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빈의 연행 배경을 둘러싸고 북-중 불화설 등 각종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의주 특구의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한 인사를 중국당국이 국내법 위반을 이유로 전격 연행했다는 사실은 결코 단순한 사건일 수가 없다.
특히 중국은 오랜 기간 북한에 대해 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을 조언해온 북한의 맹방이다. 더우기 소련권이 붕괴한 90년대 이후 식량과 에너지 등의 대규모 원조를 통해 북한의 붕괴를 막아온 것도 바로 중국이다. 북한의 붕괴를 가장 원치 않는 나라가 바로 중국인 것이다.
이런 마당에 북한이 작심하고 임명한 경제특구 행정장관을 일도 시작하기 전에 곧바로 연행하다니, 상식으론 쉽게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따라서 양빈의 급작스런 연행 배경을 둘러싸고 갖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정확한 진실이 무엇인가이다.
***신의주는 홍콩 아닌 마카오를 지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과 일본, 홍콩 등 여러 외신들은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으나 이 가운데 특히 설득력이 강한 것이 AP통신의 분석이다.
AP통신은 4일 "중국은 지난 50년동안 북한의 가장 가까운 맹방이었지만 '경제적 문제'는 이와 별개라며, 베이징 당국은 중국 근처의 경제특구가 중국의 이윤을 빨아들이는 것을 충분히 우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AP통신이 말한 "중국 근처의 경제특구가 중국의 이윤을 빨아들이는 것에 대한 우려"라는 대목에 주목한다. 과연 신의주 특구가 '중국의 이윤'을 어떻게 빨아들인다는 말인가.
이와 관련,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분석이 신의주의 '도박특구설'이다.
신의주는 외형상 '홍콩식 경제특구'를 표방하고 있다. 북한당국이 발표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에 따르면 신의주를 "국제적인 금융, 무역, 상업, 공업, 첨단과학, 오락, 관광지구로 꾸리도록 한다"고 돼 있다. 명백한 홍콩 지향성이다.
그러나 이같은 구상에 대해 국제사회의 일반적 평가는 과연 누가 볼 품 없는 신의주에 선뜻 투자를 하겠느냐는 의문이었다.
양빈 장관은 이와 관련, "1차로 항만건설 비용 10억달러를 비롯해 총 15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신의주를 특구로 꾸미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도 자금을 갖고서 한 도시를 인구 50만의 홍콩식 국제도시로 키운다는 것은 애시당초 무리라는 게 국제사회의 일반적 시각이었다.
***도박관광수입으로 본원적 축적후 홍콩식 개발**
이에 제기되고 있는 분석이 신의주의 '도박특구설'이다. 요컨대 북한당국과 양빈이 외형상으론 '홍콩형 특구'를 지향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마카오형 특구'를 지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요컨대 북한의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에 나오는 도시의 여러 성격 가운데 '오락, 관광지구'가 핵심일 가능성이 높다는 풀이다.
도박전문도시인 마카오나, 우리나라 강원도의 강원랜드와 같은 도박 전문시설을 신의주에 만들어 외국인 도박관광객들을 상대로 '본원적 축적'을 한 뒤, 나중에 이렇게 축적한 돈을 토대로 홍콩식 특구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2단계 발전론'을 세워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인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대다수 중국인들은 도박을 즐긴다. 따라서 중국 동북3성과 인접한 신의주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도박전문도시가 만들어지면, 중국 도박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 이는 베이징 당국이 "중국 근처의 경제특구가 중국의 이윤을 빨아들이는 것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는 AP통신의 분석과 딱 맞아떨어지는 미래의 모습이다.
이같은 추정을 가능케 하는 또하나의 근거가 있다.
지난달 23일 양빈이 신의주 특구와 관련한 첫 기자회견때 그는 "신의주 지역의 통용화폐는 달러화와 위안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가 곧 통용화폐에서 위안화를 뺐다. 이같은 양빈의 번복 또한 신의주 도박특구로의 중국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중국정부의 외환통제 차원에서 보면 의문이 풀린다.
요컨대 중국은 신의주의 도박특구화에 대해 강력히 제동을 걸어 왔으며, 양빈 연행 또한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상당 부분 전후맥락이 이해간다 하겠다.
***북한, 경제특구를 소비특구에서 생산특구로 바꿀 것인가**
5일 홍콩의 성도일보(星島日報)는 양빈이 4일 새벽 연행되기 직전 "북한에 2천만달러를 기부했다"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2천만달러면 우리 돈으로 2백50억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액수다.
현재 양빈이 중국당국에 내야할 세금은 본인 주장에 따르면 1천만위안, 우리 돈으로 16억원에 달한다.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양빈이 탈세액보다 십수배나 많은 돈을 북한에 선뜻 낸 이유는 무엇일까. 도박도시 사업권 획득용이 아니었을까.
중국은 그동안 북한당국에 대해 신의주에 경제특구를 세우는 방안 대신, 6.15 남북정상회담 합의대로 개성 일대를 경제특구로 지정하라는 주문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또한 신의주의 도박특구화를 우려한 중국의 대응으로 해석가능하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4일(현지시간) 중국소식통의 말을 인용, "중국이 북한의 경제 개방 노력을 거부한다는 뜻이 아니라 양빈의 임명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또 일본의 요미우리신문도 5일 "이번 연행은 중국 국경안정에 깊은 관련이 있는 이 지구의 기본방침을 둘러싸고 독주한 양씨에 대한 중국당국의 강력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중국 당국이 양씨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불투명하나 특구 운영에 관해 중국측은 북한과 중국의 협의를 토대로 방침결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북한 전문가인 이종석 박사도 "중국이 북한의 경제개혁을 훼방놓을 이유가 없다"면서 이번 연행은 "성급하게 (무비자 입국 등) 공수표를 남발하고 (탈세 의혹 등) 그의 중국내에서의 불안정한 위치 때문인 것으로 본다"면서 북중 불화설 등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양빈 연행파동으로 최소한 신의주 경제특구화 시도는 국제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 것은 분명하다.
과연 북한이 중국 주문대로 경제특구를 소비특구가 아닌 생산특구로 전환시킬 것인지, 앞으로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중국정부, 양빈에 '주거감시' 조치**
한편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양빈은 연행 이틀째인 5일 현재 연금상태에서 풀려나지 않고 있으며 중국정부는 그에게 '주거감시'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감시란 중국 형사소송법상의 강제조치의 하나로 최장 6개월간 가택에 연금할 수 있는 제도다. 중국 법률 전문가들은 5일 공안기관이 용의자들에게 내릴 수 있는 강제조치는 구인(拘傳)과 보석(取保候審), 주거감시(監視居住), 긴급체포(拘留), 구속(逮捕) 등 모두 5단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강제조치의 3번째 단계인 주거감시는 집행기관의 허락 없이 거주지를 이탈하거나 사람들을 만날 수 없고 연락이 있을 경우 법정에 출두해야 하며 집행 기한은 최장 6개월'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범죄 혐의자는 수사기관으로부터 강제조치를 받은 날부터 변호사를 불러 법률자문이나 불복신청, 고소 등의 법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보석신청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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