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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ㆍ광주시민 '20년 동거' 끝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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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ㆍ광주시민 '20년 동거' 끝나가다

<르포-광주민심 24시> "지들끼리 다 하라고 그래"

요즘 광주의 정치민심은 노무현 후보가 한 집회에서 했다고 알려졌다가 오보로 판명나면서 유명해진 "에~이 쌍!"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삼엄하다. 시민사회가 민주당의 독선과 부패를 향해 쏘아부치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실은 "에~이 썅!" 하는 표현 정도로는 시민들의 성에 차지 않는 것 같다. 아직 출구가 마땅치 않아 폭발하지 않고 있을 뿐, 민주당에 대한 반감은 내연하고 있다. 이 반감이 민주당과 민주당 소속 후보들을 겨냥, 오는 6월13일 '전례없는 민주당 후보 낙선'으로 확인될 것임을 예측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요 몇 달 새 널뛰기를 거듭하고 있는 민주당 또는 DJ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애증이 결국 '확실한 외면'으로 끝날 것이라는 여러 정황에서 포착할 수 있다. '탈(脫)DJ, 반(反)민주당' 정서가 분명한 흐름으로 자리 잡은 때문이다.

***'노풍'의 진원지였던 광주, '홍삼게이트'로 배신감 느껴**

지난 3월16일 민주당 국민경선 과정에 광주가 '노풍'의 진원지로 떠올랐을 때 시민들은 환호했다. "광주는 역시 민주주의의 성지"라는 자긍심을 다시 새겼다. 외부의 시선도 이에 딴지를 걸지 않았다. 민주화 투쟁의 역사를 반영한 분명한 현실이었으므로.

그러나 환호가 분노와 좌절감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른바 '홍삼 트리오'가 상징하는 '게이트'가 잇따라 터지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는 배신감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렇잖아도 "김대중 정권이 지역차별을 시정하기는커녕 역차별하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는 상태에서 이들 '게이트'는 DJ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반감의 뇌관을 건드린 꼴이었다.

민주당은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 사이 '시민 참여'를 내세운 광주시장 후보 및 구청장 후보 경선을 통해 반전을 시도했다. 이반하는 지역민의 마음을 어떻게든 추스릴 기회로 삼고자 했다. 그러나 이 과정이야말로 민주당이 광주시민의 정치정서와 얼마나 어긋나 있는가를 확인하는 절차였을 뿐이다.

광주시장 및 구청장 후보 경선 후유증은 광주시민들에게 '민주당은 무능한 정당, 시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오만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고착화하 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역설적 상황을 몰고 왔다.

***불 붙은 데 기름 뿌린 격인 광주시장 경선**

4월18일 지역구 국회의원 6명이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던 최인기 전 행자부장관(당시 대불대 총장)이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느닷없이 영입했다가 열흘만에 갑자기 사퇴한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뒤이어 경선에 나섰던 이승채 변호사 역시 이정일 후보 지지의사를 밝히며 30일 사퇴했다. 결국 5월4일 고재유씨(현 광주시장)와 이정일씨(전 서구청장)가 경쟁, 이씨가 승리했다.

그러나 고씨는 승복하지 않았다. 부정경선임을 증명하는 각종 자료를 내놓았고, 지지자들이 대거 중앙당에 몰려가 항의했으며, 고씨의 아들이 정동채 시지부장을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어 사퇴한 이승채씨 운동원 가운데 한 사람이 이정일 후보쪽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선 후유증의 회오리가 지역정가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후보교체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5월21일 서울 회동. 그러나 정동채 시지부장의 강력한 주장으로 이정일 후보 교체불가 결정이 내려졌다.

24일에는 돈선거와 관련 이승채 변호사가 알선수재혐의로 긴급 체포됐고, 25일에는 "이정일 후보 진영으로부터 5천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김태홍 의원(광주 북을)의 술자리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회오리는 태풍으로 발전해 갔다. 결국 민주당은 후보등록이 시작된 28일 이정일 후보 공천 철회와 함께 박광태 의원(광주 북갑)을 대타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민심을 더이상 민주당 지지로 묶어두지 못하는 결정적 악재가 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 박광태 후보의 광주시장 당선 가능성도 불확실해 보인다.

***'민주당, 그들만의 잔치'**

왜 광주의 민심이 민주당을 떠나는 것인가?

"민주당 후보는 막대기만 꽂아놓아도 당선된다"는 시민정서에 확연한 변화조짐이 일고 있으며, 그 정도가 어떠할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번 광주지역 지방선거의 관전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먼저, 민주당의 경선과정은 시민참여와는 거리가 멀었고 부정으로 얼룩졌다. '민주당, 그들만의 잔치'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광주시장 경선에 참여한 선거인단 가운데 일반 시민선거인단의 투표 참여율이 10%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선은 쇼'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돈 선거'로 얼룩지고 시민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수렴되지 못하는 경선이 후유증을 겪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광주시장 후보 경선 뿐만이 아니었다. 동구청장, 서구청장, 북구청장 경선 과정 역시 유력 후보들로부터 불공정 경선이라는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음은 물론, 불복과 무소속 출마로 이어지는 변태적 상황을 연출하였다.
특히 박광태의원의 지역구인 북구 구청장후보 경선과정에 대해 김재균 전 북구청장이 각종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박광태 의원과 직접 싸우겠다"고 선언하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지역 출신 중앙정치인의 횡포에 분노**

두번째로,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반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원인은 지방선거를 국회의원 몇몇이 좌우하는 듯한 행태, 즉 '오만한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20여년 동안 일관되게 민주당을 지지한 광주시민의 본뜻을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의 독점적 지위를 허락했던 것은 민주주의와 올바른 지방자치를 염원하는 것이었는데도, 지금 몇몇 민주당 정치인들이 지역을 좌지우지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고 행패만 부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이 때문에 "최인기씨를 어느 날 갑자기 광주시장 경선 후보로 영입하더니 이번에는 국회의원 몇몇이 야합하여 박광태 의원을 내놓는 거냐, 시민들이 바지저고린줄 아느냐"는 시민들의 힐난이 무성하다.

회사원 박종구씨(43)는 "지들끼리 속닥거리는 방식으로 광주시장 후보를 결정한다는 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반문하면서 "민주당 후보에 절대 투표하지 않는다. 당이 망해야 '노풍'의 의미도, 광주도 살릴 수 있다"고 분을 참지 못했다.

최근 공직에서 물러나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선홍씨(광산구 운남동)도 "구역질 나서 더는 못보겠다. 지들끼리 다 하라고 그래라. 이제 나는 안 찍는다. 정치하는 ×들 꼴도 보기 싫다"며 민주당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광주지역의 시민사회운동 단체들도 23일과 27일 민주당 집권 이래 처음으로 두 차례나 민주당 규탄대회를 열었다. 민주당과 광주 민심의 20년 동거가 끝나가고 있는 징후들이다.

***반민주당 무소속 연대전선 구축**

세 번째로, 지역정치 지형을 바꿔야 한다며 대안의 정치세력을 자임하는 집단적 움직임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반민주당 정서와 맞물린 이번 광주 지방선거의 변수다. 민주당의 운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전례 없는 대규모 탈당이 이뤄지고 있으며, 아예 처음부터 무소속 출마를 준비해온 지역정치인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자치연대와 민중연대, 민주노동당, 환경련 등에서 광주지역에서만 지방선거 후보 60여명 출마시켰다. 완벽하게 단일대오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이들이 각 지역별로 연대하여 선거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파괴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처음부터 반민주당 무소속 후보를 내세운 자치연대를 중심으로 동구와 서구에서는 각각 구청장 후보와 시의원, 구의원 후보들이 14~15명씩 한 묶음으로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박광태 의원과 직접 투쟁을 선언한 김재균 전 북구청장도 무소속 출마선언과 함께 북구에서 가세해 이들 대안의 정치세력을 표방하는 후보들과 손을 잡은 상태다. 또 광산구에서도 민주당을 탈당한 시의원 후보 3명과 함께 10여명의 후보들이 연대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따끔한 응징'인가, '대안 부재의 인정'인가**

이 같은 반민주당 정치세력화 흐름은 자치연대 추천으로 광주시장에 출마한 정동년 후보와 전영복 동구청장 후보, 김상집 서구처장 후보에 무소속 김재균 북구청장 후보, 박필용 남구청장 후보 등이 29일 광주시청 기자실에서 무소속 연대 선언을 함으로써 가장 극적인 선거전선 구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최소 절반 이상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여론은 광주지역의 반민주당 정서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 이의정 전남대 언론홍보연구소 소장(신문방송학과 교수)은 "최근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국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당 소속 광역 단체장 후보 가운데 광주시장 후보가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였으며, 무소속 후보가 약진하고, 선거운동기간이 다가오면서 부동층이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은 민주당으로는 곤란하다는 시민의식의 표현이자 정치무관심의 반영"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광주시장 구청장 후보경선 과정의 부패와 부조리는 반민주당 정서를 더욱 부추겨 이들 무소속 후보의 돌풍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민주당 정서가 직접적인 무소속 돌풍 효과로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 즉각적인 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워낙 뿌리 깊은 민주당 조직과 대통령 선거에 미칠 영향, 그리고 대안의 정치세력을 지향하는 집단의 낮은 조직화 수준 등이 뒤섞여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특정 정당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선거과정에서 대규모 이탈현상을 보인다면 지역 정치지형이 변화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광주의 민심이 대안을 찾았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반민주당 정서가 정치혐오 현상으로 이어져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조직력에서 월등한 민주당에게 유리한 선거지형이 형성될 것이란 관측의 현실성이 존재한다. 이번 광주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은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민주당 시장·구청장 후보 경선 후유증으로부터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는 반민주당 정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광주 시민들은 지금 민주당에게 따끔한 패배를 안겨줄 것인지, 아니면 대안의 부재를 인정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이 다 뭐여 뭐, 다 떨어져나가고 있드만"**

'광주 5월'의 끝자락에 민주당에 대한 절망감과 대안 부재의 답답함이 함께 존재하는 셈이다. 이번 주말을 지나면서 어느 정도 가닥이 추려질 것이란 전망이다.

29일 만난 시민들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선거를 둘러싼 광주민심의 오늘은 얼핏 가늠할 수 있겠다.

서은성(대학생): "민주당은 더 이상 안됩니다. 선거운동 과정을 통해 대안이 형성되겠죠"

조재민(자동차정비업): "김대중이가 뭔 잘못이오. 심부름한 사람들이 문제지. 누가 되든 별 관심없어요"

한동철(회사원): "아직 모르죠.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좀 더 있어 봐야죠"

김재원(아파트 경비원): "지들이 뭐 있간디, 첨부터 옷 잘 입어서 돼았제. 민주당이 다 뭐여 뭐, 다 떨어져나가고 있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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