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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빈, 부도내고 북한으로 도피?

신의주 경제특구 미스테리 속출, 실현가능성 불투명

전세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북한 신의주 경제특구의 현실성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북한은 23일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 지정하면서 초대행정장관에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 양빈 어우야 그룹(歐亞) 회장을 임명하면서 "입법·사법·행정 등 모든 권한을 가진 완전한 자치지역으로서 중앙정부의 간섭은 일체 없을 것"이라고 밝혀 양빈에게 '정치권력'을 위임했음을 시사했다.

양빈 회장도 이날 평양에서 가진 외신기자 회견에서 신의주 특구는 영어·중국어·조선어를 공용어로 하고 달러화를 공식화폐로 사용하는 '철저한 자본주의 구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관은 유럽에서, 입법의회 의원은 홍콩 중국 대만 유럽 미국 등지에서 초빙해 오겠다는 말까지 했다. 또 이날 평양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는 신의주 특구가 금융·산업·무역은 물론 놀이동산까지 갖춘 복합단지로 개발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양빈, 북한으로 도피?**

그러나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양빈 회장의 행적부터가 수상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24일 "지난 9월14일부터 홍콩증시에 상장된 어우야 그룹의 주식은 거래 정지가 되었으며 현재까지 거래정지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어우야 그룹의 주식은 '주가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정보'를 공개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로 거래 정지됐다. 거래정지 시점은 이 회사의 CEO인 전준 사장이 불과 취임 5개월만에 사표를 낸 이틀 뒤였으며, 거래정지전 어우야 그룹의 주가는 0.69홍콩달러까지 폭락한 상태였다.

지난 7월에는 중국의 관영 신화사통신이 "어우야 그룹이 토지 불법 사용과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자 양빈 회장이 북한으로 도피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었다. 양빈 회장은 이 보도가 나간 며칠 뒤 홍콩에 나타나 "모든 게 잘 되고 있다"고 강변했지만, 어우야 그룹의 주가는 탈세 혐의가 보도되면서 57%나 빠져 그는 3억달러의 평가손을 입기도 했다.

어우야 그룹은 탈세 혐의 보도가 나가기 전부터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지 보도에 따르면 양빈 회장은 지난 6월 현금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지분 절반을 담보로 내놓았다.

포브스지는 "중국에서의 신사업 부분은 주가조작이 심각한 수준이며 언론의 검증 역할이 제한되어 있는 데다가 주가등락폭이 제한되어 있다"면서 어우야 그룹의 건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홍콩 소식통에 따르면 양빈 회장이 어우야 그룹 회장직을 그만 둘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양빈 회장도 "곧바로 어우야 그룹 회장직을 사임하지는 않을 것이며 투자자들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정치인으로서 회장직을 계속 유지할 수 없으며 언젠가는 사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중국 정·관계와 깊숙한 유착관계에 있는 양빈 회장이 사고가 터지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북한을 도피처로 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신의주에 투자유인 포인트가 있나?**

경제 전문가들은 또 신의주가 '북한의 홍콩'으로 개발할 만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느냐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신의주 특구가 중국쪽의 투자 유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과연 중국에도 저임 노동력이 넘쳐 흐르는데 화교자본이 굳이 북한에 투자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러시아의 경우 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해 서방자본이 투자를 하고 있지만 북한의 경우 지금 외자를 끌어들일 만한 매력 포인트가 거의 없다"며 "단 하나 매력이 있다면 경의선과 동해선을 개통시킨 뒤 통행료 수익을 얻는 것이나 이 또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만큼 굳이 신의주에 투자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기업관계자는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는한 북한에서 생산한 물건을 미국에 수출할 수 없어 북한이 신의주 특구에 대부분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외국자본을 유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 업계에서는 따라서 신의주보다는 2000년 6월15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개성지구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북한이 남쪽 자본을 유치하려 한다면 거리가 먼 신의주 대신 개성지구를 개방해야만 한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전문가들은 조만간 북한이 일본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동해안의 원산지구도 경제특구로 지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가 관건**

'경의선의 중국관문'으로서의 신의주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스탠더드 차터드 홍콩의 이코노미스트 마이크 모란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나 이란 같은 나라에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북한의 특구 지정은 현실적인 투자처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조치에 가깝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10년쯤 후를 내다본다면 북한으로서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을 연결한다 할지라도 낙후한 단선을 근대적 복선으로 건설하기 위해선 천문학적 액수의 SOC(사회간접자본) 투자가 불가피하며, SOC투자는 개별기업이 아닌 국제금융컨소시엄을 구성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의 국내외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길이 차단될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SOC 컨소시엄 구성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앞으로 신의주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선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요컨대 북한이 신의주 특구로 상징되는 경제개방·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선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를 위한 국제외교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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