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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근 씨, 분명히 경찰폭력에 의해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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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하중근 씨, 분명히 경찰폭력에 의해 사망"

진상조사단, 국과수·경찰 발표 반박…"경찰의 위법성 명백"

지난달 16일 집회 중 쓰러진 뒤 숨진 포항 건설노조 조합원 하중근 씨의 사인에 대해 노동계 진상조사단이 24일 "하 씨는 경찰의 폭력 진압 때문에 사망했다"고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하 씨가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직후부터 총 세 차례에 걸쳐 부검과 현장검증, 목격자 진술 확보 등 조사를 벌인 진상조사단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검을 통해 발견된 다섯 군데의 손상이 동일 시간대에 나타난 점 △하 씨가 경찰에 의해 뒷머리를 방패로 가격당한 뒤 경찰에 둘러싸인 것을 본 목격자들의 증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같이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결정적 사인을 전도에 의한 것으로 본다는 국과수 감정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며 "경찰 발표대로 설사 전도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하 씨가 넘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 과정에 있었던 만큼 경찰의 책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방패에 찍힌 뒤 밀려오는 경찰에 파묻혀 집단구타 당했을 것"

진상조사단은 지난 18일 벌인 현장검증과 목격자 12명의 진술을 토대로 하 씨가 쓰러지던 당시의 상황을 상세하게 재구성해 설명했다.
그날 하중근 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고 당일인 지난 7월 16일 오후 2시부터 경북 포항 형산로타리에서는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주최한 '건설노동자 승리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당초 이 집회는 포항남부경찰서에서 허가된 집회였기 때문에 그 어떤 무기도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부서는 포스코 점거 농성 등을 이유로 갑자기 입장을 바꿔 집회를 불허했다.
▲ 하중근 씨가 쓰러지던 당시로 추정되는 사진에 대해 권영국 변호사가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

이날 2시 55분 경 사회자가 "깜짝 놀랄만한 일이 있다. 포항 건설노조 이지경 위원장을 모시겠다"고 말하자 갑자기 경찰이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며 노동자들 쪽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랑블루 게임장 문 앞에서 집회 상황을 지켜보던 김모 씨는 경찰이 치고 들어오자 대부분의 집회 참가자들이 뒤를 돌아 도망가기 시작했고 하 씨 역시 이들과 함께 도망가는 과정에서 전경이 하 씨의 머리 뒷부분을 방패로 찍는 순간을 봤다고 증언했다.

경찰 방패에 머리를 맞은 하 씨는 꼬꾸라지면서 앞으로 넘어졌고 이 상태에서 앞으로 기어가던 중 밀려오는 경찰 병력 속에 파묻혀 하 씨는 김모 씨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4~5분이 지난 뒤 김모 씨는 하 씨가 승용차 옆에 기댄 채 쓰러져 있다가 사람들에 의해 부축돼 옮겨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랑블루 게임장 바로 근처의 공중전화 박스 부근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목격자 홍모 씨는 경찰이 진압을 잠시 멈추고 저지선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경찰들이 하 씨를 데리고 나와 경찰 대열의 맨 앞줄 밖으로 밀어내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하 씨를 직접 데리고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을 도왔던 안모 씨는 경찰에 쫓겨 정신없이 도망치다 뒤를 돌아보니 갓길에 주차된 승용차의 차도쪽 옆면에 기댄 채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고 달려가 하 씨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다. 하 씨는 이미 당시 스스로 힘으로 걸을 수 없는 상태였다고 안모 씨는 증언했다.

목격자들의 진술 확보 작업을 벌인 권영국 변호사는 "목격자들의진술을 토대로 볼 때 사고 당시 하중근 조합원이 뒤로 넘어진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며 '전도에 의한 손상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국과수 감정서에 이의를 제기했다.
▲ 하중근 씨가 소화기로 뒷머리를 맞는 정황을 재연하고 있는 진상조사단. ⓒ프레시안

권 변호사는 집회 참가자들이 당시 현장에 수 십 개의 소화기가 있었으며 경찰들이 노동자들 쪽으로 밀고 들어올 당시 소화기 분말을 뿌리면서 달려왔다고 증언하는 것으로 미뤄 "하 씨가 경찰 속에 파묻힌 후 소화기에 의해 뒷머리를 맞아 대측손상에 의한 뇌출혈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경찰 스스로도 사건 현장에서 17대의 소화기를 사용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의도적으로 소화기로 뒷머리를 가격한 것은 아닐지라도 엎드린 채 기어가던 하 씨가 소화기를 손에 든 채 하 씨 곁을 뛰어 지나가던 전경에 의해 뒷머리를 소화기로 맞았을 가능성도 추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사고 상황 숨기려는 것 아니냐"

진상조사단은 이같은 결론이 하 씨의 부검 결과와도 정확히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하 씨의 사체에 대한 부검 결과 하 씨의 몸에서는 머리에 두 곳, 양 팔에 두 곳, 우측 갈비뼈 4,5번 골절 등 다섯 곳의 손상이 발견됐다. 날카로운 것에 의해 길게 찢긴 뒷머리의 손상은 방패로 찍히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 증언과 일치한다.

진상조사단은 "양 팔의 손상과 갈비뼈 손상은 표면에 찢어지는 등의 상처가 없는 점으로 볼 때 부드럽고 중량감이 있는 물체에 의한 것으로 하 씨가 집단구타를 당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혁준 녹색병원 신경외과 과장은 "총 다섯 곳의 손상이 동일 시간대에 있었다는 것은 집단 구타 이외에 다른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라며 "어려운 의학 용어는 쓸 필요도 없이 일반인도 상식만 있으면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또 국과수 발표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국과수는 하 씨의 결정적 사인인 대측충격손상이 통상 전도(넘어짐)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했지만 <신경외과학> 최신 개정판에서조차 '대측충격손상=전도'라는 말은 찾을 수가 없다"며 "대측충격손상은 두 물체가 접촉하면서 발생되는 것이지 오직 넘어져서만 생기는 손상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더욱이 하 씨의 상처 부위와 당시의 정황들이 이처럼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넘어져서'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역설했다.

권영국 변호사도 "지난 2일 부검 직후 서준석 국과수 법의학 부장이 '하 씨의 사체에서 발견된 상처는 통상적으로 뒤로 넘어져서 생기기 힘든 상처'라고 시인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도에 의해 생긴 손상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발표하는 것은 국과수와 경찰이 사고 상황을 모호하게 하거나 숨기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경찰의 진압 방법도 온통 불법 투성이…한 번은 실수라 쳐도…"
▲ 진상조사단은 이날 집회에서 경찰은 명백한 위법적인 폭력 진압을 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하 씨의 사인은 경찰의 폭력에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진상조사단은 사고 발생 시점에 진행된 경찰의 진압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불법집회라 하더라도 강제 해산을 시도하기에 앞서 '지속적인 경고'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날 현장에 있던 증언자들은 모두 "당시 경찰은 진압에 앞서 단 한 차례의 경고방송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전의경들이 방패나 소화기 등의 장비를 사용할 때 본래의 용도 이외에 위해를 주지 않도록 교육해야 하는 지휘관 역시 자신의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조사를 토대로 진상조사단은 "하 씨가 집단폭행에 의해 사망했든, 백번 양보해서 경찰의 주장대로 넘어져서 사망했든 그 어느 경우에도 고인이 경찰의 폭력진압에 의해 사망했다는 것은 분명한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진상조사단은 이어 "경찰의 폭력진압에 의한 사망임이 변함없는 진실이라면 정부당국의 책임있는 조처가 신속히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석운 집행위원장도 "지난해에도 전용철·홍덕표 두 농민이 공권력에 의해 사망했고 그 후 대통령이 나서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며 "한 번이라면 실수일 수 있지만 이런 비극적인 일이 거듭해서 일어난다는 것은 구조적 문제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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