죽었을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힌 경찰 발표에 대해 서 부장은 "이 표현이 결코 가만히 있는 사람이 멀쩡히 서 있다가 그냥 넘어져서 죽었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시위 과정에서 누가 밀었을 수도 있고 여러 가능성들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부장은 "지난해 시위 도중 경찰 폭력에 의해 숨진 것으로 인정된 전용철 농민도 부검 결과 나타난 직접적인 사인은 전도에 의한 것이었다"며 "시위 현장의 메커니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부분은 국과수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경찰이나 국가인권위에서 수사나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서 부장은 경찰이 하 씨의 국과수 부검감정서 및 촬영된 사진 등의 공개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 유족과 진상조사단 관계자가 항의하자 "일반 형사 사건의 경우 규칙은 국과수에서 검정 결과를 공표 못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 사건은 국가기관이 직접적인 가해자일 가능성이 있어 부검 감정서의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국가인권위원회나 현직 국회의원 등 국가기관의 요구가 있을 때 감정서 사본을 제출하는방안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 씨의 사인을 조사하고 있는 노동계 진상조사단은 지난 18일 치러진 현장검증과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24일 오전 제3차 진상조사 발표를 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윤시영 경북지방경찰청은 국과수 감정서를 토대로 하 씨의 직접적인 사인인 머리 손상이 "직접적인 가격보다는 전도에 의해 생겼을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청장은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지만 경찰은 사실상 넘어져서 사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