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의주 특구가 나오게 된 배경**
1994년 김일성 사망으로 2세 경영자가 된 김정일 입장에서는
우선은 큰 변혁 보다는 어떻게 하면 기존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또 어떻게 하면 당과 군부 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수성(守城)이 더 급하고 중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난 8년간 김정일은 수성에 매달렸다.
이제 어느 정도 수성에 자신이 붙은 김정일로서는
축성(築城)전략을 고민했을 것이며,
그런 과정에서 어떤 모델이 좋겠는지를 알기 위해서
작년부터 DJ를 필두로 하여 푸틴과 장쩌민을
만나 보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와는 경의선을 연결하고
일부 경제적인 도움을 받는 수준에 그쳐야지
머리를 숙이고 전면적으로 관계를 개선하는 데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기껏 노력해온 체제 유지에도 위협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 아닌가 생각된다.
김정일이 답방을 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한다.
다음으로 러시아인데, 러시아는 자기 앞가림 하기에도 급급한 나라인지라
참고할만한 모델이 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경의선을 복원하여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활용하는 방안은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는 바,
러시아와는 이 분야에 국한한 전략추진만 하는 것으로
결정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래서 김정일은 중국을 축성의 모델로 한 것 같다.
특히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경제특구는
참고할만한 점이 참 많았을 것이다.
그 결과 김정일은 젊은 양빈(楊斌)이라는 네델란드 출신 화교를
끌어 들여 중국형의 경제특구를 추진하되,
1국 2체제의 과감한 특별행정구를 채택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2.신의주 특구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신의주 특별행정구는 정말 멋진 발상이다.
이렇게까지 대담한 발상을 하리라고는
우리 쪽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능력은 차치하고라도 39세의 젊은 외국인에게 행정원장을 맡기고,
입법 행정 사법의 모든 권한을 부여하며, 국가에 준하는
별도의 여권 발급 기능 및 별도의 기(旗)까지 사용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대단히 획기적인 발상이다.
정부 내 여러 부처의 부처이기주의와 수많은 시민단체들의 제 목소리 내기에 밀려
김포매립지 개발, 제주도 개발, 경제특구조성 등
21세기 한국 건설을 위한 국가 차원의 사업들이 지지부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런 와중에 국가적인 사업이라도 하나 추진하면
경영능력과는 상관 없는 동향(同鄕)의 어중이떠중이(?)들로 자리를 메우는
낙하산 인사가 판을 치는 우리 나라 입장에서 보면
이번 신의주 특구는 오히려 벤치마킹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리고 혹자들은 북한이 이렇게도 과감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바탕에는
김정일은 오너이고, DJ는 한시적인 국가 경영자라서 그렇다고 말들을 하지만
좌우지간 신의주 특별행정구는
우리로서도 참고해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
***3. 신의주 특구는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신의주 특구는 솔직히 실패할 가능성이 더 많은 것 같다.
왜냐하면 신의주 특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가 관건일 텐데
어느 외국기업이 그 곳에 투자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북한은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으로부터 불량국가로 분류되어 있어
수출이 전면 금지되어 있을 뿐 아니라,
대대적인 인프라를 건설하는데 들어갈 외국 자본도
미국이 반대하는 한 사실상 막혀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숙련된 노동자도 없으며, 가진 기술도 없고,
인건비의 경우에도 중국에 비해서 큰 이점이 없을 뿐 아니라,
돈 되는 천연자원도 하나 없는 신의주 특구에
어떤 외국기업이 투자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내가 외국기업의 CEO라도 인근에 있는
중국의 단둥, 다롄, 위하이, 선양, 하르빈, 창춘 및 동북3성의 여러 중소도시에 비해서
유리한 점이 거의 없는 신의주에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투자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 하나,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양빈으로는
거대한 인프라 투자를 유치하고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이 미지수일 뿐 아니라,
그는 최근 중국에서의 사업경력과 행적으로 보아
어쩌면 부실화가 우려되는 어우야(歐亞)그룹의 탈출구를
신의주 특구에서 모색하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양빈 행정장관이 신의주 특구에 내세우고 있는 사업들도 그렇다.
그가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 중에는 관광사업과 금융업이 포함되어 있는데
관광자원도 전무하고 관광 갈 사람도 없는
신의주에 누가 관광을 갈 것이며,
금융업이란 돈을 가진 기업이나 재력가들이 많으면
자연히 금융기관이 몰려들어 금융업이 번성하는 것이지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해서 금융산업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금융업은 특구가 성공을 하게 되면 부수적인 결과로 번성하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여러 가지 상황으로 미루어
신의주 특구는 실패할 것 같다는 것이다.
***4. 그러나 신의주 특구는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내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도
급속한 통일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 국력으로는 북한 2천2백만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경제력도 없을 뿐 아니라,
50년이상 분단 되었던 체제의 차이를 극복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국가 전체적으로는 공산주의를 유지하더라도
특정지역에 한해서 자본주의체제를 도입하려는
이번의 신의주 특구 실험이 성공하여
북한 전체에 사회주의적 자본주의가 정립되어
남북한이 1국 2체제로 당분간 유지된 후 서서히 통일되는 것이
남북 양쪽에 다 좋은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번의 자본주의 실험이 실패하면
그 실패가 오히려 통일을 지연시키는 장애물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부담을
언젠가 우리가 둘러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이 자본주의 실험이 실패하여
북한이 다시 과격한 공산주의 노선으로 복귀하게 된다면
우리에게 좋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쪽에서 물심 양면으로 도와주는 한이 있더라도
신의주 특구는 기필코 성공해야 하는 것이다.
***5. 신의주 특구는 이래야 성공할 것이다**
(5-1). 특구 면적 확대 및 인구 증가 추진
신의주 특구는 그 면적이 서울의 30%에 불과한 1백80㎢ 정도이다.
그리고 인구는 고작 50만명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적은 규모로는 독립적인 경제단위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특구 면적을 지금의 4-5배 정도 확대하고,
인구도 3백만명 정도로 늘이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외국 자본을 유치하여 발전한다는 전략을 채택한 신의주 특구가
자체 공항도 하나 없어
중국 단둥을 통해서 출입국을 해야 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이렇게 해서는 무비자 입국도 의미 없는 것이다.
신의주 특구가 인구 3백만명에 국제공항을 갖고
면적은 지금의 4-5배 정도로 커져서
중국 동북 3성 및 극동 러시아의 유일한 무비자 국제자유도시가 되어야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참고사항> 경제특구 및 도시국가의 면적과 인구
신의주 특구 1백80㎢ (인구 50만명)
중국 선전 특구 3백92㎢ (인구 7백만명)
싱가포르 6백82㎢ (인구 4백만명)
홍콩 1천91㎢ (인구 6백80만명)
상하이 6천3백41㎢ (인구 1천6백70만명)
(5-2). 대량 살상무기 개발 포기 선언
10월초 부시 미대통령 특사가 북한을 방문하게 되어 있다.
이 때 김정일이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중대 결단을 하는 것이다.
즉, 대량 살상무기 개발을 전면적으로 중단할 의사를 내비치면서
그 조건으로 “악의 축”에서 북한을 제외하고,
미국 기업의 신의주 특구 진출을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다.
(5-3). 양빈 행정장관 교체
북한이 이 정도로 과감한 특구제도를 신의주에 도입한다면
경영능력과 행적이 심히 의심스러운 양빈보다는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수상이나 젝웰치 전 GE회장을
특구 고문으로 추대하면서 행정장관이 될 수 있는 인물을
추천 받았으면 어떨까 한다.
아니면 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세계가 깜짝 놀랄
자본주의 도시를 만든 경험을 갖고 잇는 상하이市 경제개발국장을
행정장관으로 4~5년 파견해달라고
장쩌민주석에게 부탁이라도 했으면 어떨까 한다.
어쨌든 양빈으로는 좀 문제가 있지않나 생각된다.
(5-4). 미국과 한국의 통신관련기업 유치
우리나라 SK텔레콤과 CDMA로
한국에서 엄청난 이익과 기득권을 갖게 된 미국의 퀠컴社 같은 회사들은
북한 통신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대기업들을 의도적으로 신의주에 유치한다면
이와 관련된 수많은 통신관련 제조업체와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신의주 특구로 몰려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구 50만 정도의 신의주에
이런 기업들이 투자를 하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북한 전체통신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는 미끼를 던져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 전체를
유선통신망으로 연결하는 과정을 건너 뛰어
바로 무선통신망으로 넘어간 후 점진적으로
고속통신망으로 가는 순서를 밟아야 할 것이다.
(5-5). 자동차산업 유치
중국 내 대부분의 자동차공장들은 상하이와 천진에 있다.
그래서 여기서 만든 자동차를
동북3성에까지 가져 오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신의주 특구에 미국 및 유럽의 중저가모델의 자동차공장을
유치하여 여기서 생산된 자동차를 동북3성 및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하여 수출하는 것이다.
현재 신의주에는 3만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을 공급할 만한
하청업체와 숙련공들이 전무한 실정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한국과 중국에서 수입하는 체제로 가야 할 것이다.
어쨌든 자동차산업 정도가 유치되어야
신의주 특구는 성공할 것이다.
(5-6). 우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신의주 특구는 성공해야만 한다.
북한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우리를 위해서도 기필코 성공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자본주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도록
여러 측면에서 도와주도록 하는 것이 좋다.
어떻게 무엇을 도와주어야 할 것인가?
밑도 끝도 없이 마구 퍼주기식보다는
특구가 육성하고자 하는 핵심사업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지원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당분간 신의주 특구는
노동집약적인 섬유산업이나 일반경공품산업이 주력산업이 될 것인 바,
우리 정부에서 구매하는 조달물자 중 섬유제품이나 일반경공업제품 중
많은 부분을 신의주 특구에 있는 기업에서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구매방침이 이런 식으로 바뀌면
우리나라 기업은 물론이고 여러 외국기업들도 신의주 특구에 진출하게 될 것이며,
이렇게 확정된 수출 물량이 있으면
특구 진출기업의 해외 수출 경쟁력도 자연히 제고되어
특구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6. 15년 후의 신의주**
지금으로부터 15년 후.
신의주 특구가 대성공하여 신의주는 중국 북방, 시베리아 및 몽고를
드나드는 외국 관광객과 비즈니스맨들이 집결하는
국제자유도시가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신의주에서 생산된 일반경공업제품, 디지털제품, 자동차들이
동북아 여러 나라 여러 도시는 물론이고
미국, 유럽 등 세계 곳곳으로 수출되기도 하는 한편,
신의주 국제공항은 인천공항과,
신의주항구는 우리 부산항구와 승객수 및 화물 취급 실적을 갖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 발전했으며,
신의주의 생활 수준이 우리나라 어느 도시보다 높아
우리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며,
계획적으로 개발을 한 덕택으로 교통지옥과 공해가 전무하며,
외국인 인구가 30% 정도 되어 영어와 중국어가 제2 공용어로 되어 있는
그야말로 한반도 내 최고의 국제자유도시가 되어 있다면 남북 양쪽에 얼마나 좋을까?
(추신)
작년말 나는 정말 본격적으로 제주도를 개발할 의지가 우리 정부에 있다면
GE그룹의 젝웰치 전 회장이나 싱가포르 리콴유 전 수상에게라도
전적으로 맡기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지금 제주개발센터라는 별도 기관을 만들어 제주도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모든 인허가권은 제주도지사 및 각 지방 자치단체장이 갖고 있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신의주 특구는 우리에게 하나의 교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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