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불명'이라던 이광철 찾아
이날 방영된 <PD수첩> 제작진은 한나라당 검증위원회가 "소재가 불분명해 찾을 수 없다"고 밝힌 이광철 전 보좌관을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에서 접촉하는 데 성공했다. 이 씨는 김유찬 전 비서관에게 목돈을 건네고 위증과정에 직접 관여했다고 지목됐던 인물로 위증교사 논란의 핵심인 대가성 여부를 밝힐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이 씨는 비록 제작진이 언론사 신분을 밝히자 바로 전화를 끊는 등 증언을 회피했고 가족 등 주변인들도 "100% 만날 수 없다"면서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으나 소재 불분명이라고 밝힌 한나라당 검증위원회는 '부실검증'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한편 이 전 시장의 1996년 국회의원 재직 시절 종로구 지구당 사무국장을 지냈던 권영옥 씨는 "내가 (종로지구당 사무국장을) 그만두면서 (이명박 전 시장에게) 마지막 보고를 하면서 '이 때 이 정도로 지구당 경비로 나간 적이 있다'고 하니 이 전 시장이 언짢은 기색으로 '알았다'고 하면서 치워버리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권 씨는 "(김유찬에게 돈을) 안 줄 수가 없는 것이 불과 몇 달 전에 우리 식구였는데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용돈을 좀 달라'고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박하게 하겠느냐"면서 대가성 여부는 재차 부인했다.
한나라 "김대업 방송…단순한 음해"
이같은 내용의 <PD수첩>이 방송되자 두고 한나라당 지도부와 이 전 시장 측은 즉각 반발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21일 오전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어제 방송을 보면 70% 가까이 김유찬이 직접 증언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데 할애했고, 1시간 내내 어떤 목적을 갖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방송이 대선가도에서 이런 식으로 특정당의 주자들을 비난하기 시작하면 이것은 5년 전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은 "새로 밝혀진 사실은 하나도 없으며 검증을 빌미로 한 음해이자 함량미달의 방송"이라며 "김대업 상황을 연상시키는 <PD수첩>이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한 마디로 단순한 음해방송"이라면서 "음해를 부풀리기 위한 의도성이 있다. 이런 방송의 편파적 반복으로 또 다시 불행한 역사를 자초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정두언 의원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 검증위에서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결국 어제 <PD수첩> 얘기도 별 문제가 없는 걸로 보였다"고 애써 'X파일' 논란의 재점화를 차단하는 모습이었다.
정 의원은 "(검증위는 이광철 씨의)소재를 파악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PD수첩>만큼 능력이 안됐던 것뿐"이라면서 "그런데 소재파악이라는 어려운 일을 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고 왔더라. 하여간 <PD수첩>이 굉장히 훌륭한 일을 한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중 MBC 측에 강재섭 대표 명의의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조만간 항의방문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유찬 "이명박 묵인 하에 기자 성접대도…"
이런 가운데 김유찬 씨는 이 전 시장의 지시와 묵인 하에 기자들에 대한 성접대가 이뤄졌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 씨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이 전 시장을 보필할 당시 40여 명의 기자관리를 내가 전담했다"면서 "이런 말까지 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언론인 관리는 1차 식사대접에 이어 2차, 3차 이상의 대접까지 직접 관할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 성 접대는 이 전 시장의) 지시 또는 묵인 하에 이뤄졌다"면서 "당시 기자들이 현재 각 언론사 주요 포스트에 다 포진하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그런 분들이 이 전 시장에 대해 네거티브한 기사를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이 성접대 사실을 전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알고 있거나 또는 묵인 하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이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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