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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씨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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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씨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들

[기자의눈]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할 말'과 '안 할 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또 구설수에 올랐다. 서울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 봉헌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말'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은 지난 27일 "요즘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70~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라고 말해 "민주화 운동에 대한 모독"이라는 십자포화를 맞았다. 분명히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명이 더욱 가관이다. 이 전 시장은 논쟁이 일자 2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 내가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민주화 세력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학 시절 6.3시위를 주도했다가 감옥살이를 했다는 항변이다.

요컨대 "민주화 세력을 비판한 게 아니다"는 해명이지만, '그러면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은 누구냐'는 의문에 대해 응당 따라와야 할 속 시원한 답변은 전혀 없었다. 여기서부터는 '해야 할 말'을 피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전 시장 캠프의 한 관계자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별 의미 없는 이야기"라고 무마하려 했다. 단순한 말 실수일 뿐이라는 얘기지만 이 역시 이 전시장이 내 뱉은 말을 주워 담기에는 턱 없이 부족해 보인다.

이 전 시장은 대선주자들 가운데서도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얻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대통령 당선을 성급히 예측하는 사람들도 많다. 외부적인 조건 때문이 아니라도 한 국가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정치인이라면 스스로가 자신의 말 값에 무게를 매기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느닷없이 공개 강연 자리에서 한 발언을 '의미 없는 것'으로 덮자는 얘기는 용납하기가 어렵다. 무슨 실수를 해도 움직일 줄 모르는 자신에 대한 '묻지마 지지'에 기댄 오만함의 발로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이번 '빈둥빈둥' 발언 파문이 단순한 실수인지, 아니면 다른 진영에서 비판하는 "근본적인 역사 인식의 문제"인지는 그의 추후 해명에 기대를 걸어 보기로 하자.
▲ 이명박 전 시장이 지난 해 12월 충북 청주에 위치한 충북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너무 심한 '몸 사리기'

그러나 따져보면 이 전 시장이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은 건 이번 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불도저'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 우리 사회의 각종 현안과 이슈에 대해 어물쩍 넘어가기 일쑤다.

우선 이 전 시장은 최근 자신의 과거 행위를 둘러싸고 나온 각종 의혹의 진위에 대해 아직까지 명쾌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 ⓒ뉴시스

김유찬 씨가 제기한 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처음에는 "웬만한 일은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겠다"고 했다가 의혹이 제기된 지 일주일이 지나서 나온 말이라는 게 "당원들에게 걱정을 끼쳐 고개를 들 수가 없다"는, 난데없는 사과였다. 그리고 이젠 검증 문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당의 단합'이라는 동문서답으로 에둘러 가는 습관까지 생겼다.

'경제대통령' 컨셉에 걸맞지 않게 그가 지금까지 내 놓은 경제정책이라고 해 봐야 '국민 소득 4만불'이라는 '장밋빛 낙관'이 전부다.

한미 FTA 등 굵직한 국가적 현안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는 "신혼부부에게 아파트를 한 채씩 나눠 주겠다"는 말까지 했지만, 역시 그 방법은 제시한 적이 없다. 그저 "노하우가 있다. 곧 알려주겠다"고만 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 이달 초 자칭 '엠비(MB) 독트린'을 내놨지만 핵 폐기와 관련된 구체적 프로그램이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로드맵이 빠진 '빈껍데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런데도 이 전 시장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개방을 한다면 10년 내에 국민소득 3000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에드벌룬만 띄웠다.

유일하게 이 전 시장의 입장과 의지가 분명한 사안은 '내륙운하' 공약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환경단체 등에서 조목조목 반론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대응을 안 한 것은 다른 사안들과 대차 없다.

이쯤 되면 지지율 1위의 '몸 사리기'로 봐주기도 힘든 수준이다.

이 전 시장이 '해야 할' 말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란, 특히 지도급 위치의 정치인들이란 웬만해선 속 시원한 답을 얻어내기 힘든 존재들이라는 점을 경험을 통해 잘 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유신 독재에 대해 꿀 먹은 벙어리인 것도, 북핵실험 당시에는 '채찍론'의 선봉이었던 손학규 전 지사가 지금 '햇볕정책 전도사'로 변모한 과정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력 대선 주자일수록 국가의 주요 문제에 대해 뚜렷한 비전을 구체적 내용과 함께 엮어 국민들 앞에 밝히는 게 도리다. 말실수로부터 자신을 둘러싼 크고 작은 의혹에 이르기까지 반성이든 해명이든 하고 넘어가야 한다.

아직은 당의 대선 후보가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침묵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면 이 역시 오만이다. 당 경선 룰과 관련해 국민의 참여비율을 높이자고 주장하기에 앞서 그는 잠재적 선거인단에게 '무엇'을 보고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것인지 내놓는 게 순서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예의이기도 하다.

그저 "내륙운하는 국운융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술적 레토릭과 '당의 단합'을 위해 발언을 삼가겠다는 식의 회피적 태도만으로 국민들의 '묻지마 지지'를 이어갈 요량이라면 그건 큰 오산이다.

전혀 검증되지 않은 '전국토의 토목공사화'라는 신기루를 몽유병 환자처럼 따라가며 자신의 5년 미래를 넙죽 맡길 유권자는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아무리 시절이 하수상하고 'CEO대통령론'이 당장은 대세를 점하고 있다 하더라도 유권자들은 환상의 댓가가 얼마나 쓰디쓴 것인지를 지난 5년 동안 충분히 학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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